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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18

병상일기-3 추억을 먹는다 지난달 16일, 다리를 다치고부터 유일하게 외출이 허용되었던 건 집 앞에서 날 기다리는 병원행 택시를 타는 것뿐이었다. 골절상을 입은 지 20일이 지나고 나니 시퍼렇던 멍도 많이 사라지고 통증도 가라앉았지만 복숭아뼈 주변 발목의 부기가 빠지지 않아 여전히 걷는 게 불편하다. 온전히 힘을 줄 수 없어 절뚝거리게 되고 그렇게 무리해서 움직이다 보면 욱신거려 밤이 되면 어김없이 냉찜질을 해야 한다. 어제는 아침에 잠에서 깨어 비몽사몽 기지개를 켜다 왼발의 근육에까지 힘이 들어가 아파서 죽을뻔했다. 인간이 기지개 켤 때마다 어떤 시스템으로 근육들이 작동하는지 새삼 인체의 신비에 경의를 표하는 시간이였다. 대상포진이 생긴 허벅지는 딱지가 점점 단단해져 거무스름한 빛이 진해져 가고 아침이면 수포가 생겼던 부위가 딱.. 2021. 7. 12.
요즘 우리 부부가 자주 찾는 곳 어제는 봄처럼 따뜻하다가 오늘은 또다시 맹추위가 찾아오는 이상기온이 며칠째 계속되는 이곳. 다운재킷을 넣었다가 꺼내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오늘은 겨울 찬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날아갈 것 같은 날씨였지만 깨달음과 외출을 했다. 엄마 생신선물로 뭘 보내드릴까 싶어 긴자(銀座)로 나가 유락쵸(有楽町) 사이에 있는 안테나숍들을 찾았다. 안테나숍은 전국 각 지역의 공예품, 식자재, 쥬류, 채소, 생선, 액세서리 등 그 지역에서만 나는 특산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오키나와(沖縄)까지 그 지역 대표음식들과 명물들이 준비되어 있어 요즘처럼 코로나로 여행을 못하게 되면서 이 안테나숍이 인기가 많아졌고 우리도 자주 찾고 있다. 특히 냉동된 식재료이 다양해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분들은 자신의 고향의.. 2021. 2. 25.
이젠 그만 하려한다 늦은 오후 시간이어서인지 커피숍은 한가로웠다. 점심을 먹지 못해, 일단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받아 들고 왔는데 입맛이 별로 없다. 깨달음은 지난주부터 직원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트러블을 해결하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고, 관계자를 직접 찾아가 설명회를 열고, 만나주지 않겠다는 분들을 설득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오전에 깨달음과 같이 움직이다 오후엔 내 일을 좀 보고 난 혼자 커피숍에 앉아 있다. 오늘은 책도 가지고 오질 않아 그냥 멍하니 식어가는 코코아를 바라 볼뿐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근처 책방이 있는지 검색을 하려다 그냥 관뒀다. 책도 들어올 것 같지 않고 그냥 아무 생각을 안 하고 싶은데 친구가 보낸 메일이 약간 신경이 쓰인다. 내 쪽에서 연락을 두절했던 친구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소.. 2021. 2. 1.
자꾸만 한국으로 나를 보낸다 깨달음은 잠깐 회사를 다녀와야 해서 난 혼자 우체국을 찾았다. 오늘은 동생과 지인에게 보내고 싶은 것들이 있어 박스를 챙겨 나왔다. 내게 한국의 가족, 친구, 지인, 블로그 이웃님께 소포를 보내는 일이 이젠 하나의 취미생활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같은 곳에 살고 있다면 만나서 차라도 한 잔 할 텐데 그러지 못하니 그냥 잠시나마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생각하고 싶어 보낸다. 짤막하게 소포 내용을 적어 넣을 때도 있고 아예 아무것도 적지 않은 상태로 보낼 때도 있다. 이것은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먹는 걸까? 바르는 걸까?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게 즐겁고 일본 여행을 자주 오거나 일본에서 유학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보내 준 물건을 써 보고 사용후기를 상세히 알려줘서 그 또한 재미가 있다. [ 이번.. 2021. 1. 26.
