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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12

남편 가슴에 슬픔이 묻어나던 날 거래처와 약속이 있어 저녁을 먹고 온 깨달음에게서 술냄새가 났다. 많이 마셨냐고 물었더니 소주 세 잔정도 했다면서 자기 방에서 나오질 않았다. 한 시간쯤지나 다시 깨달음 방에 들어가봤더니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 또 출장 가는 거야? ] [ 응 ] [ 1박하는 거야? ] [ 응 ] [ 어디? ] [ 나고야...현장 둘러보고 시골에 내려가서 하룻밤 잘 생각이야 ] [ 어머니한테 가 보려고? ] [ 응 ] 우리가 한국에 가기 2주전, 서방님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시어머니가 지난 1월, 요양원 화장실에서 넘어져 왼쪽 고관절수술을 하시고 재활치료를 하던 중에 또 넘어져 이번에는 오른쪽 고관절수술을 하셨다는 것이였다. 그 통화를 하면서 깨달음은 처음으로 어머님의 부주의와 병원에서 어떻게 관리했길래 또 수술을 하.. 2019. 3. 7.
삶의 자세가 남다른 일본 시부모님 깨달음이 옷가지를 챙기고 있었다.시댁에 가기 전에 나고야에서 미팅이 있어새벽 첫차로 떠나야했다.[ 난 미팅 끝나고 오후쯤에나 시간이 될거야,당신은 시간 맞춰서 와,,..][ 응,,알았어, 가지고 갈 것은 다 챙겼어? ][ 응 ][ 아침에 일어나지 마~나 그냥 갈테니까 ][ 알았어..] 혼자 타는 신칸센은 특별한 기분을 준다.이렇게 그린석을 탈 때면 노트북을 펼쳐놓고프레젠 연습을 했던 그 때가 떠오르고 가끔 내다보는 창밖의 풍경은 사뭇한국과 별반 다름 없음을 느낀다. 미팅이 끝난 깨달음과 나고야역에서 합류한 우린바로 버스에 올라 2시간 남짓 달리는 동안,깊은 잠에 빠졌다.시댁에 도착해 바로 현관입구에 가방을 넣어두고 벌레 퇴치약을 뿌렸다.시부모님이 집을 비운지 6개월이 되어가다보니점점 폐허처럼 변해가는 집.. 2018. 4. 18.
한국 처갓집에 가면 다른 사람이 되는 남편 [ 오머니, 이고(이것), 이고(이것) ] [ 오메, 오메,,,많이도 사왔네~~] 가방에서 사 온 물건들을 계속 꺼내면서 깨달음은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엄마에게 설명을 드렸다. [ 응,,이놈은 커피고, 이놈은 사탕이고,, 이것은 뭐신고? 생선 같은디? ] 연어라고 손으로 물고기 흉내를 내자 엄마가 바로 알아들었다. 내가 옆에서 설명을 해주면 빨랐겠지만 깨달음의 한국어 실력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에 난 잠자코 엄마와 깨달음의 대화를 들었다. [ 이놈은 빵인갑네..] [ 카스테라 이무니다(입니다) ] [ 오,,카스테라,,,많이도 챙겨왔네.. 사오지 마라고 해도 징허게 말을 안들어 우리 깨서방이...버스 타고 오니라고 고생했을 것인디 얼른 밥 먹세~] 하네다공항이 아닌 나리타공항으로 가기 위해 새벽 5시에 집.. 2017. 11. 29.
해외거주자에게 외국인 남편의 존재 신주쿠에 볼일이 있어 오랜만에 코리아타운에 들렀다.[ 뭐 먹지? ][ 오늘은 탕수육만 먹을래 ][ 짜장면은? 짬뽕도 안 먹어?][ 응, 안 먹을래? ][ 나는 잡채밥 먹을까,,,,][ 볶음밥 시켜 봐, 나 볶음밥 먹어보고 싶어..][ 잡채밥 먹고 싶은데...][ 잡채는 당신이 맛있게 할 수 있잖아,근데 볶은밥은 집에서 불향을 내기 힘드니까볶음밥 시켜 봐, 먹어 보게..][ ............................... ] 볶음밥에 짜장소스가 올려 나오고짬뽕 국물이 딸려 나온 것을 보고 약간 흥분한 깨달음이 내 숟가락을 들고 먹더니 내가 멍하게 쳐다보니까 그때서야 [ 숟가락 하나 더 주세요 ]라고 부탁했다.[ 맛있어? ] [ 짜장하고 짬뽕을 한꺼번에 맛 볼 수 있다니진작 볶음밥 시킬 것 그랬어~.. 2017. 8. 3.
