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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11

한국사람인 나도 어렵다 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깨달음은 열심히 한글책을 펼쳐놓고 쓰기 연습을 하는데 한숨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깨달음은 완벽한 발음과 암기를 하려는 자기만의 고집스런 공부 방식을 택하고 있어 진도가 더디게만 가고 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좀 답답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난 되도록 참견을 하려하지 않고 있다. 그 많은 교재중에서도 자기 스타일에 맞는 것을 골라 자기만의 공부방식대로 풀어가고 있으니 난 그냥 한발 떨어져 응원만 하고 있다. 지금 깨달음은 받침이 없는 간단한 단어를 외우는 중이며 공부가 끝날 무렵이면 내게 문제를 내게 하고 얼마나 자신이 외웠는지 확인 하곤한다. 아이들이 하는 낱말카드와 같은 원리로 어머니, 아버지, 오이, 누나, 아이, 우유, 여자, 나무, 사자. 나비, 라디오, 이마, 카메.. 2022. 3. 10.
일본어,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작년 여름, 골절상을 입을 때부터 병원을 다닐 때면 택시를 타는 버릇이 생겼다. 쉬엄쉬엄 운동삼아 걸어도 되는 거리이지만 깨달음과 둘이면 전철보다 택시를 타는 게 교통비는 물론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검사 결과만 듣고 나오면 되는데 깨달음은 동행하길 원했다. 로비에 들어서면 항상 두번씩 재던 혈압을 오늘은 자신의 혈압이 높다는 걸 인정하는지 한 번으로 끝냈다. 대기실 티브이에선 코로나 감염자가 9만명을 넘어갔고 이번주내로 곧 10만으로 늘어날거라 예상되는데 어떤 대책이 현명한지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내 검사 결과는 아주 짧고 심플했다. 3개월에 한 번씩 받는 갑상선 호르몬은 별 문제없었고, 4년 전 자궁근종 수술한 부위에 또 뭔가가 생긴 것 같다고 했던 산부인과에서도 수술을 요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2022. 2. 3.
일본어 선생님이 기억하는 한국 유학생 [ 정 상, PCR검사했어? ] [ 그렇지 않아도 하려고 했는데 검사 키트가 없어서 리더에게 말해뒀어요 ] [ 언제 준비된다고 그래? ] [ 오후에나 올려 보내겠다고 하네요 ] [ 코로나가 언제쯤이나 사라질까...] 페럴림픽 보란티어로 활동을 한지 일주일,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어제부터 밖은 비가 추적추적 오고 기온도 뚝 떨어져 다들 점퍼를 꺼내 입었다. 매일 같은 얼굴의 보란티어를 볼 수 없어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업무를 공유하며 보냈다. 내가 맡았던 사무쪽은 60대의 주부가 과반수를 차지해서 젊은 축에 속한 나는 컴퓨터를 다루는 일을 많이 했다. 어제부터 비가 내리는 바람에 모두가 사무실에서만 앉아 서류를 정리하거나 체크인을 돕기도 했다. 날이 좋았던 날은 선수촌 주변 청소를 하기도 하고 .. 2021. 9. 3.
재혼,,그래서 더 어렵다 왠만해서는 한여름에도 차가운 음료를 주문하지 않는 내가 오늘은 얼음이 둥둥 떠있는 것으로 목을 축였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싶다는 생각에 한모금 마셨더니 역시 괜한 짓을 했단 후회가 컸다. 걱정 반, 불안 반으로 그녀를 만났고 평정심을 잃지 않고 언제나처럼 이성적으로 얘길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적당히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로 주문을 하고 우린 그냥 그간 잘 지냈는지 서로의 생활을 물었다. 일 때문에 온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그녀가 스스로 얘길 풀어내길 기다렸다. [ 미안해요..갑자기,,] [ 아니에요,, 마침 시간이 나서 괜찮아요] 할말이 많았을텐데 그녀는 술 잔만 만지작거리고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 깨달음님은 잘 계셔요? ] [ 네 ] 그 다음 그녀가 한 얘기는 자신이 시작한 작은 공방.. 2019. 11. 29.
