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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17

요즘 남편의 하루는 이렇게 바뀌었다. 예배를 마치고 점심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며 터벅터벅 걸어 나오다 역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결정했다. 늘 지나칠 때마다 분위기가 괜찮아 한 번쯤 와봐야지 했던 곳이었다. 호텔 로비엔 외국인들이 체크인을 하려고 길게 줄이 서 있었다. 샐러드를 먹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깨달음이 여기 사우나가 있는지 검색을 하다가 한국 찜질방 같은 곳에서 하루종일 땀을 빼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자주 애용하는 암반욕 사우나도 좋지만 한국처럼 여러 방으로 나눠진 곳에서 땀을 빼면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요즘 깨달음은 많이 바쁘다. 작년 연말, 깨달음 회사를 앞으로 맡아야 할 야마무라(山村) 상이 심부전 진단을 받았고 그 직원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자기가 일을 대신 하다 보니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도면을 수정하고 체크하.. 2023. 2. 12.
요즘 일본 여성의 이미지 내가 한국에서 돌아오길 누구보다 기다렸던 시무라(志村) 상을 오늘 만났다. 3년 전에 한국 통장에 넣어둔 현금을 인출해 달라고 부탁을 해왔던 시무라 상은 내게 한국어를 배웠던 분이다. 본인이 직접 한국에 가서 해야 하는데 건강상 이유로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며 내게 간곡히 부탁을 했었다. 은행에서 인출한 현금과 통장, 그리고 한국에서 사온 조미김과 마스크를 건네자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 케이짱도 오랜만에 한국 가서 바빴을 텐데 내 일로 시간 썼지 ] [ 아니에요. 저도 은행 갈 일 있어서 겸사겸사했어요 ] 주문한 음식을 먹으며 그녀는 한국에서 뭘 먹고, 뭘 했는지 말해달라고 했다. 시무라 상은 한국 드라마를 계기로 한국에 흥미를 가지고 한국어까지 배웠다. 매년 한국에 가서 쇼핑도 하고.. 2022. 10. 27.
남편의 이상형은 이 여배우였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秋分) 이곳 일본은 추분의 날이 공휴일이다. 이날은 지난 추석(8월15일)에 고향에 못 갔던 사람들이 고향에 내려가 성묘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대부분은 실버위크를 즐기기위해 방방곡곡으로 여행을 떠난다. 우린 태풍이 도쿄 쪽을 지나고 있어서 얌전히 집에 있기로 했다가 날씨가 좋자 치가사키(茅ヶ崎)에 있는 호텔을 보러 가기로 했다. 지금 리조트 호텔 디자인중인 깨달음은 의뢰인이 한 번씩 언급했던 호텔들을 빠짐없이 탐방하고 있는데 이곳은 인스타에 자주 올라와 젊은 층에 인기가 있다고 했다. 타깃이 젊은 층은 아니지만 핫한 느낌에 디자인이 필요치 않냐는 한마디가 계속해서 신경 쓰였다고 한다. 난 근처 커피숍에서 달달한 팬케익을 먹으며 기다리고 있는데 근처 다른 호텔도 몇 군데.. 2022. 9. 24.
요즘, 남편이 자주보는 유튜브 코로나 감염자가 10만을 넘으며 우린 집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책을 읽거나 런닝머신을 타기도 하고 낮잠을 자기도 하며 자유로우면서도 약간은 지루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아침부터 깨달음은 거실과 자기 방을 왔다 갔다 했고 어렴풋이 노랫소리도 나고 영화 속 총소리 같은 것도 들려와 부산스러웠다. [ 깨달음,,뭐 해? 드라마 안 봐? ] [ 다 봤어 ] [ 그 학생이 좀비 되는 거 지금 인기래 ] [ 벌써 봤어.] 넷플릭스에서 인기있는 영화, 신착 드라마는 주로 퇴근해 저녁을 먹으면서 시작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약 5시간씩 시청을 하다 보니 웬만한 드라마도 2, 3일 정도면 모두 보고 만다. 그런데 요즘, 넷플릭스에 불만이 생겼는지 역사를 기반으로 한 사극 드라마가 생각보다 너무 없어서 예전의 n.. 2022. 2. 7.
