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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16

아쉬움이 가득 남은 한국.. 아침을 먹으러 가는 중에 유명한? 소금빵집에 앉아 깨달음은 애피타이저로 뚝딱 두 개를 먹어치웠다. 커피도 함께 마실거냐고 물었더니 청국장이 기다리니까 그냥 가겠단다. 마지막날, 아침은 청국장과 계란말이로 결정, 쿰쿰한 청국장을 한 숟가락 밥에 올려 비벼놓고 무생채를 올려 맛있게 먹었다. [ 더 찐해도 괜찮은데, 맛이 연하네 ] [ 이 정도면 찐한 거야 ] [ 난 오리지널이 좋은데 ] [ 요즘은 완전 시골 아니면 오리지널 찾기가 힘들어. 김치도 안 먹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청국장은 완전 호불호가 심해 ] 옛 것만 찾고 그리워하는 건 우리가 늙었다는 증거라는 얘길 나누며 식사를 했다. [ 오늘은 어디 갈꺼야? ] [ 영화 볼려고 ] [ 무슨 영화? ] [ 서울의 봄] [ 일본어 자막 없는데 ] [ 그래도 보고.. 2023. 12. 16.
역시 엄마에겐 딸이 최고다 아침에 눈을 떠 사방을 살피고서야 이곳이 내 방인걸 인식했다. 한국에서 돌아와 2주가 지나가는데 지금도 가끔 잠에서 깨어나면 이곳이 어딘가 엄마집인지, 호텔인지, 제주도인지 착각을 하고 있는 나를 마주한다. 어젯밤 꿈엔 자매들과 함께 어느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장소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산등성이에서 엄마랑 잡담을 하는 꿈을 꿨다. 일본으로 유학오기 22년 전에도 나는 성인이었고 그 당시 언니들은 결혼해서 자녀를 키우는데 바쁜 시기였다. 지금은 자녀들도 하나둘 결혼을 하고 마음적으로 여유로운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 자매들이 모여 같이 자고 같은 공간에서 깔깔거리며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내가 합류할 수 있어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중심축엔 항상.. 2023. 5. 19.
남편은 과연 서울에 또 갈 수 있을까? 삿포로는 생각만큼 춥지 않았다. 무르익은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우린 호텔을 나와 중심가를 좀 걷다가 마지막 식사를 하기 위해 대게 전문집으로 갔다. 이번 홋카이도 3박 4일을 뒤돌아보니 일하는라 미팅하고 이동하느라 제대로 편하게 맛있는 걸 먹지 못한 게 계속해 마음에 걸렸다며 마지막은 내가 좋아하는 대게를 먹자고 했다. 홋카이도 대게 중에서도 유명한 털게(毛ガニ)를 주문하고 우린 니혼슈로 목을 축였다. 꽤나 바쁘게 움직인 탓에 서로 조금 지친 상태였다. 깨달음은 깨달음대로.. 묵묵히 음식들을 먹다가 일 얘기를 잠깐 하고 연말 스케줄도에 관해서도 나눴던 것 같다. 깨달음이 크리스마스전에 잠깐 한국에 몰래? 다녀오는 게 어떻겠냐고 하길래 가는 건 좋지만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가는 건 내 마음이.. 2022. 11. 11.
한국에서 한달살기를 하는 의미 아침을 먹고 세탁기를 돌리고 있는데 깨달음이 날도 좋으니 바람 쐬러 가자고 했다. [ 느닷없이 웬 바람쐬러야? ] [ 바다 보고 싶다면서, 가자, 옷 입어 ]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난 외출 준비를 하고 깨달음은 신칸센을 예약했다. 목적지는 도쿄와 가까운 아타미(熱海)로 결정하고 잠깐 가서 맛있는 점심 먹으며 바다 냄새 맡고 오자는 것이였다. 빨래는 둘이서 대충 널어두고 집을 나서는데 깨달음이 콧노래를 불렀다. [ 깨달음, 되게 오랜만인 것 같아..] [ 그렇지, 당신 다리 다치면서 못 움직였으니까 3개월 이상 됐지. 외출한 지.. 이렇게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게 재밌다 ] [ 맞아 ] 아타미(熱海)는 온천지로 도쿄와 가까워 한국의 가족, 친구들도 찾았던 곳이며 깨달음이 설계한 호텔이 몇 군데 있어 더 친.. 2021. 9. 9.
