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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이바16

나이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금요일부터 이곳은 연휴였다. 깨달음은 거의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은 채 일에 몰두했다가 저녁을 먹고 나면 혼자 넷플릭스를 보고 잠이 들었고 나는 나대로 토요일엔 약속이 있어 잠깐 나갔다가 온 게 전부였다. 오늘도 여전히 낮기온은 25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비가 올 것처럼 꾸무럭거리기도 하고 반짝 해가 비치는 늦은 오후, 우린 산책을 나왔다. 오다이바는 요사코이(夜さ来い) 마쯔리로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포장마차에서 품어내는 음식 냄새로 축제분위기였다. 낮은 더워서인지 아이들이 첨벙거리며 놀고 있는 곳에 깨달음이 수제비 뜨기를 하는데 옛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며 두 번 하고 그만뒀다. 나 혼자 산책으로 나올 때마다 앉아서 명상을 했던 곳에 오늘은 깨달음이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쉬었다. [ 생맥주 한 잔 .. 2023. 11. 7.
하네다공항에서 즐기는 천연온천 올 1월 31일, 하네다공항 제3터미널 2층에 호텔과 상업시설로 구성된 에어포트 가든이 오픈했다. 도착로비와 직결되어 있어 이동이 편하고 호텔뿐만 아니라 각종 쇼핑몰과 레스토랑, 대형홀, 회의실이 마련되어 있다. 오픈하고 한달이 지났을 무렵, 깨달음이 검사와 시찰을 했었는데 오늘은 직접 체험?을 하기 위해 찾았다. 코로나 전에 완공되었던 이 호텔이 2년이나 늦게 오픈을 하게 된 아픈 사연이 있지만 여행규제가 풀리기 시작해 관광객이 들어오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달, 깨달음 거래처에서 이 호텔 얘기가 나왔고 오늘은 호텔을 이용하는 시박이 아닌, 후지산을 바라보며 천연 노천탕을 즐긴다는 스파를 가보는 일이었다. [ 깨달음,스파 갔다가 또 리포트 작성해야 돼? ] [ 아니. 오늘 당신은 .. 2023. 11. 4.
역시, 남편은 사장님이었다. 청소를 하고 잠시 음악을 듣고 있다가 얇은 코트만 걸쳐 입고 집을 나왔다. 창 밖으로 비친 가을 하늘이 너무 맑아서 그냥 내버려두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깨달음은 주말에도 열심히 회사에 나가 입원 중인 직원의 일거리를 처리하느라 평일처럼 출근을 했고 난 온전히 혼자서 주말을 맞이했다. 나 혼자 가는 곳은 항상 루틴처럼 정해진 코스와 장소이지만 난 그래도 집에서 가까워서인지 마음이 편하다. 오다이바(お台場)는 바다라고 하기엔 바다스럽지 않은 곳이긴 한데 날이 좋아서인지 스텐드업 패들을 하고 있었다. 수질이 안 좋기로 유명해서 물에 들어갈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2년 전, 오키나와(沖縄)에서 카누를 탔을 때 그 짜릿함이 상기되어서인지 갑자기 나도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 주변을 둘러봤더니 스.. 2023. 10. 29.
후쿠시마산을 안 먹는 방법 [ 야, 너 다음에도 이렇게 무작정 오면 나 못 만나 ] [ 알아... 미안해 ] [ 못해도 2주 전에는 연락을 줘야지 ] [ 정말, 이번에는 누나 만날 계획이 없어서 연락을 안 했던 거였어. 근데 오다이바 왔는데 누나 집이 보여서..나도 모르게.. 히히. ] [ 미친... ] 대학원 후배가 갑자기 도쿄를 찾았다. 출장도 아닌 그냥 바람 쐬러 왔단다. [ 뭐 먹을래? ] [ 음,, 우나기(うなぎ 장어) ] [ 한국말 해 , 나 한국말 할 사람이 없다 ] [ 그래? 남편분,, 아,, 한국어 못하지.. 그럼 오늘은 무조건 한국말로 할게 ] 깨달음과 단골로 가는 곳은 당일 예약이 되지 않아 적당한 곳을 찾아 장소를 옮겼다. 니혼슈로 갈증 난 목을 축여가며 식사를 하는데 엊그제 만나던 것처럼 서로에게 익숙했다... 2023. 9. 7.
