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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11

역시, 남편은 사장님이었다. 청소를 하고 잠시 음악을 듣고 있다가 얇은 코트만 걸쳐 입고 집을 나왔다. 창 밖으로 비친 가을 하늘이 너무 맑아서 그냥 내버려두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깨달음은 주말에도 열심히 회사에 나가 입원 중인 직원의 일거리를 처리하느라 평일처럼 출근을 했고 난 온전히 혼자서 주말을 맞이했다. 나 혼자 가는 곳은 항상 루틴처럼 정해진 코스와 장소이지만 난 그래도 집에서 가까워서인지 마음이 편하다. 오다이바(お台場)는 바다라고 하기엔 바다스럽지 않은 곳이긴 한데 날이 좋아서인지 스텐드업 패들을 하고 있었다. 수질이 안 좋기로 유명해서 물에 들어갈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2년 전, 오키나와(沖縄)에서 카누를 탔을 때 그 짜릿함이 상기되어서인지 갑자기 나도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 주변을 둘러봤더니 스.. 2023. 10. 29.
깨달음,,,,파이팅!! 우리가 단골로 다녔던 소바야(蕎麦屋-메밀가게)가 코로나로 약 2년간 휴업에 들어갔다가 올여름에 리뉴얼 오픈을 했다. 워낙에 인기가 있던 가게다 보니 재오픈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단골들이 많아 좀처럼 예약잡기가 힘들었는데 오늘에서야 빈 좌석을 얻을 수 있었다. 홀에서 일하시던 파트타임 아주머니들은 안 계시고 아르바이트생이 긴장한 얼굴로 손님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우린 주인 아저씨와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뭘 먹을까 새로 바뀐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점장이 니혼슈(日本酒)를 가져오더니 그동안 기다려주셔서 고맙다며 한 잔 가득 따라주셨다. 임시 휴업중에 공사를 하지 않았냐고 깨달음이 묻자 내부는 그대로 두고 주방과 화장실, 그리고 2층의 좌식을 모두 뜯어냈다고 했다. 우린 예전부터 먹었던 메뉴들을 위주로 주문을 했.. 2023. 10. 24.
요즘 남편의 하루는 이렇게 바뀌었다. 예배를 마치고 점심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며 터벅터벅 걸어 나오다 역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결정했다. 늘 지나칠 때마다 분위기가 괜찮아 한 번쯤 와봐야지 했던 곳이었다. 호텔 로비엔 외국인들이 체크인을 하려고 길게 줄이 서 있었다. 샐러드를 먹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깨달음이 여기 사우나가 있는지 검색을 하다가 한국 찜질방 같은 곳에서 하루종일 땀을 빼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자주 애용하는 암반욕 사우나도 좋지만 한국처럼 여러 방으로 나눠진 곳에서 땀을 빼면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요즘 깨달음은 많이 바쁘다. 작년 연말, 깨달음 회사를 앞으로 맡아야 할 야마무라(山村) 상이 심부전 진단을 받았고 그 직원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자기가 일을 대신 하다 보니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도면을 수정하고 체크하.. 2023. 2. 12.
직장생활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 어디에서나 사회생활이 서툰 사람이 있다. 특히, 취직을 하고 그 일에 익숙해지는 동안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로 하는 게 당연하지만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그곳이 어디든, 무슨 일을 하던 그들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나와 함께 일했던 30대 여직원과 40대 남직원이 지난주에 일을 그만뒀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만 둔 게 아닌 코로나로 인한 인원감축을 이유로 그 두 직원이 퇴사하게 되었다. 그들이 퇴사하는데 있어 임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서 어찌보면 깔끔했지만 난 못내 아쉽다고해야할까 그 두 사람이 앞으로 다른 곳에서도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게 될지 괜한 걱정이 되었다. 그 두 사람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일을 못하는 사람이었다. 일을 못한다는 건 여러 유형의 패턴이 있겠지만 희한하게도 그 둘은 못하는 .. 2021. 8. 22.
남편의 짐을 조금 덜어주다 아침을 먹고 난후 출근을 하려던 깨달음이 무표정으로 프린트물을 내밀었다. 2020년,굿디자인 어워드에 깨달음 회사에서 완공한 아파트가 디자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디자인컨셉과 포인트, 그리고 설계 디자이너의 인터뷰가 실려있었다. [ 당신 사진은 없네? ] [ 나는 안 내지...직원들이 나와야지..] [ 그래도 축하해~~] [ 축하할 일 아니야, 100선에 들어야 하는데 100선에 못 들어서 별로야 ] [ 그래도 상 받았으니까 좋은거지 ] [ 하나도 안 기뻐 ] 정말 기쁘지 않다고 했다.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자기 생각대로 디자인변경을 강하게 어필하지 않고 직원(디자이너) 의견을 존중해 주다보니 수정하고 싶은 곳이 있었지만 참았단다. 조금만 더 수정을 했으면 100선에 들었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 2020. 10. 9.
남편의 월급봉투를 보며.. [ 언니, 잘 지내지? ]아침 일찍부터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작년 크리스마스때 통화를 하고 4개월만이다.[ 언니, 한국 안 가? ][ 안 가는 게 아니라,,못 가지..][ 그렇겠구나,,근데 오늘 한국 뉴스에 40대 일본거주자가 한국에 귀국했는데 감염자였대.일본에 있을 때부터 열나고 그랬대..그래서 귀국했겠지? 한국에서 치료받으려고?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다는 게 느껴져서먼저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 그건 그렇고 넌 회사 안 나가지? ][ 응, 난 재택근무 하는데 우리 회사 반 이상은아직도 회사 출근해..걔네들은집에서 재택근무할 준비가 안 됐거든..][ 그래, 아무튼 조심해, 우린 특히 조심해야돼 ][ 알아,근데 언니네 아베노 마스크 왔어? ][ 아니, 아직 ][ 그 마스크 어린이용 아니야?][ .. 2020. 4. 21.