갑자기 한국 이름을 만든 깨서방 5년 전 사서 딱 한번 사용했던 재봉틀을 버리기엔 약간의 미련이 남았지만 그냥 스티커를 붙였다. 여름용 좌식의자도 너무 멀쩡한 상태이지만 버리기로 했다. 깨달음은 오전 내내 자기 방에서 도면을 치느라 거실로 나오지 않았고 난 쓸데없는 것들, 아니 3년이상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들을 정리했다. 마음이 심란하고 생각들이 얽힐 때면 머릿속을 비우고 싶어 청소를 하거나 무언가를 비우고 정리를 하다 보면 버리다 보면 어느샌가 머릿속도 비워져 개운해진다. 버리고 싶은 게 너무 많았지만 적당히 골라 재활용품을 내놓으러 밖으로 나가면서 미니멀 라이프까진 아니라도 호텔처럼 심플하고 깔끔하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또 했다. 깨달음은 나와 반대로 잡다구리 한 물건들이 많고 버리지를 못해 보고 있으면 차곡차곡 채워진 상자들에 .. 2021. 11. 15.
일본인이 한국 라면을 먹을 때 2주 전부터 깨달음이 코리아타운을 한 번 가자고 했지만 난 가야 할 이유를 찾지 않았다. 그곳에 가야만이 살 수 있었던 한국식재료나 냉동식품들이 요즘은 웬만한 대형마트에 가면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산 고춧가루를 비롯해 냉동만두, 김치까지 한국 브랜드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조선된장, 조선간장, 액젓처럼 코리아타운에서 구입해야 할 것도 분명있다. 특히 깻잎, 애호박, 호박잎, 시래기처럼 구하기 힘든 채소들은 그곳에 가야 하는데 요즘은 깻잎이 먹고 싶을 땐 오오바(大葉)로 애호박은 즈끼니(ズッキーニ)로 대신해서 요리를 하곤 했다. 그래서도 특별히 가야할 일이 생기지 않았다. [ 깨달음, 왜 가려는 거야? ] [ 그냥,, 심심해서..] [ 뭐 살 거 있어? ] [ 아니.. 없는데.. 그냥 오.. 2021. 5. 21.
우린 권태기가 아니였다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어서인지 산책 나온 사람들이 거의 없다. 햇살이 있는 동안 얼른 다녀오자며 우산을 챙겨 나왔다. 서쪽하늘엔 먹구름이 서서히 몰려오고 있었다. 공원을 한 바퀴 돌아오는 동안 우린 말이 없었다. 곧 장마가 시작될 거라는데 뭘 준비해야 하나,, 물먹는 하마를 몇 개 더 사둬야겠고,, 또 오늘 저녁메뉴는 뭐가 좋을지 그런 생각들을 하며 걸었다. [ 역시 숲이 있으니까 공기가 다르지? ] [ 응 ] 짹짹거리는 새소리 사이로 깨달음이 말을 걸었다. [ 깨달음,,저녁은 뭐 먹고 싶어?] [ 오코노미야끼 ] [ 그래..알았어. 저기 다리 건너 마트에서 장 보고 갈까? ] [ 응, 알았어 ] 대화는 늘 이렇게 끝난다. 요즘 들어 부쩍 우린 대화가 짧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도 아닌데 아주 단조로워졌.. 2021. 5. 17.