자신의 부모, 형제라면 그럴수 있을까 일요일 아침 동생에게서 카톡이 왔다.아빠를 모신 추모관이 침수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형제 단톡방에 글을 올린 것이다.추모관측에서 늦은감은 있지만 연락이 왔었고오빠가 바로 다녀온 모양이였다.집중호우로 인해 강이 범람하고 도로가 막히는 이런 재난이 올 거라고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한국에서는 일어나고 있다.갈 수도 없는 나는 그저 유튜브를 통해침수피해와 상태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아빠의 유골함은 괜찮은지 직접 확인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안으로 들어갈 수 없냐고 물었더니 1층 보호자만 입장이 가능한데 수백명이 대기중이여서경찰의 통제중이라고 했다. 아빠 유골함은 불행중 다행으로 지하가 아닌 1층, 바닥에서 170센치정도 높이에 모셔서 괜찮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져보는데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행여나 침수가 .. 2020. 8. 12.
한국에서의 3박4일은 이러했다. 깨달음은 생각보다 일찍 입국장에 나타났다.지난 12월엔 입국심사를 하는데 1시간이상 걸렸는데 이번에는 바로 나왔다.호텔에 짐가방을 두고 서촌 한옥마을을갔다가 경복궁으로 옮겨 조선의 국왕이라는 전시코너를 잠깐 둘러보았다. 그리고 굴전에 막걸리를 간단히 한잔씩하고는서둘러 호텔로 돌아왔다.아빠의 8주기 추모를 위해 우린 한국에 갔었다.대구에서 신천지 사건?이 발생하기 바로 전인2월 20일에 갔는데 그 때도 분위기는 썩 그리좋지 않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추도식에 참석하기위해 광주에 갈 수 있을까,이번 추도식은 취소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말이 형제들 사이에 나왔기 때문에 우린 솔직히 혼란속에 빠져있었다.깨달음에게 형제들의 의견을 얘기 했을 때어쩔 수 없지 않겠냐고 덤덤히 받아들였고밖에 돌아다니는 게 좋지.. 2020. 3. 1.
한국에 가면 남편이 젊어진다 서울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6시 30분, 전철을 타고 호텔에 짐을 던져놓고 우린 바로 종로3가로 달렸다. 기내에서 어디를 갈 것인지 정해둔 덕에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익선동 한옥마을에 가야 된다던 깨달음이 사진을 몇 장 찍더니 여기저기서 맛난 냄새를 맡고서는 배가 고프다며 저녁을 먹자고 한다. [ 뭐 먹어? ] [ 여기 줄 서 있는 거 보니까 맛집인가 봐] [ 보쌈 먹는다고 하지 않았어? ] [ 그건 내일 먹어도 되고, 오늘은 이거 먹을래, 얼마나 기다리는지 물어봐 줘] 약30분쯤 기다려 모듬만두와 새우완탕면을 먹고 있는데 옆테이블 짜장떡볶이를 보고는 먹고 싶다길래 주문을 하는데 직원분이 매운데 괜찮겠냐고 물었고 괜찮을 거라 생각해 한입씩 먹었는데 깨달음이 갑자기 눈물을 쏟아냈.. 2019. 7. 23.
돈 계산법이 남다른 남편은 역시 일본인 한국행 티켓을 한달전에 예약했다. 공휴일을 끼고 가지만 가는 날은 오후 비행기여서 밤에 도착을 하고 돌아오는 날은 아침 9시다보니 실제로 서울에 머무를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특별한 계획이나 이벤트가 있어서 가는 게 아닌 그냥 맛있는 거 먹으러 잠깐 다녀오자는 취지에서 예약을 했다. 하지만 광주에 계시는 엄마도 얼굴을 봐야하기에 하루는 광주에 내려가야한다.[ 케이티엑스 예약했어? ][ 지금 하려고,,,][ 첫차로 가자, 난 일찍 일어나니까 ][ 알았어 ][ 또 택시 타고 간다고 그러지 않을거지? ][ 택시? 아,,,그 택시..그 때는 그 아저씨가 가자고 했던 거였지..,]깨달음은 그 날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고지금까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의 계산법이 틀리지 않다면서 내 생각을 또 물었다.(다음에서.. 2019. 6. 30.
