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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사랑14

2년만에 시부모님을 뵙던 날-2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린 다시 시댁으로 이동했다. 전날 아버님이 부탁했던 것들을 좀 더 찾고 그것들을 아버님이 계시는 요양원으로 보내드리기 위해서였다. 아버님이 마지막까지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하셨던 것은 두 자식들의 성장이 담긴 앨범이였다. 당신 죽기 전까지 실컷 보고 싶다면서 깨달음에게 부탁을 했었고 그 외에 물건들은 모두 필요 없다 하셨다. 취미로 즐기셨던 사진 찍기를 위해 애지중지 하셨던 고가의 카메라도 다 버리라 하셨다. 꼭 남기고 싶은 게 그거뿐이냐고 두 번이나 깨달음이 물었지만 단호하셨다. 그래서 앨범을 찾기 위해 이층에서 아버님 책상 서랍을 꼼꼼히 살펴 사진들을 모았었다. 깨달음이 사진첩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어머님 옷장 서랍에 것들을 모두 꺼내 처리하기 편하게 봉투에 넣었다. 내가 결혼을 .. 2021. 10. 14.
남편이 매일 사 오는 것들 결혼을 하고 신혼때부터 깨달음은 퇴근하는 길에 뭔가를 사들고 왔다. 신기해서 왜 사오냐고 물으면 당신이 좋아하는 거니까라고 말할 때도 있고 맛있게 보여서라던가 세일하길래라는 이유를 댔었다 결혼 10년을 향해가는 지금까지도 깨달음은 변함없이 빈 손으로 들어오질 않는다. 주로 과일을 위주로 사가지고 오는 편인데 배추와 무를 사 온 날은 약간 황당해서 뭐 먹고 싶은 게 있었냐고 물어봤더니 깍두기가 더 떨어질 건 같아서 사왔다고 했다. [ 배추는 왜 샀어? ] [ 음,,겉절이하면 맛있잖아,,] [ 겉절이 먹고 싶었어? ] [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배추는 나물도 할 수 있고 뭐든지 해 먹을 수 있으니까 샀어 ] 회사를 나와 역 지하 백화점이나 옆 건물 상가에서 사온다는데 그래서인지 식빵을 사올 때도 있.. 2020. 9. 24.
남편에게서 시아버지가 보일 때 시부모님이 계시는 요양원 근처에 있는호텔에서 잠을 자고 일어난 우린 도쿄로 돌아오기 전에 다시 인사를 드리러 갔다.하룻밤 더 있으면서 못다한 집안정리를더 해야하는데 시간적으로 여의치않았다.때마침 아침 식사를 하러 가시려는 중이여서기다리려고 하는데 아버님이 당신은 식사를안 해도 된다면서 방으로 다시 휠체어방향을 돌리셨다. 전날 못 드린 것들을 전해드리고 깨달음이 앞 마당에 핀 꽃들, 그리고 금귤이 얼마나 열렸는지 사진으로 보여드리며 설명을 했다. 그리고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밤쿠엔을 드렸더니전날 우리들이 사다놓은 먹거리들도많은데 뭘 또 사왔냐며 미안해 하셨다.[ 빨리 가거라. 그리고 고맙다 ][ 아버님, 또 올게요 ][ 그래,,케이짱,,내가 고마워하는 거 알지? ][ 아버님, 이제 그런 말씀 마세요자주 못 .. 2019. 5. 17.
일본인 남편이 생각하는 부모의 역할 갑자기 후배가 일본을 찾아 왔다.아이와 남편은 두고 혼자서 밤비행기를 타고왔다가 예전에 아이가 다녔던 학교도 가보고교회, 그리고 동네 커피숍에서 커피도 마시고한가한 시간을 보내다가 막상 다시 한국으로돌아가려고 했더니 나를 만나야겠다는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 와인 한 잔 더 할래? ][ 응, 오늘은 취하지도 않네 ]생각할 것도 많고, 그냥 답답한 마음에서훌쩍 떠나왔는데도 별다른 답이 없다며와인잔만 만지작 거린다. 고등학교 1학년 여고생을 준 후배는 딸의 장래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아이를 생각해서 이민을 가는 게 좋을지,유학을 보내는 게 건 나은지...아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고 섣불리 진로를 꿈을 쫒으라는 말도 못하고,무작정 아이에게 맡기는 것도 그렇고머릿속이 많이 복잡하다고 했다.결국엔 아이가 .. 2019. 5. 1.
일본 시부모님을 존경하는 두가지 이유 택시를 기다리며 우린 아무말이 없었다.지난달 시부모님이 옮기신 노인 홈은 생각했던 것보다 좀 거리가 떨어진 곳에위치하고 있었다.[ 어머니, 아버님, 저 왔어요] [ 오,,케이짱 왔구나,,추운데 오느라고생했지? 차는 많이 막히지 않더냐? ][ 네..조금 막혔는데 괜찮았어요 ][ 설 연휴에는 다들 놀러 가는데 너희들은 또 이렇게 멀리까지 오느라 고생했구나.. .][ 어머님, 그리고 아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올 해도 건강하시구요~][ 응,,고맙다,, 올해는 너희들도 아프지 말거라.. ][ 아버님, 이곳은 어때요? 지난번 계셨던병설요양원에 비해 괜찮아요? ][ 음,,, 그냥,...특별히 달라진 건 없단다 ][ 뭐,,불편한 거 있으면 말씀해 보세요~][ 그냥, 만족하며 살고 있어. 곧 저 세상에 갈 건데 .. 2018. 1. 5.