해외에서도 변함없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하네다공항에 도착한 우린 출국심사를 마치고라운지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음 탑승 게이트에서 느긋하게 직원들을 기다렸다.이번 홍콩행은 매년 깨달음 회사에서 해외연수라는 이름으로 가는 행사중의 하나이다.각 나라의 건축물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아주 단순하면서도 뜻깊은 연수이다.올 해 목적지를 홍콩으로 정한 것도 직원들이였고깨달음은 모든 걸 그들에게 위임했다.예전 같으면 공항에서 만나 일단 간단한 미팅을 하거나 지시사항등, 꼭 둘러봐야할 건축물을몇 가지 제시하기도 했을텐데 이번 홍콩행은 마지막날 저녁식사만 함께 하는 것 외에는미팅도 없이 출발부터 도착까지 90% 자유연수로 했다.깨달음은 도면을 꺼내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체크를 했고 내가 사진을 찍는 다는 걸 알아채고는 얼른 뱃살을 감췄다. 탑승을 하고 깨.. 2019. 5. 30.
역시 돈에 관해서는 남다른 일본인 이곳은 어제부터 추석연휴에 들어갔다.8월15일이 추석인 이곳은 지금 귀성차량과 해외여행 가는 사람들이 빠져나가 시내가 한산하다.하지만 깨달음은 어제도 출근을 했고9시가 넘어서 퇴근을 한 그는 비에 젖은 모습을 하고 들어왔다.[ 소나기 맞았어? ][ 아니, 한 정거장 미리 내려서 걸어왔잖아,살 빼려고,,,][ 오늘은 더워서 죽을지 모르니까 그냥 오라고 했잖아 ][ 아니야,,매일 해야 돼..열심히 해도뱃살이 안 빠지고 있어서 .....]ㅠㅠ를 해가면서 자기의 지금 심정이 울고 싶다고 했다.[ 완전 땀범벅이네....][ 살이 쪄서 땀이 더 나는 것 같애 ][ 고생하네...][ 이렇게 열심히 하면 언젠가 빠지겠지..]뱃살을 빼려면 다른 운동도병행해야 빠진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너무 힘들어서 눈이 반쯤 풀려 있는.. 2018. 8. 13.
깨서방님, 수고하셨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난 깨달음은 여느날과 마찬가지로호텔 화장대 스텐드에 불을 켜놓고도면체크를 했고, 유명하다는 죽?두유전문집에서30분이상 줄을 선 다음 식사를 마친 뒤,우리 노장팀(이사 포함)은 직원 3명과 함께 고속철도를 타고 약 2시간쯤 달린 뒤 깨달음이 보고싶어 했던 곳에 도착했다.창립 30주년 기념으로 전 직원과 떠난타이완 여행 이틀째 되던 날도 실은 스케쥴이 있었다.하지만 자유로운 영원들의 직원들은자신들이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도록출국날까지 자유여행을 하게 했다.그래도 우리와 움직이기를 원한 직원들은함께 동행을 하게 되었다. 서울의 디자인센터와 흡사한 곳에서깨달음 외에 다른 분들은 또 분석을 하기 시작했고 문제점들을 제시하며 실란하게 토론을 했다. 다음은 낙서처럼 그린 벽화가 화제를 일으킨 할아.. 2017. 5. 31.
실은 사장도 많이 피곤하다 공항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직원 한명이 구여권을 가져오는 바람에 그를 두고 우리만 먼저 출발을 했다.깨달음 회사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직원들,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해외연수라는 이름으로 타이완으로 떠났다.도착해서 바로 옛 건축물 보전이 잘 되어있다는 곳으로 향해 건축용어들을 사용하며연신 셔터를 누르는 직원들과 관계자들을 난 조금 먼 발치에서 관찰했다.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여행이지만 깨달음이 짜 놓은 스케쥴을 보았더니방문해야할 곳들이 건축과 관련된 건물과장소들로 즐비하게 짜여져 있었다. 나는 건축에 문외한인 것도 있고, 그들의 대화에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였기에있는 듯 없는 듯 움직였다. 요즘, 급부상중인 곳도 찾아다니다4시간이 흐른 뒤, 오후 비행기를 타고 합류하게 될 그 직원을.. 2017. 5. 29.
남편 월급봉투가 무거운 이유. 매달 25일은 깨달음 회사 월급날이다. 이날은 직원들에게 통장입금이 아닌 일일이 월급봉투에 급여 명세서까지 넣어 직접 전달을 한다. 자동이체하면 편할텐데도 한 달동안 수고한 직원들에게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 전하고 싶어 얼굴 보고 직접 건네주는 아날로그 방식을 아직까지 고집하고 있다. 오늘 저녁, 깨달음이 내민 월급봉투. 자기가 오너이기에 월급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난 아직까지 깨달음에 한 달 수익을 모른다. 별로 궁금하지 않아서 물어 본 적도 없다. 그렇게 월급? 생활비를 받으면 공과금을 뺀 금액들은 모두 4개의 통장에 각각 나눠서 넣는다. 이 통장 모두 노후대책?을 위한 것인데 그 중에 하나는 여행을 목적으로 모아 두는 통장이다. 이번 달에는 직원들에게 무슨 얘길했냐고 물었더니 다음 달부터 소비세가 .. 2014.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