일본인 사위를 생각하는 친정엄마의 마음 우린 이곳에서 술 마시는 걸 좋아한다. 난 사시미를 거의 못 먹었지만 다양한 메뉴가많아서 서로가 좋아하는 걸 맘껏 주문한다.깨달음은 사시미를 위주로 나는 덴뿌라를 시작으로 구이, 초무침, 조림등을 시켜 놓고정종을 마시다보면 술이 술술 잘 들어간다. 오랜만에 와서인지 깨달음 손길이 바쁘다.[ 당신도 이 사시미 한 번 먹어보면 좋은데, 이거 한번 먹어볼 거야?][ 먹으려면 먹을 수 있는데 배탈이 나서 그렇지..내 장 속에 균들은 날생선에 민감하게 반응을 해 ][ 먹다보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 초밥도 잘 먹고,탈이 없는 걸 보면,,그래도 사시미는 특히등푸른 생선은 아직까지 거부해, 뱃속이 ]이렇게 맛있는 사시미맛을 알게 해주고 싶은데그럴 수 없어서 깨달음은 안타깝단다. 정종을 한 병.. 2019. 6. 8.
남편이 한국 가서 먹겠다고 써내려간 리스트 조석으로 기온차가 심한 요즘 난 되도록이면빨리 잠자리에 들려고 하고 있다.가을인 듯, 가을이 아닌,,묘한 날씨에는감기에 특히 유념 해야할 것 같아서이다.오늘도 9시가 되자 내 방으로 들어왔고읽어야할 책들과 해야할 것들을 꺼내놓고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갑자기 노크소리와 함께 깨달음이 책을 들고와서는 얼른 내 침대로 올라왔다.11시 30분이 막 넘어가고 있었고 이 시간이면 깨달음이 벌써 취침에 들어가고도 남았을텐데 갑자기 책을 들고 내 방에 온 걸 보면나름 중대한? 일이라 짐작했다.[ 뭔 일이야? 안 잤어? ][ 한국관련 가이드 북을 보다가 당신이랑얘기하려고 들어왔지 ] 서울을 특집으로 다룬 잡지와 여행 가이드북까지세 권을 가져왔고 그것들을 펼쳐놓았다.[ 이거 오래 된 거 아니야? ][ 응, 옛.. 2018. 11. 8.
1987. 일본인이 말하는 한국의 민주화 깨달음은 회사에 일이 있어 일요일인데 잠시 출근을 했고 난 교회에 나갔다.예배를 마치는 시간에 맟춰 깨달음과 점심을먹고 난 집에서 좀 쉴 생각이였는데 깨달음이 한국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다.[ 무슨 영화? ][ 5.18사태와 관련된 것인데 1987년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래. 서울대생을 고문해서 죽은 사건..][ 아,,그 영화 ][ 여기 오는데 아까 전철 안에서 남자들이 그 영화얘기를 했어 ][ 그래? 당신 보고 싶구나? ][ 응, 꽤 자세히 알고 있더라구,,둘이서 흥분하면서 얘기하던데, 당신은 안 보고 싶어? ][ 아니,,.봅시다.] 우린 영화관으로 향했고 겨우 티켓을 구입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서 좀 의외였고상영관 모퉁이엔 강동원 팬클럽 맴버들이보내온 개봉축하 꽃화분이 놓여있었다.한국.. 2018. 9. 11.