노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 나고야에서 올 해 마지막 미팅과 송년회가 있어깨달음이 출장을 떠났다.언제나처럼 신칸센을 탔고 점심을 먹고 있으며 미팅을 시작했고 지금은 술을 마시고 있다는 보고?를 사진과 함께 내게 보내온다.그리고 다음날 일찍 깨달음은 시댁에 들렀다. 집에 도착해 닫아 둔 불단에 촛불을 켜고조상님께 기도를 드리고 혼자서 집안 정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면회시간 맞춰 요양병원에 가서는 부모님들을 뵙고 오후에 다시 도쿄로 돌아왔다.그런데, 오늘 아침, 소포 두개나 도착을 했고열어봤더니 시댁 물건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주방 살림뿐만 아니라 식료품까지 생각치도 못한 물건들이 하나가득이였다. 타올, 세재, 반찬통, 밥그릇, 쟁반, 식용유,양말, 주전자, 젓가락, 장갑, 호일, 랩, 된장,참기름, 비누, 지퍼팩, 쓰레기 봉투, 생선.. 2017. 12. 8.
일본에서 노키즈존이 급증하는 이유 최근, 일본 오카야마현에 위치한 한카페에서 유아를 동반한 손님을 받지 않겠다는노키즈존(子連れお断り)을 트위터에 올렸다.이 커피숍의 점주는 손님이 가고 나서 청소를 하다가 구멍 뚫린 창문과 찢겨진 창호지가 구석 화분 뒤에 숨겨져 있는 걸 보았다.아무말 없이 사라진 손님에 대한 태도에충격이였다는 점주는 변상을 하라는 것이 아니고 가실 때 한마디라도 해줬으면 괜찮았을 거라며그런 이유로 당분간 오후 5시까지는 0세를 제외한미취학 아이를 동반한 손님은 입점을 거절하겠다는 안내문을 가게 앞에 붙혔다.그 후, 찬반여론이 일었고 때와 장소에 따른의견들이 달라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팽팽하게맞서고 있는 상태이다. 실은, 노키즈존이 생기기 전부터 전철 안의 유모차나 공공장소에서 떠드는 아이들을 내버려 두는 자녀에 대한 과잉.. 2017. 9. 6.
일본 시어머니가 내게 전해주신 말씀 깨달음은 아침도 먹지 않고 일찍 나고야행 신칸센을 탔다.미팅시간이 빠른 것도 있었지만제일 중요한 지친사이(地鎮祭)에 참가하기위해서였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안전하고 무사히 마무리 되길 바라는 마음에 제(고사)를 올리는 [안전기원제]이다.좀더 상세히 설명하면 토지를 이용하겠다는토지신, 땅신에게 허락을 받는다는 토속의식의 하나이다.이 제를 올리기 위해서는 길일을 택하고상에 올릴 공제품들을 준비해야한다.칸누시(神主-신을 부르는 사람)가 토지신에게건축업체와 설계자, 관련업체 등의 회사명을차례로 부르며 보고를 드리고땅의 동서남북 네 곳 모퉁이에 청대나무를 세워소금이나 쌀을 뿌리고 중앙 단상에는 술, 물, 쌀, 소금, 야채, 과일, 생선 등을 차려 제를 지낸다.건물이 크면 클수록 성대하게 제를 올리고 일반주택을 .. 2017. 4. 10.
일본 시부모님이 새해에 늘 하시는 일 [ 어머님, 저희 왔어요] 안방에 계시던 아버님이 우리들을 보고 아이처럼 활짝웃으신다. [ 왔구나,,아침부터 오느라 고생했지?] [ 아버지, 어머니는 어디 계셔?] [ 주방에 안 계시냐?] [ 응, 안 계시네, 엄마~~] 깨달음이 아이처럼 시어머니를 부르자 앞마당 쪽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둘이서 얼른 달려가봤더니 어머님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마당 귀퉁이로 들어가고 계셨다. [ 아,지신(땅의 신)에게 새해 인사하는 거구나] 내가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자 깨달음이 얼른 설명해 주었다. [ 새해에는 저렇게 모든 신에게 인사를 해야돼 지신과 물신에게 올해도 잘 부탁드린다는,, 내가 어릴적부터 저렇게 하셨어,,] 어머님이 펌프쪽에 가서도 두 손을 모아 기도하시는 동안 우리는 얌전히 뒷편에 서서 기다렸다. 기도를.. 2017. 1. 4.