남편이 쓴 편지를 다시 읽는다. 월요일인 오늘까지 이곳은 연휴였다.연휴 마지막날,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느즈막히내 방에서 나와 열려있는 깨달음 방을 내다봤더니 도면을 치는데 열중이였다.[ 깨달음, 일 해? 아침 뭐 먹을 거야? ][ 아무거나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만 한다.내 노트북에 놓인 편지,,,왠 편지가 싶어열어보니 생일축하한다는 내용이였다.9월 23일은 음력생일이여서 올해는 11월 13인데... 결혼 8년간,,매년 얘길 했건만 올해도 변함없이 깨달음은9월 23일로 알고 이렇게 편지를 쓴 것같다.일본에서 대부분 음력이 아닌 양력만 생일을 지내서인지 항상 설명을 해줘도 모르겠단다. [ 깨달음,,,편지 고마워..근데 진짜 생일은11월 13일이야,,,,,이건 음력이야,,][ 그래? 난 매번 헷갈리네..그냥 9월 23일을생일로 하면.. 2019. 9. 24.
일본에서 한국분들을 만나며 느끼는 것들 협회 모임이 있었다. 내 앞 테이블에서 열심히 움직이시는60대 중반 정도의 분에게 한국분이냐고 물었는데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으로 날 빤히 쳐다보더니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셨다.마치 자신이 한국인인 걸 몰랐으면 하는표정을 하셨다. 그 분 명찰에는 나처럼 일본인 남편 성을 딴 일본이름이적혀있었지만 난 금방 알 수 있었다. 내가 특별히 한국인 구별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일본생활이 오래되면 될수록 옷차림, 머리 스타일, 화장법, 그리고 절대로 숨길 수 없는 한국인 특유의 일본어 발음과 억양을 들으면 누구나 금방 알수 있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동포가 아닌 이상 바로 표가 나는데 이 분은 유난히 놀라했다. [ 어떻게 바로 아셨어요? ][ 아니,,한국분 같아서...][ 여기 오래 소속 되셨나봐요? 한국분이.. 2019. 2. 16.
2018년도 블로그를 뒤돌아보며,, 매해 12월이면 깨달음이 한글을 그리듯 또박또박 블로그 이웃님께 드릴 연하장을 써서보내드렸는데 요 며칠 사이에 한국에 계신분들께 도착을 한 것 같습니다. 저에게 주소를 알려주신 분들에게 모두 보내드리긴 했지만 혹 못 받으신 분이 계실까봐 조금 걱정입니다.작년에도 못 받으신 분이 몇 분 계셨는데 그 이유는 확실히 잘 모르겠습니다.연하장은 반송이 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한 분도 빠짐없이 잘 도착하기를 바래봅니다.그저 연하장 한 장일 뿐이지만여러분들이 그 마음을 받아 주시고 깨달음의 감사마음이 여러분들께 전달된 것 같아서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http://keijapan.tistory.com/1192) 한글 쓰는 남편을 보고 있으며.. 다음(Daum)에서부터 시작한 블로그생활이 벌써 햇수로 8년을 향해가고 .. 2018. 12. 28.
해외 거주자가 가장 한국이 그리울 때... 한국을 다녀와서 바로 나는 검사결과를 듣기 위해병원을 찾았는데 뜻밖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런 증상이 없었어요? 통증 같은 것도?][ 네..전혀,,][ 작년에 수술했죠? 자궁근종? ][ 네,,,] 선생님도 놀라서 차트를 꼼꼼히 살피시다가 소견서를 써주겠다며 잠시 기다리라 하셨다.굳이 병원을 옮길 필요가 있겠냐고 했더니 긴급 정밀검사를 요하기도 하고, 혹 무슨일이있으면 수술를 바로 해야할 상황도 생기므로미리 준비를 해두는 게 좋다고 했다. 그리고 부인과쪽으로 실력이 알려진 의료진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선생님 자신이 안심된다고 하셨다. 내가 작년에 수술한 병원은경영진이 전면 바뀌면서 의료진이 모두 빠져나가 버린 상태였기에 난 이렇게 또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야했다.작년과 올 초에는 가슴에 문제가 있.. 2018. 11. 26.
