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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9

봉사 활동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내게 꼭 식사를 사고 싶다고 작년부터 시간을 내달라고 했었다. 솔직히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아 미루고 미뤘는데 이제 출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모두 알고 있어서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었다. 그녀와의 자리가 불편하거나 싫은 건 아니었지만 굳이 내 마음이 돌아선 이유를 끝까지 말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어디가 좋은지, 뭘 좋아하는지 묻길래 그냥 사무실 앞에서 먹자고 미리 봐 둔 레스토랑으로 갔다. 런치타임이 끝날 무렵이어서인지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한산해서 우리가 잠깐씩 나누는 대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스페인 요리를 기다리는 중이어서 스페인에 관한 얘길 조금 나누고 비행기 티켓이 비싸네, 싸네.. 비즈니스석은 기내식이 어쩌고 저쩌고,, 뭐 그런 가벼운 대화가 오갔던 것 같다. 메인요리.. 2023. 2. 6.
일본어 선생님이 기억하는 한국 유학생 [ 정 상, PCR검사했어? ] [ 그렇지 않아도 하려고 했는데 검사 키트가 없어서 리더에게 말해뒀어요 ] [ 언제 준비된다고 그래? ] [ 오후에나 올려 보내겠다고 하네요 ] [ 코로나가 언제쯤이나 사라질까...] 페럴림픽 보란티어로 활동을 한지 일주일,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어제부터 밖은 비가 추적추적 오고 기온도 뚝 떨어져 다들 점퍼를 꺼내 입었다. 매일 같은 얼굴의 보란티어를 볼 수 없어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업무를 공유하며 보냈다. 내가 맡았던 사무쪽은 60대의 주부가 과반수를 차지해서 젊은 축에 속한 나는 컴퓨터를 다루는 일을 많이 했다. 어제부터 비가 내리는 바람에 모두가 사무실에서만 앉아 서류를 정리하거나 체크인을 돕기도 했다. 날이 좋았던 날은 선수촌 주변 청소를 하기도 하고 .. 2021. 9. 3.
알면서도 못 고치는 병이 있다. 코로나 백신 화이자의 두 번째 접종이 지난 토요일 있었다. 접종후 병원에서 20분간 휴식을 취하며 부작용 여부를 확인했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집에 돌아와서 보니 첫번째와 달리 접종부위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약간 불안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하룻밤 자고 나니 부기가 가라앉고 두통도 사라졌다. 지난 주말은 일본의 추석이였지만 우린 서로 바빠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가 일요일 오후에서야 둘이 마주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남은 꼬리뼈찜에 파를 듬뿍 올려 먹으며 한국의 추석날을 확인했다. [ 9월 21일야? 우린 못 가겠지? ] [ 못 가, 결혼식도 못 가는데..] [ 그렇지..올 해는 못 가는 거네...] [ 깨달음, 내가 포기하라고 했잖아 ] 깨달음은 언제쯤이나 한국에 갈 수 있을지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 2021. 8. 18.
남편이 먹고 싶어 나열한 음식들 아직 완치되지 않은 다리를 하고 움직일 생각은 아예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직접 가야만 했고 미룰 수 없었다. 습관처럼 택시를 타고 신주쿠로 향하는데 휴가를 즐기려는 인파들로 거리는 밀리는 차량과 사람들로 가득했다. 4일간 연휴의 마지막인 이곳은 올림픽까지 겹쳐 약간은 들뜬 듯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델타 변이가 점점 퍼져가고 올림픽 선수촌에서 매일 새로운 감염자가 늘어나도 이젠 그러러니 각자 제 삶을 즐기며 무뎌져가고 있다. 내가 일을 보는 사이 깨달음은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냈고 난 미팅을 끝내고 오다큐(小田急) 백화점으로 이동했다. 9월 초에 있는 조카의 결혼식에 참석을 못할 확률이 높아진 우린 축의금 외에 뭔가 선물을 해주기로 했다. 신혼에 딱 맞는 아기자기한 식기류를 사려고 둘러보다 아직 .. 2021. 7. 26.
일본은 조금도 변한 게 없었다 늦은 밤,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코로나 감염자가 줄지 않은 상태인데 매일 출근을 하며 철야로 근무를 하고 있는 그녀가 도쿄 올림픽 개최 반대 데모하는 사람들을 보다가 문득 내가 생각났다고 했다. 보란티어를 정말 할 것인지, 걱정이 가득했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회사를 나왔다며 힘없는 목소리였다. [ 일.. 적당히 하라고 했잖아 ] [ 내가 안 하면 할 사람이 없어서.. 사람들이 맨날 나만 찾는 것도 있고...] [ 또 과로로 병원 실려가면 어쩔래? ] [ 그래서...잠은 5시간 이상 자려고 하고 있어..] https://keijapan.tistory.com/1463 여전히 착한 그녀를 만나다. 런치를 함께 하기로 했다. 햇수로 3년 만에 보는 그녀는 날 보자마자 포옹을 하며 밝게 웃어주었다. 한국음.. 2021. 5. 14.
