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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6

시부모님 1주기, 모든 걸 덮었으면 좋겠다 늘 그렇듯 우린 아침 일찍 신칸센을 탔다. 전날 잠을 설친 탓인지 아침부터 더운 탓인지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서방님에게서 시부모님 1주기를 한다며 날짜를 알려온 온 것은 2주 전이었다. 우리 스케줄도 묻지 않고 통보만 해 오는 서방님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냥 그러러니하자 했다. 시부모님도 두 분 모두 돌아가시고 서방님을 볼 날이 앞으로 얼마나 있겠냐 싶은 것도 있고 언제가 될지 모를 마지막까지 가족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나만의 인간관계 마무리를 유지하고 싶었다. 나고야에 도착해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뛰는데 등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깨달음도 땀 범벅이 된 채로 버스에 올라타 바로 쓰러지듯 잠을 청했다. 배가 고파왔지만 점심을 먹을 시간이 없었고 버스안에서 뭘 먹는.. 2023. 7. 10.
시부모님의 유산과 시동생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우편함에 들어있는 소포상자를 꺼내 깨달음 방에 두었다. 서방님에게서 온 것이었는데 묵직한 게 두꺼운 책이 들어있는 느낌이였다. 그렇지 않아도 서방님이 지난주 깨달음에게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들어놓았던 보험 증서를 회사로 보내왔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회사가 아닌 집으로 뭘 보낸 건지 약간 궁금하기도 했지만 시댁일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던 터라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퇴근하고 돌아온 깨달음에게 저녁을 차려주고 난 할 일이 있어 내 방에서 파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일을 그만두어도 직책만 없어질 뿐 보란티어로 앞으로도 얼굴은 계속 보고 지내야 하기 때문에 마무리도 깔끔하게 뒷정리를 해야 했다. 내가 원하고 노력해서 쓰게 되는 감투는 감사하지만 어쩌다 보니 얻게 된 감투는 늘 내 .. 2023. 3. 23.
돈 앞에선 일본인도 다 똑같다 -2 우린 결혼 초부터 서로의 스케줄을 공유하는 편이어서 대략 그 사람의 행동반경을 유추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다. 도쿄를 벗어난 미팅이나 출장은 물론 웬만한 약속들도 대충 알고 있다. 굳이 알아야한다고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자연스레 상대의 스케줄을 얘기하다 보면 조율하기가 편한 게 사실이다. 이곳은 오늘까지 연휴였는데 난 긴자(銀座) 쪽에 볼 일이 있어 나왔다. 어느 정도 대충 마감을 하고 집에 가려는데 깨달음에게 근처에 와 있다면서 초밥집에서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깨달음 덕분에 기다림 없이 바로 들어가 우린 니혼슈(日本酒)로 주문했다. 기분 좋게 한 잔씩 마시는데 서방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엊그제도 서방님 때문에 말다툼이 있었는데 분명 그것 때문일 것이다. 시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자산 정리를.. 2022. 9. 20.
이젠 시댁 일은 남편에게 맡기기로 했다 깨달음이 시댁으로 향했다. 6시 40분에 집을 나서 아침으로 규동을 먹고 신칸센을 탄 시각은 7시30분이였다. 한시간쯤 달려 후지산이 정상까지 보일 때면 습관처럼 사진을 첨부해서 보내는 깨달음에게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시부모님이 요양원에 들어가던 3년전, 모든 재산을 서방님께 맡겼는데 뭔일인지 그 돈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어져버리고, 장남인 깨달음에게 돈을 요구해 왔다. 매달 요양원비는 연금으로도 해결됐는데 적금이며 예금은 도대체 어디로 빠져나갔는지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통장 거래내역및 지금까지 시부모님 앞으로 빠져나간 출금액을 산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해가 되지 않은 지출이 많아 깨달음이 겸사겸사 확인차 시골에 내려가게 되었다. https://keijapan.tistory.com/140.. 2020. 11. 18.
돈 앞에서는 일본인도 똑같았다 2주전,아니 올 해를 시작하면서부터 우리 부부에게 머리 아픈 일이 생겼다. 시부모님의 모든 재산을 두분이 요양원으로 들어가셨던 3년전부터 서방님께 맡겨 모든 걸 관리하셨다. 서방님에게 맡기게 된 이유는 도쿄에 사는 우리보다 시부모님과 가까운 곳(시댁과 1시간거리)에 있는 것과 병원을 모시고 가는 일을 포함해 행여나 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가장 빨리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우선되었고 서방님도 흔쾌히 자신이 해야하는 일이라 생각하다며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이런 이유들로 깨달음은 시부모님의 재산은 동생에게 모두 줄 거라 했었고 나 역시 그렇게하라고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하시니까 받으시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지금껏 단 한번도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언급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런데 올.. 2020. 10. 22.
한국 고구마 앞에서 괜시리 목이 메인다 간단히 화장을 하고 모자를 눌러썼다. 아주 깊숙히,,, 나라는 사람을 어느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으면 하는 바램으로...... 치료약의 부작용으로 탈모가 심해졌다. 거울에 비친 앙상한 내 육신,,,, 이러다간 부서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그렇게 교회를 다녀오고 집에 돌아왔더니 동생이 보낸 소포가 도착해 있었다. 내가 거실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깨달음이 상자를 열기 시작했다. 책, 씨디, 말린 민들레, 그리고 호박고구마,,,, 호박고구마가 먹고 싶다고 올린 내 글을 봤던 모양이다. 깨달음이 고구마를 보고 금세 알아차린다. 당신이 코리아타운에서 찾았던 고구마냐고 처제에게 고맙다고 전화해야겠단다. 실은, 2주전 엄마가 보내주셨던 깨죽도 먹질 못했다. 음료, 과일계 이외에는 어떤 음식도 거부를 .. 2014.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