일본의 이 문화는 여전히 불편하다 깨달음은 내가 없었던 주말에 빠지지 않고 영화감상을 했단다. 토요일은 아침부터 집을 나서서 상영시간에 맞춰 신주쿠(新宿)에서 시부야(渋谷)로 옮겨가며 보기도 하고 배우 최민식 씨가 주연으로 나온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보려고 평일날, 개봉관을 가기위해 퇴근을 일찍하고 유일한 취미생활 즐겼다고 한다. 이번주도 깨달음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집 근처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어가며 2시간 30분간의 상영시간을 지루함 없이 보고 나왔다. 그리고 근처 라멘가게에서 쯔케멘(つけ麵)을 먹으며 영화후기를 서로 얘기하다 약속이나 한 듯 가게를 나와 암반욕(岩盤浴)을 하러 갔다. 한국의 찜질방과 같은 느낌의 목욕시설인데 한국처럼 다양한 찜질방으로 구성되어 있는 건 아니고 암반욕과 천연돌이 깔린 방이 나뉘어져 있고 .. 2023. 5. 23.
남편은 여러모로 부자다 오다이바(お台場)에 있는 회원제 호텔에 다녀왔다. 깨달음이 이번에 새로 설계할 호텔의 디자인을 참고하기 위해 견학 겸 조사차 오게 되었다. 회원이 아니면 입장을 할 수없어 소개장과 그 분과의 관계까지 우리들 신상을 공개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리조트 호텔 오너처럼 회원제 호텔도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약간 다르고 여긴 연예인 오너가 많단다. [ 당신한테 소개한 분은 여기 회원이야? ] [ 아니, 그분도 친구 소개로 들어왔었대 ] [ 근데 무슨 디자인을 원하는 거야?] [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런식으로 설계해주라는 거지 ] [ 그럼, 고바야시(小林) 상이 의뢰인이야? ] [ 응 ] [ 고바야시 상,,엄청 부자인가 봐..] [ 부자긴 하지..롯폰기(六本木)에 맨션을 몇 채 가지고 있으니..근데 알아보니까 여기 .. 2022. 3. 28.
추억은 방울방울,,, 걷기에는 너무 멀 것 같아 전철을 탔다. 오다이바 팔레트타운(お台場パレットタウン)이 이번 달에 영업을 종료한다. 2019년 세계에서 가장 멋진 장소로 선정되기도 했던 팔레트 타운은 쇼핑몰, 디지털 아트 뮤지엄, 모빌리티 체험관, 대관람차로 구성된 대형 엔터테인먼트 복합시설이었다. 작년 12월부터 순차적으로 영업을 종료했고 이달 3월 27일 모든 시설의 영업을 끝낸다. 1999년에 설치된 대관람차는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람차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이 관람차를 타면 도쿄타워, 도쿄 스카이트리, 레인보우 브릿지. 도쿄 게이트 브릿지까지 한눈에 볼 수 있었는데 곧 사라진다. 결혼전부터 깨달음과 나에게 참 많은 추억들을 만들어 주던 곳이었기에 폐관을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가봐야하지 않겠냐는.. 2022. 3. 24.