한국 드라마가 남편에게 미치는 영향 집 근처로 꽃구경을 나왔다. 벚꽃이 만개하고 거리에 사람들이 늘어나며 감염자 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걱정을 안 할 수 없어 올 해도 그냥 꽃구경은 내년으로 넘길 생각이었는데 집 앞 공원이라도 다녀오자는 깨달음 제안에 흔쾌히 따라 나섰다. 흐드러진 벚꽃 틈 사이로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진다. 이번 주말이면 꽃들이 질 것 같다며 조심스레 꽃망울을 만져보던 깨달음이 갑자기 흔들어 보고 싶다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사람들이 많다며 바로 포기했다. 그것도 잠시, 사람들 발길이 뜸해지자 떨어지는 꽃잎을 잡고 싶다며 다시 아이처럼 껑충껑충 뛰어오르기를 몇 번했다. [ 깨달음, 그만해,, 사람들이 쳐다봐 ] [ 정말 따는 건 아니야, 떨어지는 걸 기다리는 거야, 그냥 갑자기 도깨비 생각이 나서 해 봤어 ] 지난.. 2021. 3. 29.
일본속, 신한류 붐은 일고 있었다 내 주변의 일본인 친구, 동료들 중, 서너 명은 예전부터 한류에 빠져 있었다. 원조라 말하는 배용준 시절의 한류 1세대부터 지금의 BTS까지 다양하게 한국문화를 발 빠르게 접하고 공유하며 즐긴다. 그중에서 가장 최근에 한국의 매력에 빠진 사람은 같은 장애협회에서 만난 나카지마 상이다. 그녀는 특히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 사극, 멜로, 복수 등 장르불문, 모든 드라마를 즐겨본다. 내게 [ 사랑의 불시착]을 보라고 권했던 것도 나카지마 상이었고 꼭 봐야 한다고, 제발 봐주라며 귀찮을 정도로 추천을 했었다. 그런 나카지마 상이 어제도 내게 코로나가 끝나면 꼭 자기와 한국에 가자고 했다. 나카지마 상은 일본을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는 40대 초반의 미혼이다. 결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는 그녀는 나를 볼 때마.. 2021. 3. 7.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산다 집 근처 우체국은 영업시간이 끝난 상태여서 본점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시부모님이 계시는 요양원에 보내드릴 소포를 들고 줄을 서 있는데 우편물 취급이 일시정지된 나라가 적힌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항공편은 되고 선편은 되지 않는 나라, 선편은 되지만 항공편은 안 되는 곳 등,, 지구촌 곳곳을 코로나가 점령하고 있다는 끔찍한 생각이 잠시 들었다. 우체국을 나와 자전거로 근처 강둑을 한 바퀴 천천히 돌았다. 외출도 삼가야 하는 긴급사태 선언 중이다 보니 일을 보러 가끔 집 밖을 나가게 되면 그냥 공원 주변이나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곳을 찾아 배회하듯 걷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보기도 한다. 집에 들어서자 깨달음이 거실에 놓인 박스를 가리키며 카나마루(깨달음 대학 동기)가 보낸 .. 2021. 1. 23.
주말에 남편이 누리는 유일한 즐거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코로나 감염자수가넘쳐나며 정부측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이 늘어나고 있다.외출자제, 스테이홈, 영업시간 단축, 그리고감염자 수를 증가시킨 원인이 된 캠페인, 고투트레블,(Go to travel) 고투잇(Go to eat)을일단 중지해야한다며 바삐 움직이고 있다.고투 캠페인이 막 실시 되었을 때 우리도 재빨리 30%의 할인을 받아 두 곳을 예약했다가 그쪽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감염자가 늘어나자 모두 취소를 했다. 이왕에 참았으니 조금만 더 참았다가 코로나가종식되면 편하게 다녀오는게 낫지 않겠냐고서로를 위로하면서, 한편으론이런 시국에 할인혜택 받을 수 있으니좋다고 가려했던 게 참 어리석고안일했음을 느꼈다. 하루 감염자수가 도쿄에서만 500명이 넘어가면서부터우린 다시 불필요한 외출과 외식을 .. 2020. 12. 15.