도쿄 올림픽 위원회에서 온 메일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메일이 도착했다. 작년, 2020년 도쿄 올림픽 보란티어로 선발되면서 세미나 참석을 하고 꽤나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코로나로 개최가 1년 연기되었고 올 해도 코로나를 잡지 못하면 또다시 연기를 하거나 아예 취소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런 불안정한 시점에 지난 3일 도쿄 올림픽, 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인 모리 회장이 일본올림픽위원회 (JOC) 임시 평의원회의에서 여성 이사 비율을 현재 20%수준에서 40%까지 올리는 증원 문제에 관련해 여성이 많으면 시간이 걸리고 말이 많아 이사를 늘릴경우 발언시간을 규제하지 않으면 좀처럼 회의가 끝나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다. 또한,이미 선정된 조직위원회 여성의원들은 그런 분위기를 분별할 줄 알고 있어 진행이 편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2021. 2. 9.
난 오늘도 일본에서 살고 있다 퇴근하며 돌아온 깨달음이 내게 식빵을건네며 빵집에 사람들 줄이 엄청나서 계산하는데 평소보다 30분이나 걸렸다며정말 사재기가 현실인가 실감했단다.저녁을 먹으며 오전에 내가 생리용품 사러약국에 갔다가 포기하고 나왔다는 얘길 했더니최악의 사태가 일어나는 게 아닌가 걱정이라며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면서 아직도 시부야는 마스크를안 하고 다니는 얘들이 천지고 다들 사재기를 하고 도쿄가 봉쇄될지 모른다고 해도 밤늦게까지 떠들고 놀고 난리라면서월급날이랑 겹쳐서 더 그랬겠지만정신을 못 차렸다며 흥분했다. [ 그건 그렇고 깨달음,,우리도 좀 사둘까? ][ 우린 안 사도 웬만한 건 있잖아 ][그러긴 한데..오늘 협회 갔더니 다들좀 사둬야하지 않겠냐고 그래서..][ 다들 뭐 사둔다고 그래? ][ 인스턴트 라면, 파스타면, 냉동식.. 2020. 3. 28.
코로나19가 우리 부부에게 미친 영향 깨달음 방에서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사투리를 쓰는걸 보니 아버님과 통화하는 듯 했다.그리곤 거실로 나와 내 스케쥴을 묻는다.[ 왜? ][ 3월 말쯤에 요양원에 갈 생각인데당신도 같이 갈 수 있는지해서 ][ 갈 수 있어, 근데 그 때도 면회 안 된다고하면어쩌지? ][ 그래도 일단 말쯤에 간다고 말씀 드렸어] 코로나 19로 우린 참 많은 것들이엇갈리고 취소되며 재구성해야하는시간들이 연속되고 있다.(일본 야후 이미지 퍼 온 이미지) 먼저 깨달음 회사는 계약이 3건이나 멈췄고회사 보험 담담자들과 상담을 시작했다고 한다.일단 눈에 보이는 큰 피해는 없지만 앞으로 코로나19가 계속되면 발생하게 된 손실과 대출을 필요로 할 시,어찌해야하는지 미리 얘길 나눠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또한 지금 삿포로와 오사.. 2020. 3. 16.
한국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까... 쇼핑을 하기 전에 먼저 식사를 하기로 했다. 깨달음이 집에서 만들어주지 않는 메뉴로 골라 온 점심은 오므라이스 정식이였다. 내가 묻기도 전에 자기가 오무라이스를 너무 좋아하는데 결혼하고 딱 한번 밖에 만들어주지 않아서 주문했다고 한다. [ 잘 했어. 앞으로도 안 만들거야 ] [ 그럴줄 알고 시킨 거야 ] [ 많이 먹어 ] 우린 주말에 특별히 할 일이 없으면 오다이바에 나와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본다. 결혼 전에는 데이트코스로 야경을 보기위해 찾았던 오다이바가 이젠 집에서 바로 코 앞이니 이 얼마나 호사스러운 일인가,, 레인보우브릿지를 보며 차를 마실 때면 지난 시간들이 스치고 지나가 열심히 살아 온 나와 깨달음에게 감사하다는 말이 하고 싶어진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피카츄 캐릭터로 장식이 된 스카이덕.. 2019.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