일본에서 급증하는 가족관계 끊기 최근 일본에서는 숨진 배우자의 부모,형제와의 관계를 끊기 위해 사후이혼 (死後離婚)을 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사망한 배우자의 친족과의 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지 않다는 것과 배우자와 같은 무덤에 묻히고 싶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배우자가 사망하면 바로 [ 인족(姻族)관계 종료신고서]를 관공서에 제출을 하고 배우자의 부모, 형제 등과의 법적 관계를 깨끗히 청산하는 새로운 가족관계 끊기 방법이 급증하고 있다. 이혼을 한 경우에는 배우자의 사망과 동시에 시댁쪽 가족들과 관계가 자동으로 해소되지만 사별인 경우는 계속해서 가족관계가 유지된다는 불편한 관계를 배우자가 사망과 함께 배우자와 관계되는 모든 인과관계를 단절하고픈 강한 의지가 이런 증상을 보이고 있다. 산케이 신문의 통계에 의하면 이 [.. 2017. 1. 9.
일본 시어머니께 배우고 싶은 것 [ 어머니, 잘 받았어요. 근데 왜 보내셨어요,,안 보내셔도 되는데, 날도 추워졌는데..][ 응,도착했나보네, 늦게 보내서 미안하구나,좀 일찍 보냈어야했는데...][ 제가 괜찮다고 말씀 드렸는데...][ 케이짱에게 해 줄 게 그것 밖에 없어서,,][ 무슨 그런 말씀 하세요..죄송하게..][ 우리는 매달 맛있는 거 많이 받잖아그래서 조금이라도 케이짱이 좋아하는 거 보내주고 싶어서.... ][ 정말 괜찮은데.....][ 맛은 괜찮지? 내가 맛을 봤더니 달긴 달던데 ][ 정말 달고 맛있더라구요, 근데, 다리도 아프신데 직접 가신 거에요?][ 응, 내가 먹어봐야 알 것 같아서... 맛있다고 하니 다행이네... ] 시어머니가 감을 한 박스 보내셨다.내가 감을 좋아하는 걸 아시고3년전부터 매해 보내시긴 하는데시댁 .. 2016. 11. 28.
내가 일본 시부모님을 존경하는 이유 깨달음은 신칸센 안에서도 도면 체크 중이였다.우린 나고야와 오사카로 가는 길이였고나고야에는 착공식에 참석을 해야했고 오사카에서는 관계자 미팅이 있어서였다.그리고 추석이기에(일본은 8.15일이 추석임)겸사겸사 시댁에도 잠시 들릴 계획이였다. 먼저, 나고야에 도착해 개찰구를 빠져 나가자공사 관계자분이 우릴 향해 손을 흔드셨다.무사히 착공식을 마친 우린 시댁으로 내려가는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을 청했다.새벽부터 움직인 것도 있고 요즘 이래저래 피곤이 많이 쌓인 상태였다. 정신없이 잤던 탓인지 금새 시댁에 도착을 했다.[ 아버님, 어머님,, 저 왔어요]안방으로 들어가 인사를 드렸는데두 분이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껌뻑껌뻑 하시며 아버님이어머님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케이짱이지? 여보.. 2016. 8. 15.
누가 뭐래도 집이 최고다.. 아침 일찍 교토에서 서방님이 오셨고 우린 병원에 가기 전에 아버님 침대 이부자리를 마지막으로 마련해 드리고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으로 갔다. 아버님 퇴원준비를 하는 동안 어머님은 물리치료를 하셨고 우리는 서방님과 함께 집에서 챙겨드셔야할 약들, 그리고 주의사항, 물리치료 스케쥴표 등등 그런내용들을 간호사와 얘기를 하고 있는데 아버님은 분주히 여기저기 바삐 움직이셨다. 그 동안 신세를 졌던 물리치료사분들과 인사를 하시고 또 옆 병실에 계신 분들에게도 가서 그동안 고마웠다고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병실으로 들어오셨는데 아버님 뒤를 따라오신 어느 할머님이 계셨다. 팔에 기부스를 한 할머님이 아버님 등을 어루만지면서 퇴원하냐고, 건강하고, 이젠 다시 오지 말라고 하시며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셨다. [ 자네도 얼른 퇴.. 2016. 5. 10.
