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황금연휴, 버스투어를 간 날
집합시간 7시 20분, 출발은 40분이였다.
한명, 두명 사람들이 모였고 다른 쪽 가이드는
모든 승객을 버스로 이동시키고
있는데 우리 가이드는 보이지 않았다.
보다 못한 깨달음이 여기저기 가서 찾아봤더니
쪼그려 앉아 버스에 미리 붙혀 놓아야할 좌석표에
예약자들 이름이 뒤섞인 명단을 보면서
적고, 지우고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40분이 되어서도 움직이지 않자, 옆에서
보고 있던 다른 가이드가 우리들을
버스쪽으로 인도해 주었다.
하지만 좌석표가 없으니 또 잠시 기다렸고
허겁지겁 달려온 가이드가 좌석표를 붙히고서야
우린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이번 10일간의 황금연휴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휴식을 하자고 했던 깨달음이 중반이 흘러가고
있는데 심심하니까 버스투어라도 가자고 해서
급하게 빈자리가 남은 투어를 예약했었는데
탑승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그렇게 신주쿠를 출발해 첫번째 목적지인
三島スカイウォーク (미시마 스카이워크)에
가려는데 황금연휴인 탓에 정차가 심해
차가 전혀 움직이질 않는다.
휴게소에 들리고 나니 출발하고 벌써 3시간이
넘게 고속도로에 있었고 도저히 안 될 것 같다며
코스 스케쥴을 바꿔 바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레스토랑으로 향하는데 거기도 밀렸다.
11시가 넘어서 레스토랑에 도착,
다른 여행사 손님들이 다 빠지지 않았으니
20분 더 기다리라고 해서 근처 상가를
돌고 있는데 깨달음이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는데 아이스크림을 들고 왔다.
[ 뭐야? ]
[ 아까 가이드가 무료티켓 나눠 줬잖아 ]
[ 알아, 근데 밥 먹기 전에 먹는 거야? ]
[ 응, 단 것을 먹고 힘내려고, 버스 안에서
너무 지쳤거든,, ]
그렇게 아이스림은 먹은 후, 뷔페식당에서도
깨달음은 3번 리필을 했다.
그리고 로프웨이를 타고 후지미테라스에
올랐는데 이곳 역시도 사람들이 많았고
버스 집합시간이 긴박해서
사진만 몇장 찍고 다시 내려와야했다.
[ 후지산이 안 보여,,구름에 가려서..]
[ 어쩔수없지..]
모든 일본인들이 그렇듯 깨달음도 후지산을
좋아하고 신성시여긴다.
로프웨이를 기다리며 줄을 서는데
깨달음이 잠바를 벗어 배를 가리고 있었다.
[ 왜 그래? ]
[ 아니, 더워서 벗은 거야 ]
[ 근데,,당신 브레지어 차야될 것 같애.
배만 문제가 아니라 가슴도 상당히 나왔어 ]
브레지어를 차야할 것 같다고 했더니
양손으로 자기 가슴을 얼른 가린다.
[ B컵 정도로 나왔어, 본인도 알고 있지? ]
[ 그럼 브레이어 사 줘. 차고 다니게 ]
[ ................................ ]
말로 주고 되로 받아서 되돌려줄 말이 없었다.
버스에 올라 낮잠을 자려는데 뒷좌석에
앉은 아가씨 4명이 아침부터 큰 목소리로
웃고 떠들었었고 오전중에 한차례 깨달음이
가이드에게 주의를 주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반성없이 여전히 떠들고 있었다.
[ 요즘 젊은 얘들이 완전 말을 안 들어..
상식없는 얘들이 너무 늘어서 정말 걱정이야.
앞으로 일본이 어떻게 되려고 저런 얘들이
늘어가는지..]
그런데 문제는 또 다른 것에 있었다.
버스 집합시간이 10분, 20분이 지나도
모두 오지 않았고 뒤늦게 차에 오르면서도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는 걸 보고는
시간 약속 못 지킨 것과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게
한 것에 대한 사과,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그러는지
나이 먹은 사람도, 젊은 사람도 기본메너를
상실해 가고 있다며 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 저 가이드도 빨리 전화를 하던지 할 것이지
저렇게 앉아 있는 것 좀 봐,
우리는 시간 지키려고 커피도 안 마시고
바로 내려왔잖아, 근데 이게 뭐야 ]
[ 그니까 내가 예전부터 변했다고 그랬잖아,
일본사람들이.,,]
[ 기본이 무너지면 안 되는데,,약속시간을
어긴다는 건 정말 민폐야,,]
깨달음의 푸념이 길어지길래 내 이어폰을
얼른 깨달음에게 주고 한국노래를
틀어주었더니 금방 배시시 웃는다.