조카가 건넨 뜻밖의 선물에 감동받은 남편 한국에서 첫날, 엄마와 동생, 언니가 기다리고 있는 조카네로 갔다.이제 태어난지 50일이 갓 넘은 신생아를 보러 가는데 기분이 묘했다. [ 당신은 이모할아버지야, 나는 이모할머니] [ 하버지? ] [ 응 , 할아버지 ] [ 당신도 할머니야? ] [ 응,,나는 이모 할머니..] 나도 이모할머니가 된 게 실감이 나지 않았고 깨달음 역시도 갑자기 할아버지가 된다는 걸 생소하고 낯설어했다. 깨달음이 이 조카를 처음 만난 건 우리가 결혼전 도쿄에서였는데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되고 직장을 다니며 그리고 결혼을 하고 이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 아이를 보기 위해 우린 이번에 한국에 간 것이였다. 얌전히 누워있는 아이를 지긋히 바라보는 깨달음.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물으니까 사춘기때 만났던 조카가 이젠 엄마가 되.. 2019. 10. 20.
한국에 가면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 동생에게 부탁할 게 있어 전화를 했다. 마침 저녁시간이여서 조카와 제부가 식사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는데 불쑥 [ 처형, 형님에게 잘 해주십시요~] 라는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 제부가 지금 나한테 깨서방한테 잘해주라고 하는 소리야? ] [ 응,,옆에서 괜한 소릴 하네..] [ 잘 하고 있다고 전해 줘~] 동생과 통화를 끝내고 깨달음에게 제부가 통화중에 그런말을 했다고 하니까 역시 자기를 생각해주는 사람은 동생뿐이라며 흐뭇해했다. 우리 제부는 깨달음을 좋아한다. 아니 깨달음도 제부를 아주 좋아한다. 나이차이가 별로 없는 형부들보다는 나이가 가장 어린 제부와 잘 통하는 듯했다. 한국어를 못하는 깨달음과 일어를 못하는 제부가 뭐가 잘 통한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말하지 않아도 우린 알 수 있다고 둘.. 2018. 4. 13.
일본 여행시 미리 알아두면 좋은 6가지 [ 언니,,소포를 또 보냈어~미안하게.. 이제 보내지마, 맨날 받기만 하니까 미안하잖아,,근데 우리 애들이 일본 이모 최고라고 곤약젤리 먹고 싶었는데 어떻게 알고 보내줬다며 너무 좋아했어.고마워~] [ 그래? 다음에 또 보내줄께, 그리고 소포 보내는 건 내 취미생활이야~ 그냥 내 버려 둬~못하게 하지마~] [ 아이고,,,언니 마음은 아는데 언니는 뭐 못 보내게 하잖아,,우리만 받으니까 미안해서 그러지.언니, 김치 좀 보내 줄까?] [ 아니,,많이 있어~보내지 마 ] [ 그것 봐,,뭐든지 필요 없대.. 근데, 언니,우리 가족 애들방학하면 오사카 가는데 괜찮을까? ] [ 뭐가?] [ 작년에 초밥집에서 한국인한테 와사비테러 하고 그랬잖아] [ 아,,오사카 사람들이 좀 거친 건 있어.. 우익들이 많은 곳도 그쪽.. 2017. 7. 14.