시어머니께 죄송한 며느리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안방에서 어머님과 얘기를 나누고 있던 깨달음 목소리 톤이 높았다. 아버님을 노인홈에 입소시키기 위해 서류작성및 첨부서류들을 찾는데 그게 몇가지 빠진 모양이였다. 일본 전국이 그렇듯,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홈에 들어가려는 노인수에 비해 시설이 부족하고 금액이 비싸다보니 아버님처럼 물리치료를 목적으로 하시는 분들보다 증상이 심한 어르신들을 우선으로 입소를 시키기 때문에 대기를 해야하는 실정이라 했다. 아버님 입소및 어머님도 도우미 아줌마의 방문 횟수를 늘릴 수 있게 간병의 정도를 심사하는 케어매니저에게 부탁을 해야했다. 서류를 작성하고 노인홈에 도착했더니 밖에 케어매니저가 나와 있었다. 준비해 둔 테이블에서 요양시설의 이용안내와 경비에 관한 자세한 사항들을 듣고 필요한 .. 2016. 2. 17.
시댁에서 급 후회하는 남편 아침9시, 대형슈퍼가 오픈할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이번에도 우린 청소를 해드리기 위해 청소도구와 쓰레기봉투를 사러 가는 중이였다. 건널목 앞에서 깨달음이 갑자기 발길을 멈추고 기도?를 했다. 일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지상보살(お地蔵様-오지조사마) 불상이였다. 일찍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영원을 구원해 준다는 지상보살,,, 불상이 빨간 턱받이를 하고 있는 이유는 사산, 유산된 아이의 명복을 빌기 위함이라고 한다. 기도?가 끝난 깨달음에게 아이 있냐고 갑자기 웬 기도를 하냐고 물었다. 실은 자기가 태어나기 1년전, 누나가 한 명 있었는데 태어난지 한 달만에 병사를 했단다. 그 얘긴 어머님을 통해 들어서 알고 있던 얘기였다고 하자 그냥 별 이유는 없지만 명복을 잠시 빌고 싶었단다. 집으로 돌아와 청소를.. 2015. 5. 11.
시댁에 가면 우리가 꼭 하는 일 해가 질 무렵에서야 시댁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현관문을 열며 어머님을 불렀는데 아무런 응답이 없어 안방으로 들어갔더니 신문을 보고 계시던 아버님이 깜짝 놀래셨다. 보청기를 끼고 있어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고 미안하다고 귀엽게 웃으신다. 웃는 모습도 어쩌면 저렇게 깨달음과 똑같을까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아버님께 인사를 드리면서 건강은 어떠신지, 요즘 근황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 때 어머님이 들어오셨다. 앞마당에 있는 감나무에 감이 올해는 너무 많이 열려 자꾸만 떨어진다고 청소하고 계셨단다. 언제나처럼 우린 이층에 올라 짐가방을 풀고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더니 진짜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깨달음이 태어나던 해, 그리도 시동생분이 태어나던 해, 두 그루에 감나무를 심으셨다는 시부모.. 2014. 10. 30.
해외에서 부모님께 할 수 있는 효도 한국행 티켓을 예약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다. [ 몸은 괜찮냐? 힘든디 진짜 올라고? ] [ 추석 때도 못 갔고, 깨서방도 가고 싶어해서 예약했어 ] [ 깨서방도 같이 오냐?] [ 응, 첫 비행기로 가서 바로 광주로 내려갈게] [ 오메~ 왔다갔다 고생시롱께 이번에는 내가 서울로 올라갈란다, 긍께, 그냥 서울에 있어라, 내가 날짜 맞춰서 올라갈랑께~] [ 아니야, 엄마, 우리가 내려갈테니까 그냥 계셔~] [ 짐가방 들고 여기까지 올라믄 깨서방도 글고 너도 힘들어서 못써야~ 긍께, 그냥 동생집에 있어라, 내가 KTX타고 갈랑께~] [ 아니야~ 티켓도 다 예약했고, 깨서방도 광주 가고 싶대 ~] [ 오메,,, 여기 와봤자 볼 것도 없는디....] 엄마 보러 가는 거니까 그렇게 아시라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 2014.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