모든 인원이 모이고 또 우린 얼마간
차 안에서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데
잠에서 깨어보니 딸기하우스에 도착해있었다.
원래 스케쥴하고는 정 반대의 코스를 갈 수밖에
없는 도로상황을 가이드가 간단히 설명하고는
딸기하우스에 우릴 내려줬다.
탐스러운 딸기들이 주렁주렁 열려있었지만,
배가 전혀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딸기는
식욕을 자극하지 못했다.
몇 개를 따 먹고 난 하우스를 나왔는데 깨달음은
주어진 30분의 시간을 안에서 채우고 있었다.
[ 깨달음, 이제 왠만하면 나오지 그래? ]
[ 작은 게 더 달아, 당신도 좀 더 먹어 ]
[ 못 먹겠어. 언제까지 먹을 거야 ? ]
[ 응, 몇 개 더 먹을래 ]
뱃살과 젖살을 생각하라고 목구멍까지
말이 나왔는데 그냥 꾸욱 참았다.
그렇게 또 깨달음은 딸기먹기를 충실히 이행하고
버스에 올라 바로 눈을 감았다.
버스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앞 뒤가 거의
막힌 상태가 20분쯤 지났을 때 가이드는 다시
마이크를 켜고 어디가 어느정도 막혔는지,
그로인해 가야할 코스를 두 군데 갈 수
없음에 대한 사과를 먼저 했다.
도로에서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바람에 농장과
호수에 갈 수 없지만 마지막으로 꼭 가야할
스카이워크를 향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2015년 오픈한 이 스카이워크는 길이 400m
높이 70m, 보도폭1.6m, 주탑높이 44m에
달하는 일본 최장 길이의 보행 현수교이다.
이 다리를 건너면 바람에 다리가 흔들리는데
초속 65미터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 되어 있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후지산과
스루가만는 최대 절경에 뽑힌다고 한다.
스카이워크는 향하는 도로 1키로를 가는데
30분이 걸릴 정도로 최절정의 정체현상이
일어났고 오후 6시 마감시간이 다가오는데도
버스는 꼼짝을 하지 못했다.
눈 앞에 보이는데도 차가 움직이지 못하자
차라리 걸어가는 데 낫겠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렇게 겨우 도착한 시각이
5시 50분, 다행히 여행사측의 부탁으로 특별히
30분 연장오픈을 한다는 허가를 받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40명이 단체로 다리를 향해 뛰었다.
주어진 30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우린 두배의 속도로
움직였고 깨달음이 기어코 맥주를 한 잔 한다고해서
맥주 마시고 폼 한 번 잡고...다시 버스에 올랐는데
후지산이 노을에 쌓여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6시 30분에 도쿄를 향해 출발하는 동안
앙케이트를 작성하는데 깨달음은 하고 싶은
얘기를 빽빽히 뒷면을 이용해서 적으며
나보고도 불만사항을 모두 적으라고 했다.
[ 당신이 다 적어, 나 안 적을래 ]
[ 왜? 적어야 돼, 그래야 개선이 되지 ]
[ 알아,,근데 오늘은 어쩔 수 없었고
가이드부터 문제가 많아서 적으려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끝이 없을 것 같다는 내 말이 무서웠는지
깨달음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앙케이트를 제출하고 신주쿠에 버스가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 40분,
생각보다 아주 길고 긴 당일치기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우린 말을 잃었다.
이래서 지금까지 결혼하고 매해 황금연휴 때는
아무데도 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는데...
여러모로 피곤한 하루가 되어 버렸다.
[ 깨달음, 그래도 재밌었어? ]
[ 응, 피곤했지만 스카이워크를 걸었고
후지산을 마지막에 볼 수 있어서 좋았어 ]
[ 그래..다행이네....]
[ 근데, 내년에는 그냥 집에 있자,, ]
[ 응,,나도 그렇게 생각해 ]
나가면 고생이라는 걸 알면서 나갔지만
깨달음이 만족을 했다고 하니 다행이다.
이렇게 황금연휴의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