남편을 잠 못들게 하는 한국 드라마 깨달음은 늘 새로운 상업시설이나 맨션, 빌딩 등이 완공되면 꼭 견학을 간다. 자신의 회사와 관련이 없다하더라도 자신의 일과 밀접해 항상 견학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해외에 나가서도 직원들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건축물 찾아 다니며 사진 찍으러 다녔기에 지금은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난 6월에 오픈한 맨션과 상업시설들을 보러 다녀왔다. 타워맨션과 함께 주변의 시설들이 하나로 조성된 단지를 이루고 있었다. [ 주상복합 스타일이여서 영화관도 있고 레스토랑도 많아서 구성이 좋네, 주변에 유치원, 초등학교가 있어서 30대 40대 부모를 타켓으로 지은 것 같애. 근데..가격이 좀 있네...] 나한테 하는 얘기겠지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깨달음은 여기저리 둘러 보았다. 날이 쌀쌀한데도.. 2020. 10. 26.
남편의 휴일보내기를 지켜 보면서 깨달음이 기다리고 기다린 송강호 주연의영화 [ 기생충]을 보러 나왔다.퇴근을 하고 오느라 서로 늦은 저녁시간대에 만났다.티켓을 발권기에서 받고 깨달음은 바로팝콘을 큰 사이즈로 사왔고 좌석에 앉아 스탭이 나눠준 찌라시를 열심히 읽었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과 인터뷰 내용이 실려있었다.영화가 시작되고, 긴장감 속에숨을 죽여가며 팝콘 소리를 최대한 나지 않게 입안에서 오물오물 녹여 먹는 모습이 웃겼다.영화가 끝나고 식사를 하러 가서 영화평을물었더니 좀 쇼크였다면서 정서적으로 동양인들은이해할지 몰라도 서양인들은 이해하기 힘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일본 영화 [어느 가족]를 보고 내가 너무 일본스럽고,일본이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고일본인들의 인간상을 함축해 놓은 영화라고 평가했던 것처럼 그 나라를 어느.. 2020. 1. 14.
일본인 남편도 주말은 이렇게 보낸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우린 산책겸 운동을 나갔다.내가 먼저 달리기 시작했고 산책로 끝에서만나기로 했는데 도통 깨달음이 보이질 않았다.한국은 벚꽃이 한창인 것 같던데 이곳은2주전에 만개를 했고 지금은 야들야들한선홍빛 잎들이 모두 져버리고 푸른 이파리들이 보이고 있는데 이 산책길엔아직도 반 이상 벚꽃이 머물러 있었다.일본인답게 벚꽃을 너무 좋아하는 깨달음에게 보여주려고 이름을 몇 번 불러도 조용하다. 지난주까지 없던 수상보트가 눈에 띄는 걸 보니여름이 꽤 가까이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깨달음은 어딨는지 카톡을 해봤더니 집으로 돌아갔단다. 배탈이 난 것 같다고,내 운동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레스토랑에서 만나잔다. 알겠다고 답을 하고혼자서 쉬엄쉬엄 산책을 하면서 주말이 주는 달콤한 휴식을 만끽하며 벤.. 2019. 4. 15.
한일커플, 결혼 8년째 맞이하는 남편의 각오 건배를하며 깨달음이묻는다.[ 결혼 기념일에 어디 갈까? ][ 아무곳이나,,][ 뭐 갖고 싶어? ][ 생각해 볼게..당신은? ][ 나는 없어..][ 벌써 8년을 맞이하는데 기분이 어때? ][ 별,,느낌 없는데..][ 나도 별로 없어..]10월 2일이면 우린 결혼 8년째를 맞이한다.세월도 빠르다... [ 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우리는 지금도 왜 맨날 싸울까?..]내 질문이 대스럽지 않은듯 [ 그러게..우린 싸우면서정 드나봐..]라고 답했다. 우리 화제를 바꿔 지난주 깨달음이 잠시출장을 다녀오며 시부모님께 들었을 때의얘기를 나눴다.별다른 변화 없이 잘 계시는 게 고맙고어머님은 여전히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옷을입고 계셨고 아버님은 딱딱한 센배가 드시고 싶다고 해서 마트에게 간식거리를많이 사드리고 왔다고.. 2018.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