2주만에 만끽하는 남편의 행복한 주말 [같이 갈 거지? ][ .................................... ][ 나 진짜 보고 싶었어,,,][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송강호가 나오잖아, 그리고 당신 고향 광주 얘기야 ,,][ 알아,,]난 진작에 봤다는 말도 할 수 없었고무엇보다 몸이 이제 좋아졌지만마지막까지 조금 더 조심하고 싶어서흔쾌히 함께 가겠다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깨달음이 내 이마를 만져 보며 같이 가자는애처로운 눈빛을 보냈다.바이러스 감염으로 2주정도 고생을 했다.이젠 다 나았지만 사람 많은 곳은 당분간 피하라고 담당의가 몇번이나 강조를 했었다.하지만, 깨달음의 눈빛을 보니 혼자 가라는 말이나오지 않았고 2주동안 아무대도 못가고 날 지쳐봐준 깨달.. 2018. 5. 21.
뒤늦은 남편의 생일날, 그리고 눈물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깨달음은 나고야와 홋카이도 출장이 연달아 있었다.나는 나대로 바빠서 둘이 진지한 얘길나눌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뭐 먹고 싶어? ][ 게...홋카이도에서 못 먹고 왔거든 ][ 알았어. 예약해 둘게, 늦지 말고 와 ]가게 앞에서 카톡을 했더니 오는 중이라고 했다.예약석이 무대 바로 앞인 덕분에고또(일본의 가야금) 연주를 눈 앞에서보고 들을 수 있어 좋았다. [ 라이브가 있으니까 더 좋은데][ 응,오늘 당신 생일축하하러 온 줄 아시나 봐]스탭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고 케잌에 촛불을 켰다.[ 생일 축하해~많이 늦였지만,~~]어색한 미소를 한채로 얼른 촛불을 끄고 메시지를 읽는다.[ 오~~애정이 듬뿍 담겼네..고마워~~]이때 우리 테이블 담당 스탭이 기념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고 우리 서로.. 2018. 3. 12.
블로그,,그래도 감사해야할 게 많다 난 아침을 준비중이였고 깨달음은 샤워실에 들어가려는데 초인종이 울렸고 우체부 아저씨가 큰 박스를 들고 현관 앞에 우두커니 서 계셨다.[ 무슨 소포야? ][ 한국에서 온 건데 누구지? ][ 이름이 뭐라고 적혔어?][ 몰라,,한국어여서...][ 알았어. 그냥 놔 둬, 좀 있다 볼게 ][ 내가 지금 열어 보면 안돼? ][ 그렇게 해 ] [ 와우~김이다~~, 책도 있어,누구야? 누가 보낸 거야? ][ 응, 블로그 이웃님이야 ] [ 처음보는 라면들이야,,야~내가 진짜 좋아하는 유과 과자다~좋아, 좋아, 어떻게 아셨을까?? 어, 밑에 황금 보자기가 있어~역시 구정선물인가 봐~~]아침부터 너무 신난 깨달음은 머리에 새집을지은채 엉덩이를 흔들거렸다. 팥칼국수, 도라지배즙, 굴짬뽕, 조청유과, 쌀과자, 오징어땅콩,조미김.. 2018. 2. 14.
남편이 말하는 한국인 아내의 고향 아침에 눈을 떠보니 옆에 깨달음이 없었다. 조심히 거실로 나가봤더니 도면체크를 하고 있었다. 그 시각 6시 10분,,,, 다가가 춥냐고 물으니까 추울까봐 파카 입고 나왔는데 안 춥다면서 다시 들어가 자란다. 원래 아침형 인간이여서 늘 이렇게 아침 일찍 도면치거나 디자인 구상을 하곤 했었다. 특히나 요즘은 일이 많아서 바쁜건 알고 있었지만 처갓집에 와서도 저렇게 하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난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아침을 먹은 우린 일본에 보낼 소포를 챙기고 다음날 서울에 가져가야할 물건들도 준비를 했다. 그리고 깨달음이 가고 싶어했던 곳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증심사 중턱에서 내린 우린 산책로를 타고 걸었다. 무등산을 뒤로 하고 물소리, 바람소리, 낙엽소리, 새소리가 기분 좋은 오후를 .. 2015.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