한일커플,,한일관계,,남편과 나

주말아침부터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20도 안팎으로 따뜻했는데

이날은 비와함께 다시 겨울이 찾아온 듯

바람결이 차가웠다.

한 달전쯤 신청한 주일한국문화원 이벤트에

당첨이 된 우리는 근 3년 만에 문화원을 찾았다.

코로나 전에도 간간히 이벤트에 참여하곤 했는데

내내 잠잠하다 올봄부터 다시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이벤트는 한일청년전통음악가들의 

연주회였다.

일본 측은 물론 한국에서

오신 젊은 예술가? 분들의 이력이

상당히 화려해 무료로 관람하는 게

왠지 미안할 정도였는데 운 좋게 우리가

당첨이 되어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역을 빠져나와 문화원으로 향해 걷는데

빗줄기가 더 거칠게 몰아쳤다.

깨달음이 좋아하는 붕어빵집을 지나치려다

혹시나 해서 먹을 거냐고 물었더니

먹겠다고 해서 빗속에서 두 마리를 사 

가방에 얼른 넣었다.

문화원 입구에 서서 우산을 털어내는데

왼쪽 어깨가 상당히 젖여 있었다.

깨달음은 휴게공간에 앉아 아까 산 붕어빵을

꺼내 먹었고 나는 한복이 전시되어 있는

갤러리를 둘러봤다.

붕어빵 한 마리를 게 눈 감추듯 먹고 난 깨달음도

내 뒤를 따라 갤러리로 들어와 한복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3층에 있는 영상관과 서적코너를

둘러보다가 어린이용 동화책에 관심을

보이던 깨달음이 제일 글자수가 적은 책을

꺼내 한글을 읽기 시작했다.

하루라도 한글 공부를 하지 않으면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며 매일매일 읽기연습을

해야한다며 묻지도 않는 말을 했다.

[ 치카치카는 양치라는 거지? ]

[ 응 ]

[ 어푸어푸는? ]

[ 세수 할 때 나는 소리를 표현하는 부사야 ]

[ 아,,,,그렇구나.]

공연이 시작될 때까지 깨달음은 

 학구열을 불태웠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고

일본의 가야금에 해당되는 코토(琴)는

가야금 음색과  약간 달랐지만

선율이 차가우면서도 포근했다.

한국의 피리, 장구,그리고 판소리까지 90분간

공연의 마지막  앙콜곡은 전 출연진이

함께 연주하며 부른 아리랑이었는데

깨달음도 울고 나도 눈물이 맺혔다.

연주회를 다 마치고 무대에 다시 돌아 온

출연자 사진촬영은 그 때만 가능했다.

정말 뜻깊은 공연이 아니었나 싶어 입장할 때

받아 든 앙케트 용지에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남겼고 깨달음은 

마음 같아서는 출연진 한 분 한분과 

악수를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며 한국어로 최고라고 쓰고는

일본까지 와 주셔서 고맙고 앞으로도

자주 오셔서 좋은 음악 들려주시라고 적었다.

문화원을 나와 우리는 약간 흥분된 상태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니혼슈(日本語)로 목을 축인 깨달음은 

지금껏 봤던 공연 중에 최고였다며

청년들의 연주회라 해서 약간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자기 편견이었다며

완전 프로들이어서 공짜로 듣는 게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단다.

[ 당신이 좋았다니까 다행이네 ]

[ 약수도 하고 사인도 받고 싶었어 ,

이름이랑 이력이 있으니까 한국에서도

연주회 하면 갈 수 있겠지? ]

[ 그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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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 가장 감동적이었던 건 역시

한국과 일본 출연진들이 다 함께 모여 

아리랑을 연주할 때였다며 가슴 뭉클한 

그 뭔가가 자기 몸 깊은 곳에서 

끌어 올라오더란다.

한일관계가 앞으로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들었다며 내 생각을 물었다.

나도 좋았고 역시 내가 한국인임에

긍지와 자부심 같은 게 들었다고 답했다.

앞으로 한일관계가 어떻게 풀려 나갈지

산 넘어 산 같은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양국의 문화적인 교류는 계속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깨달음은 윤대통령 방일에 대해

언급하면서 여전히 한국의 상처가

치유되기는 부족한 게 많지만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길 수 있게 만남의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그게 음악이든,

운동이든, 음식이든 서로 간에

교류를 계속하는 게 중요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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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류도 좋지만 오히려 상처가 

깊어지는 만남도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고하자

그래도 자꾸 만나고 서로의 아픈 곳이

어디며, 서로가 원하는 게 뭔지 묻고

또 물어 의논해야한단다.

대화가 안 될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연결의 끈을 끊어서는 안된다며

서로가 한발짝 물러서면 좀 더 많은 게

보인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풀어가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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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자신들의 생각을 털어놓으며

꽤나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셨다.

한일관계에 이슈가 있을 때마다 우리 같은

한일커플은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다.

연일 뉴스를 통해 윤대통령의 방일 이후,

 앞으로  일본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분석하고 제시하고 있다. 

한국에 왜 사과해야하는지 묻는 일본인 친구에게

지금으로부터 31년 전,

1992년 1월 29일, 당시 일본 총리였던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는

과거 2차 세계대전 중에 일본정부가 주도해

한국 여서들로 하여금 일본군들과 성관계를

갖도록 한 사실에 대해 사과를 했다.

악플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

남편을 펑펑 울린 평창 올림픽 선수

이날 미야자와 총리는 

[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사람들에게

마음속 깊은 사과와 반성을 한다] 고 말했다.

과거의 진실이 왜곡되고 폄하되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 같은 요즘,,,

언제까지나 과거를 붙들고 살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거짓으로 미래를 만들어 갈 수도 없다.

앞으로도 갈길이 멀고도 먼 한일관계,,,

한일커플들은 늘 마음한켠이

시린상태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