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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4

한국 시간은 늘 빠르다 공항에 도착해서도 깨달음은 거래처에 전화를 하느라 바빴다. 난 옆에서 통화가 끝나기를 멍하니 기다렸고 그런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배터리를 주라고 왼손을 내밀었다. 핸드폰에 배터리를 연결해 다시 거래처에 전화를 하기도 하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통화가 끝나고 팩스를 한 장 보내고 싶다고 공항 내를 두리번거리다 호텔이 확실할 것 같다며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에 들어와서도 깨달음은 다시 일처리를 하느라 일본에서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시간을 보냈고 난 깨달음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파스타집에서 미리 대기를 하고 있었다. 예약 없이 들어가기 힘들다는 곳이다 보니 줄을 설 수밖에 없었다. 깨달음이 일을 마무리하는 시간과 얼추 비슷하게 자리가 났고 늦은 점심으로 파스타를 먹었다. 기존에 먹어봤던 파스타.. 2023. 12. 14.
일본에 돌아가기 싫다는 남편 전날 밤, 소주를 두병 가까이 마신 깨달음은 의외로 팔팔했다. 아침으로 해장국이 좋겠다는 했더니 전혀 속이 불편하지 않다고 생선이 먹고 싶다길래 아침식사가 되는 곳을 찾아 생선구이를 시켰다. [ 여기.. 맛집이라고 나왔지? ] [ 나름 맛집이라고 하는데 나도 처음이야] [ 근데, 반찬도 그렇고 생선구이 맛이....]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알았다. 초벌구이를 해 둔 생선은 기름기가 다 빠져 퍼석퍼석했고 생선 고유의 풍미가 나질 않았다. 남들은 맛집이라해도 우리 입에 안 맞을 수 있고 처음 가보는 곳은 위험부담이 있으니까 실패 없이 우리가 검증했던 곳을 가야 한다고 이 생선구이집을 들어서기 전부터 얘길 했는데 직접 우리 입으로 확인해보자고 해서 왔더니 역시나 만족하지 못했다. 솥밥에도 손을 대지 않고 나온 깨.. 2022. 10. 15.
남편을 또 반하게 만든 서울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우린 짐가방을 챙겼다. 저녁에 들어와서 해도 될 거라 생각했지만 늦게까지 밖에서 놀고 술까지 마시다보면 짐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 가능성이 발생한다는 염려가 서로에게 있었다. 가족들에게 받은 각종 반찬과 깨달음이 산 과자들까지 빠짐없이 챙기려면 지금 미리 해두는 게 현명한 판단이였다. [ 내가 이 떡국을 썰게, 근데 왜 이 집 떡은 이렇게 맛있는 거야? ] [ 만드는 기술이 다르겠지. 다른 떡도 맛있어 ] 떡국, 떡볶이, 떡라면 해 먹으면 될 것 같다며 떡 하나를 입안에 넣고 오물오물 거린다. 지난 2월, 방앗간에서 막 빼낸 떡국 떡을 언니에게 받아와 떡국을 끓였는데 깨달음이 너무 맛있다며 시중에서 파는 떡은 이제 못 먹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언니가 또 이렇게 부리나케 방앗간에서 뽑아.. 2019. 7. 26.
한국에 가면 남편이 젊어진다 서울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6시 30분, 전철을 타고 호텔에 짐을 던져놓고 우린 바로 종로3가로 달렸다. 기내에서 어디를 갈 것인지 정해둔 덕에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익선동 한옥마을에 가야 된다던 깨달음이 사진을 몇 장 찍더니 여기저기서 맛난 냄새를 맡고서는 배가 고프다며 저녁을 먹자고 한다. [ 뭐 먹어? ] [ 여기 줄 서 있는 거 보니까 맛집인가 봐] [ 보쌈 먹는다고 하지 않았어? ] [ 그건 내일 먹어도 되고, 오늘은 이거 먹을래, 얼마나 기다리는지 물어봐 줘] 약30분쯤 기다려 모듬만두와 새우완탕면을 먹고 있는데 옆테이블 짜장떡볶이를 보고는 먹고 싶다길래 주문을 하는데 직원분이 매운데 괜찮겠냐고 물었고 괜찮을 거라 생각해 한입씩 먹었는데 깨달음이 갑자기 눈물을 쏟아냈.. 2019.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