일본인과의 결혼을 꿈꾸는 분들께 오늘은 뜻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한국분들과 잠시 자리를 함께 하게 됐는데 그 분들이 생각하는 일본인 남자와의 결혼에 대한 생각들이 너무 의외이고상당한 이질감이 생겨 오늘은 그 얘기를해야 될 것 같습니다.그렇지 않아도 제 메일로 일본인과의 결혼에 관해문의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가치관과 사고를 가지고 계신다는 게 놀라워서 그 분들에게 조금은 알기 쉬운 한일커플의현실?을 몇 자 적고자 합니다. 제가 결혼상담실을 하는 것도 아닌데 대부분 메일에는 일본남자들이모두 깨달음(깨서방)같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하시고 깨달음 같은 남자와 결혼을 하고 싶은데조언을 부탁한다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옛말에 남의 떡이 크게 보이는다는 말처럼깨달음은 남의 떡이기에 크게 보일 뿐입니다.경제력도 .. 2018. 7. 23.
일본에서 차리는 구정 상차림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옆자리 앉은한국인 여학생들이 한국은 설날인데 떡국이라도 먹어야하지 않겠냐며 유학 오기 전 가족들과 보낸 명절 얘기를 나눴다.구정인 한국은 친척, 가족들이 오가고한자리에 둘러 앉아 덕담을 나누고 지난 얘기들을 나눌 것이다. 요즘은 홀로 지내는사람들이 점점 늘었다고 하는데 내 기억속설날은 아침부터 친척들이 선물꾸러미를 들고인사를 왔던 모습들이 생생하다.전철에서 내려 바로 마트에 들렀다. 계획에 없었는데 전철 안,그녀들의 얘기에 자극을 받았는지자연스럽게 명절 음식들을 고르고 있었다. 집에 들어와 김치 냉장고에 넣어둔 고사리를 삶고콩나물, 시금치 나물도 조물조물 무쳤다.갈비에 양념을 하는 동시에 감자를 삶아 샐러드를 만들었다.동그랑땡 재료를 섞어두고, 호박에 구멍을 뚫어고기를 채우고.. 2018. 2. 16.
블로그,,그래도 감사해야할 게 많다 난 아침을 준비중이였고 깨달음은 샤워실에 들어가려는데 초인종이 울렸고 우체부 아저씨가 큰 박스를 들고 현관 앞에 우두커니 서 계셨다.[ 무슨 소포야? ][ 한국에서 온 건데 누구지? ][ 이름이 뭐라고 적혔어?][ 몰라,,한국어여서...][ 알았어. 그냥 놔 둬, 좀 있다 볼게 ][ 내가 지금 열어 보면 안돼? ][ 그렇게 해 ] [ 와우~김이다~~, 책도 있어,누구야? 누가 보낸 거야? ][ 응, 블로그 이웃님이야 ] [ 처음보는 라면들이야,,야~내가 진짜 좋아하는 유과 과자다~좋아, 좋아, 어떻게 아셨을까?? 어, 밑에 황금 보자기가 있어~역시 구정선물인가 봐~~]아침부터 너무 신난 깨달음은 머리에 새집을지은채 엉덩이를 흔들거렸다. 팥칼국수, 도라지배즙, 굴짬뽕, 조청유과, 쌀과자, 오징어땅콩,조미김.. 2018. 2. 14.
