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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사랑5

남편은 과연 서울에 또 갈 수 있을까? 삿포로는 생각만큼 춥지 않았다. 무르익은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우린 호텔을 나와 중심가를 좀 걷다가 마지막 식사를 하기 위해 대게 전문집으로 갔다. 이번 홋카이도 3박 4일을 뒤돌아보니 일하는라 미팅하고 이동하느라 제대로 편하게 맛있는 걸 먹지 못한 게 계속해 마음에 걸렸다며 마지막은 내가 좋아하는 대게를 먹자고 했다. 홋카이도 대게 중에서도 유명한 털게(毛ガニ)를 주문하고 우린 니혼슈로 목을 축였다. 꽤나 바쁘게 움직인 탓에 서로 조금 지친 상태였다. 깨달음은 깨달음대로.. 묵묵히 음식들을 먹다가 일 얘기를 잠깐 하고 연말 스케줄도에 관해서도 나눴던 것 같다. 깨달음이 크리스마스전에 잠깐 한국에 몰래? 다녀오는 게 어떻겠냐고 하길래 가는 건 좋지만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가는 건 내 마음이.. 2022. 11. 11.
깨서방은 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 오머니, 선물 좋아요? ] [ 응, 마음에 들고 말고, 크리스마스에 딱 받아서 더 기분이 좋네 ] [ 한국은 추워요? ] [ 응, 징하게 춥네. 일본은 덜 춥제? ] [ 일본은 안 추워요 ] 항상 하는 말들은 내 통역이 없어서 얼추 맞춰가면서 답을 하는 깨달음이 신통했다. [ 오머니. 내년에 만나요 ] [ 긍께..내년에 만나믄 좋것는디..이놈의 코로나가 어찌댈랑가 모르겠네.. 아무튼, 내가 우리 깨서방 보고 싶어 죽것네 ] [ 네, 많이 많이 보고싶어요 ] 크리스마스에 받아보시게 서둘러 보냈던 소포가 잘 도착했고 엄마는 많이 흡족해하셨다. [ 근디..뭔 금반지가 들었다냐? ] [ 아,,그거,,금반지가 아니고 스카프에 끼우는 링이야,,엄마,,] [ 아,,그래...나는 뭔 금반지를 보냈다냐했네, 스카프가.. 2021. 12. 27.
친정엄마와 일본인 사위 [ 다리는 많이 좋아졌냐? 테레비에서 날마다 일본이 나온께 가고 싶은 마음이 든디. 언제나 갈 수있을랑가 모르것다. 이산가족도 아니고 오도 가도 못하고,, 그래도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어 감사하긴 한디 일본이 맨날 나온께,,가깝게 느껴지고 그런다 ] 엄마가 또 전화를 하셨다. 내 다리 상태가 어떤지 궁금한 것도 있지만 올림픽 경기를 하느라 종일 티브이에서 일본을 보여주니 옛 생각들이 새록새록 나신 모양이었다. [ 니기가 이사하고 집 구경한다고 우리가 갔응께 벌써 4. 5년 됐을 것이디..니가 아프다고 해도 가도 못하고 속상해죽겄는디 맨날 테레비서 일본이 나온께 더 마음이 쓰인다야 ] [ 엄마, 나 많이 좋아졌어. ] [ 인자 걸어 다니지? ] [ 응, 장거리는 못 가고,그냥 가까운 곳은 가 ] [ 그래도.. 2021. 8. 4.
남편이 한국에 가면 참기 힘들어하는 그것 [ 빨리 찍어~][ 알았어..][ 먹어도 돼? ][ 당신, 기내식 먹던 것 같던데 배 고팠어? ][ 기내식이 아니라 맥주만 마셨지..지금 점심 시간이 지났어, 배 고파... ]김포에서 광주로 가는 항공편이 줄어버린 탓에시간대를 맞출 수 없어 용산역에서 KTX를 타는 방법을 택했다. 유부초밥을 한 입에 넣고 어묵국을 마시면서바로 샌드위치로 손이 갔다.턱이 빠질 것처럼 입을 쫙 벌리는 걸 보니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였다.[ 당신은 안 먹어? ] 그제서야 묻는다.[ 응, 별로 안 먹고 싶어. 당신 혼자 다 먹어, 나는 두유만 마실래 ][ 이 오뎅,,,은근 매워...][ 그래서 내가 사지 말라고 했잖아.지난번에도맵다고 안 먹어서..][ 나 그 두유 좀 남겨줘.. ][ .......................... 2018. 3. 4.
한국인 장모와 외국인 사위의 관계 매달, 모여행사에서 정기적으로 오는 출판물이 우편함에 들어 있었다. 결혼하고 매해 해외여행을 다녀왔던 터라 올 초에도 하와이를 한 번 다녀 오자는 얘기를 잠깐 나눴었는데 지금까지 솔직히 정신이 없었다. 집 이사 건도 있었고 한국도 다녀오느라 이래저래 여행에 쏟을 마음적 여유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퇴근하고 돌아온 깨달음이 여행 팜플렛을 천천히 한 장 한 장 넘기더니 갑자기 자기 책상에 올려져 있던 저금통 2개를 가져와서는 털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에서 모았던 것도 아니고 나보다는 깨달음이 훨씬 열심히 돈을 넣었기에 느닷없는 깨달음의 행동에도 아무런 불쾌감을 느끼질 못했다. 500엔짜리 동전부터 천엔짜리 지폐까지 모두 털었다. 무표정으로 사진만 찍고 있었더니 사진 그만찍고 동전 좀 세어 달라길래 함께 세.. 2015.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