요즘 남편이 외운 한국어 오전 시간이 끝나갈 무렵 저녁 메뉴는 뭐가 좋을지 물었더니 오늘은 어디로 산책을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3번째의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이 되면서 황금연휴기간이지만 우린 착실히 스테이 홈을 잘하고 있는 중이었다. 영국형, 인도형으로 코로나 변종 감염자가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는데 작년과 같이 별다른 대책 없이 국민들에게 협조만 호소하고 있는 이곳은 코로나에 대한 위기감이나 두려움이 엷어진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으로 느긋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깨달음,, 어디 나가고 싶은데? ] [ 응,, 답답해서.. 산책하러 가고 싶어서.. ] [ 그래.. 그럼 나가자,,] 깨달음이 고른 오늘 코스는 오다이바 (お台場)의 레인보우브리지(レイン.. 2021. 5. 4.
나 몰래 남편이 주문한 것 한국의 구정이었지만 우리는, 아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매년, 구정이 되면 되도록 한국식으로 쇠려고 떡국이며 갈비, 전 등 명절 음식을 장만하곤 했지만 올 해는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깨달음은 예전처럼 구정날 아침, 떡국을 먹을 거라 생각했는지 내가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준비하자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한국은 설날이 아니지 않냐고 확인차 물었다. 설날인데 신정때 떡국도 먹었고, 구정을 굳이 쇨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라고 하자 더 이상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코로나 생활이 1년을 넘어가면서 매 끼니마다 다른 메뉴들을 만들어 먹다보니 특별함을 잊은 지 오래고 솔직히 지겹웠던 게 사실이다. [ 우리 쇼핑 할까? ] 깨달음이 물었다. [ 살 거 없는데...] [ 그냥 나가보면 쇼핑할 게 생기지 않을.. 2021. 2. 15.
광고 수익금을 남편에게 줬다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우린 밖으로 나갔다. 긴급사태 선언이 재발령 되고 처음으로 하는 외출이었다. 둘이서 여행 다니는 걸 상당한 즐겼고 주말이나 휴일이면 영화를 보거나 콘서트, 박물관, 전시관을 찾아가며 문화생활을 했는데 이젠 그러지 못한다. 그렇게 집에 있는 시간보다 세상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길 좋아해서인지 이렇게 날이 좋은 날이면 집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바람 쐬러 나가야한다. [ 깨달음, 그래도 긴급사태 중인데 나오는 게 좀 꺼림칙하다 ] [ 괜찮아,, 저기 공원에 사람 없는 곳에서 그냥 산책만 할 거니까 ] 늘 오는 곳이어서 감흥은 없지만 공원을 돌다 보면 기분이 전환되는 느낌이다 . 자유여신상 주변을 한 바퀴 돌고 근처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려 앉는데 깨달음이 자기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조심스럽.. 2021. 1. 19.
우리 부부의 연말 준비 온라인 예배를 마치고 우리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봤다.그 다음은 뭘 할까...어제도 그냥 집에서 티브이를 보고 빈둥거렸는데 오늘도그렇게 보내야하는 건지 서로 말은 뱉지않은 채 눈으로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 오늘은 나가자 ]깨달음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디? ][ 집 근처,,][ ................................ ] 깨달음은 점퍼를 입고 머리를 세팅한 다음턱으로 내게 옷 입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어디 가려고? ][ 몸이 근질근질해서 안 되겠어. 날씨도 좋고,당신은 안 심심해? ][ 심심해..근데 갈 때가 마땅히 없잖아 ] 코로나로 외출을 마음 편하게 못하게 되면서 영화관을 대신해 지금은 유넥스트에서마음껏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고먹고 싶은 음식은 어플로 주문만 하면 바로 가지고.. 2020. 11. 2.