남편이 그리워하는 한국의 맛 [ 오늘은 뭐 먹고 싶어? ][ 응,,칠리새우][ 그럼, 그 집에서 먼저 기다려~거기까지 걸을 수 있지?][ 응, 괜찮아 ] [ 오늘은 생선 먹으러 가자, 등푸른 생선을 많이 먹어야 빨리 회복할 수 있어.. ][ 오늘은 고기 먹자, 철분을 보충해야하니까 ][ 오늘은 더우니까 면으로 할까?][ 새로 생긴 인도카레집도 가볼까?][ 오랜만에 와인 한잔 마실까? ]퇴원후, 내가 주방에서 자유롭게 음식을 만들지 못하다보니거의 매일 외식을 하게 되었다.퇴근할 때 도시락을 사가지고 와 같이 먹기도했지만 철분, 비타민, 단백질등을 골고루 섭취해야한다는 명목으로 집 주변의모든 가게를 돌아다녔다. 어느날, 라멘집에서 깨달음이 한 숟가락 떠 먹어보더니 나에게도 권하며 물었다. [ 이 집 라멘에서 이상하게 한국맛이 나네 ][.. 2017. 9. 9.
그 누구도 아픔을 대신해 줄 수 없다 아침을 먹지 않고 개원시간보다 10분전에도착했는데 내 앞에 벌써 일곱명이 기다리고 계셨고 간호사가 나와서 번호표를 주기 시작했다.토요일은 2시간, 평일은 3시간 이상을 기다려야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유명한 곳이기에 일찍 왔건만 빠른게 아니였다.그만큼 잘 보신다는 얘길거라 믿고 싶었다. 문진표가 다른 병원에 비해 상세한 점이 일단 믿음이 갔다.한달전부터 편도가 부어 낫지 않았다.나을 듯하다 다시 재발하길 반복해서 이렇게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약 1시간 10분을 기다려 진찰을 받았다.코를 통해 넣는 내시경으로 내 목 상태를 확인했다.[ 원래 성대가 좀 약하시네요..가족분들도 약하세요? ][ 아니,,잘 모르겠는데요..][ 특별히 이상 증상은 보이지 않는데위가 약하신가요? ][ 네,,][ 위산과다분비증을 가지고.. 2017. 7. 11.
해외생활에서 향수병을 이기는 방법 한달 전 오스트리아에 사시는 지니님이소포를 보내주셨다.뚜껑을 열어보기도 전에 상큼한 민트 냄새가풍겼고 열어보려고 테이프 끝을 찾는데세관에서 열어봤다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왜 열어 봤을까? ]내 말에 상자를 들어 끙끙 냄새를 맡아본 깨달음이한번도 맡아보지 못한 고급 민트향이 나서궁금해서 열어봤을 거라고 했다. 참,,너무 많이도 보내셨다.집에서 직접 말린 허브와 꽃차까지..무엇보다 놀랜 건, 내용물에 상세한 설명이예쁘게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이 분 당신보다 더 세밀하신 분이시네~]깨달음이 옆에서 연속해서 감탄을 했다.[ 역시 한국사람들은 대단해,이렇게 착실하고 꼼꼼하신 분이 있네..진짜 대단하신 분이다,유럽의 작은 슈퍼를 옮겨 온 것 같애..뭘 이렇게 많이 보내신거야? ] 하나하나 꺼내 내가 설.. 2017. 3. 16.
백프로 얘기할 순 없었다. [ 케이야, 나야, 오랜만이다. 아, 새해 복 많이 받아~][ 응,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응, 나야 뭐 똑같지..][ 남편분이랑 애들은? ][ 다들 잘 있어. 우리 아들은 군대갔고,딸은 작년에 취직해서 이제 사람노릇한다~][ 벌써 군대 갔구나, 딸은 시집 간다고 그러겠다,올 해 몇 살이지?][ 아직 23살이야,,시집은 어떻게 가~벌어 둔 돈이 없는데~ 근데 케이야, 나 지난 주 서점에서 니 책 봤어. .괜히 내가 두근거린 거있지..바로 사서 읽었는데 너무 재밌더라, 그리고 좀 슬펐어, 짠하기도 하고,, ][ 뭐가 슬퍼? ][ 너 아픈 거,,나 실은 몰랐어..내가 블로그를 거의 안 봤거든,,근데 남편이 책 출판 됐다고 알려줘서그때야 알았어.,우리 남편이 니 블로그왕 팬이잖아, 미안,,][ 뭐가 미안.. 2017.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