못다 부른 아빠 이야기 아빠가 치매 진단을 받은 건 16년전이었다. 내가 일본 유학을 오기 전 마지막으로 모시고 갔던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해마다 한 번씩은 한국에 가려고 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아빠가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건 진단을 받고 8년 후였다. 한국에 갈 때마다 병실에 누워 계시는 아빠 얼굴에 내 얼굴을 갖다 댔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아빠가 싫어하셨다. 그래도 난 사랑에 굶주린 아이처럼 아빠의 볼을 만지고 아빠의 이마와 귓가에 뽀뽀를 해드렸다.“엄마, 아빠 냄새 그대로다.”“그대로냐? 오늘 샤워도 안 시켰는디 냄새 안 나냐?”“응, 지금 아빠 냄새가 너무 좋아.”어릴 적에 맡았던 아빠 냄새가 병상에 계셔도 그대로인 게 신기할 정도였다. 우리 아빤 술, 담배도 못하셔서 친구들과 어울려 .. 2016. 11. 1.
한국 시장에서 남편이 보았던 것 지난, 5월 엄마와 함께 다녀왔던 여수에서 사 온 쥐포가 두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그 동안 냉동실에 넣어두고 아끼고 아껴 먹었던 깨달음이 오늘은 마지막으로 남은 쥐포를 구워달라고 했다. 예정대로라면 한국에 가서 또 몽땅 사 올 생각이였는데 그러질 못하니그냥 포기하고 먹기로 한 듯 했다. [ 맛있지? ] [ 응, 역시, 한국산 아니면 안 돼! 좀 비싸도 맛이 이렇게 다르잖아, 진짜 맛있어... ] 우린 한국에 갈 때마다 재래시장에 들른다. 사야할 물건이 있어서도 하지만 나도 그렇고 깨달음 역시 시장가는 걸 좋아한다. 시장에 할머니들이 나물들을 바구니에 올려놓고 열심히 다듬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해 온다고 한다. 시금치도 깨끗이 정리해서 가지런히 놓고 완두콩도 까서 예쁘게 한 그릇 올려 놓고 머리에 .. 2016. 10. 19.
시아버지의 병문안을 다녀오며,,,, 집에 들어와 정신없이 깨달음 속옷과 자켓을 가방에 구겨넣은채로 택시를 타고 동경역으로 향했다. 나쁜 생각은 하지 않을거라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깨달음과 통화를 한 뒤, 다시 쉼호흡을 했지만 오늘따라 자꾸 걸리는 신호에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있는 내가 있었다.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던 다음날, 서방님께 전화가 왔었다. 아버님이 입원을 하셨다고,,,, 감기 기운이 있어 약을 드셨는데 기침이 낫질 않아 늘 마시던 양보다 좀 더 많이 복용을 한 탓에 원래부터 약했던 심장에 무리가 갔고, 기침으로 인해 기관지천식이 다시 발생하여 호흡곤란이 왔고 과다호흡을 하다 위험해서 구급차를 불렀고,,,, 입원을 하셨단다. 전화를 받던 그 날은 괜찮다고 좋아졌으니 굳이 올 필요까진 없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에 어머님이 전화를 하셨다... 2016. 1. 27.
엄마를 부탁해-1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지난 주 엄마 생신날 통화하고 일주일 만이다. 뭐하시냐고 물었더니 그냥 테레비 보고 계신단다. 건강은 어떠신지, 뭐 드셨는지, 감기 조심하라고, 그리고 차 조심하시라고,,,늘 전화해서 하는 소린 같다. 엄마에게 전화할 때면 되도록 깨서방이 있을 때 해서 깨서방 목소리도 들을 수 있게 하는데 오늘은 그냥 아무 생각하지 않고 전화를 걸었다. 후배가 주고 간 영화 [ 님아 저 강을 건너지 마오 ]의 영상들이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였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돌아가신 우리 아빠가 떠오르기도 하고,,,홀로 남은 할머니.. 홀로 계신 우리 엄마가 눈에 자꾸 어른거려 그냥 무작정 전화를 걸었던 것 같다. 전화통화를 했지만 영화의 잔영 때문인지 왠지모를 애달픔과 죄책감에 기분이.. 2015. 3. 16.
한국 엄마들에게 아들이라는 존재 동생과 전화통화를 하다 엄마가 서울에 올라오셨다는 걸 알았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한 번도 혼자서 서울까지 가신 적이 없는데 느닷없이 올라오셨다고 한다. 언니네랑 같이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하시다가 2박 3일 하고 가셨단다. 가시고 난 후, 두자매가 느낀게 엄마가 외로움을 많이 타고 계신 듯하다고 그렇게 자식들이 놀러 오라고 해도 절대로 안 오셨던 분이 혼자 KTX타고 서울까지 오신 것 보니 혼자 계신게 상당히 힘드신 것 같다고,,, 우리 엄마,,,, 아빠를 떠나보내신지 3년이 지나간다. 자식을 다섯씩이나 낳으셨지만 딸들은 다들 서울에서 살고 아들 하나는 같은 지역에 살아도 늘 거리가 있고,,,,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깨달음이랑 동생네 가족이 아침 식사를 할 때 일이였다. 제부가 엄마에게 명절도 아닌데 .. 2014.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