어느덧 시작된 가을에서 비가 온다는 예보였는데 갑자기 화창한 가을 날씨가펼쳐지자 깨달음이 얼른 나가자고 아우성이다.이곳은 내일까지 연휴이다. 다들 황금같은 연휴를즐기고 있었지만 우린 그냥 코로나니까 자중하자는의미로 집에만 있었는데 도저히 참기 힘들었는지깨달음이 나갈 채비를 서둘렀다.[ 어디갈 건데? ][ 가까운데 가서 가을을 느끼고 오자 ][ 알았어, 근데 당신 반팔로 나가? 쌀쌀할 건데 ][ 아니야, 난 이런 날이 좋아,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분명 반팔 입을 걸 후회할 거라 말해뒀지만깨달음은 그대로 집을 나섰다.우리가 말하는 가까운 곳은 바로 오다이바이다.마땅히 갈 곳이 없거나 바다를 좀 더 가까이서보고 싶을 때, 쇼핑이 하고 싶어질 때면 오는 곳이다. 특별하진 않지만 그래서도 바람쐬기에는최적의 장소임에 자주 찾는다. 어슬렁.. 2020. 9. 22.
한국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까... 쇼핑을 하기 전에 먼저 식사를 하기로 했다. 깨달음이 집에서 만들어주지 않는 메뉴로 골라 온 점심은 오므라이스 정식이였다. 내가 묻기도 전에 자기가 오무라이스를 너무 좋아하는데 결혼하고 딱 한번 밖에 만들어주지 않아서 주문했다고 한다. [ 잘 했어. 앞으로도 안 만들거야 ] [ 그럴줄 알고 시킨 거야 ] [ 많이 먹어 ] 우린 주말에 특별히 할 일이 없으면 오다이바에 나와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본다. 결혼 전에는 데이트코스로 야경을 보기위해 찾았던 오다이바가 이젠 집에서 바로 코 앞이니 이 얼마나 호사스러운 일인가,, 레인보우브릿지를 보며 차를 마실 때면 지난 시간들이 스치고 지나가 열심히 살아 온 나와 깨달음에게 감사하다는 말이 하고 싶어진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피카츄 캐릭터로 장식이 된 스카이덕.. 2019. 9. 8.
2018년, 한일커플이 나눈 대화 [ 자, 한잔 해~건배 ][ 별로 안 마시고 싶은데.왜 그래? 할 말 있어? ][ 아니,,구정도 지나고..새로운 2018년을시작하는 의미에서 하자는 거야 ][ 나한테 뭐 부탁할게 있어? ][ 아니,,없어,,,][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 음,,,없어...] 집과 가깝다는 이유로 주말에 자주 찾은 오다이바가 오늘은 구정연휴를 맞아 중국과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많이 붐볐다.수제 소세지를 한 입 잘라 내게 내미는 깨달음에게 물었다.[ 당신은 2018년도 뭐 하고 싶야? ][ 열심히 일하지,,,][ 특별히 하고 싶은 거 없어? ][ 음,,,매일 매일 새로운 날에 충실히 성실히 사는 거지, 어느 날은 비가 오기도 하고,또 어느날은 화창하고 그러겠지만 어떤 날이든 새롭게 찾아오는 그 날을있는 그대로 .. 2018. 2. 19.
2017년, 함께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엊그제 깨달음 회사의 송년회가 있었고그날을 마지막으로 2017년도 모든 업무가 마무리 되었다.오늘은 우리집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는 날로 아침부터 부지런히 청소를 시작했다 먼저 욕실 청소를 마친 깨달음이 그릇 수납장쪽으로 옮기더니 그릇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 거긴 내가 할게 ][ 아니야, 내가 할게 ][ 왜 그래..내가 한다니깐 ][ 아니야,,당신이 작년에 하는 것 보니까좀 서툴러서 그냥 내가 하려고...][ 그럼, 당신이 주방도 다 해.. ][ 아니, 음식은 당신이 많이 만드니까당신이 하는 게 나을거야 ] 자기 방의 이불 커버까지 새 것으로 바꿔는 모습이아주 능숙하다.[ 당신, 전업주부 하면 잘 할 것 같애][ 응, 내 생각에도 잘 할 같애, 그니까한국에서 살게 되면 내가 살림하고 당신이돈 벌어 와 줘.. 2018.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