일본 재류 외국인을 위한 피난처. 사이타마캔 후지미노시(埼玉県ふじみ野市)에는 일본에 재류중인 외국인을 위한 후지미노 국제문화센터가 있다. 일본에 재류중인 외국인들의 카케코미테라 (駆け込み寺)역할을 하는 센터이다. 가케코미테라 (駆け込み寺)는 에도시대에 바람난 남편이나 강제 결혼에 시달린 끝에 도망 온 여자를 도와 안전하게 숨겨주는 특권을 가졌던 절을 뜻하며 요즘은 힘들고 약한 약자들을 보호하고 도와주는 피난처와 쉼터의 역할을 하고 있는 센터, 협회 등을 통들어 뜻한다. 2013년, 법무성 통계에 의하면 일본에서 거주중인 재류외국인수는 165만 6천명을 넘어 가고 있다. 그 많은 외국인들이 이곳 일본에서 정착하기에 필요한 일반적인 생활습관, 문화, 언어, 행정처리등등 알아가고 익혀가야할 사항들, 그리고 거기서 오는 갈등, 트러블, 불편함 .. 2015. 3. 2.
그곳이 어디든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다 집에 바로 들어올 생각이였는데 깨달음이 노래방 가자고 어깨를 툭 쳤다. 난 술을 마시지 않았고 깨달음도 그렇게 술이 취한 상태는 아니였지만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 가는 곳도 늘 정해져 있다. 미얀마인이 경영하는 가라오케가 딸린 주점이다. 이곳에 간다고 해서 늘 노래 부르기를 목적으로 가진 않는다. 마마와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옆 테이블에 있는 손님들과 농담을 하기도 하고, 얘기가 깊어지면 상담을 들어 주기도 한다. 미얀마에 특별히 인연이 있어서도 아니고 그냥 나도 그렇고 깨달음도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하다는 이유여서이다. 손님의 90프로가 미얀마인이여서 이 가게에서 우리부부는 아주 가끔 이상한 시선에 휩싸일 때도 있다. 오늘도 우리 빼놓고 모두 미얀마인이였고 여자분 두 분만 태국분이였다. 우리가 이 가게.. 2015. 1. 23.
일본 속 외국인 범죄자가 늘어가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다카다노바바역에 사복경찰 두 명이 서성거렸다. 이곳 다카다노바바역은 신주쿠나 시부야처럼 번화하진 않지만 근처에 와세다 대학및 전문학교, 어학원이 많다보니 20대 학생들 거리라 할 수 있다. 일본어 공부를 하기 위해 온 세계각국의 외국인 학생들도 많다. 개찰구에서 나오는 승객들 중에 외국인처럼 보이는 남녀에게 민첩하게 다가가 자신의 신분을 알리는 경찰 뺏지를 슬쩍보여주는 듯하더니 외국인들이 늘 소지하고 다녀야 할 재류카드 제시를 요구하고 있었다. 한 여자분이 아주 불쾌한 표정을 하고 돌아서며 일본사람도 구별 못하냐고 짜증을 냈었다. 외국인처럼 보이는 일본인, 일본인처럼 보이는 외국인이 많다보니 헷갈렸는지 자국민에게 재류카드 제시를 요구했었는지 그녀 얼굴이 많이 일그러졌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2014. 6. 25.
20대에게 들려준 어설픈 어드바이스 대학원 동기인 조선족 친구(남자)에게서 오랜만에 식사나 같이 하자는 연락이 왔다. 학교 때부터 허물없이 지내서인지 지금도 서로 속내를 털어 놓는 사이다. 약속 장소에 나갔더니 조카랑 같이 나와 있었다. 일본에 온지 한 달 된, 아주 귀엽게 생긴 22살의 여학생이였다. 지금은 일본어 어학원에 다니고 있고, 중국에선 광고학을 전공했단다. 일본어를 어느정도 마스터하면 출판계통에서 일을 하고 싶단다. 친구가 추천한 음식들이 차례차례 나오고,,,, 오늘 이렇게 자릴 마련한 것은 자기 조카에게 청춘을 즐길 수 있는 삶의 방식이나 조언 같은 걸 해 줬으면 해서 마련한 것이였단다. 왜 그걸 나한테 부탁하냐고 그랬더니 자긴 혈육이여서 냉철한 조언이 잘 안 되고 남자여서인지 여자들에 마음을 잘 모르겠고, 자기 말은 귀담아.. 2014.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