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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224

일본의 이 문화는 여전히 불편하다 깨달음은 내가 없었던 주말에 빠지지 않고 영화감상을 했단다. 토요일은 아침부터 집을 나서서 상영시간에 맞춰 신주쿠(新宿)에서 시부야(渋谷)로 옮겨가며 보기도 하고 배우 최민식 씨가 주연으로 나온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보려고 평일날, 개봉관을 가기위해 퇴근을 일찍하고 유일한 취미생활 즐겼다고 한다. 이번주도 깨달음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집 근처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어가며 2시간 30분간의 상영시간을 지루함 없이 보고 나왔다. 그리고 근처 라멘가게에서 쯔케멘(つけ麵)을 먹으며 영화후기를 서로 얘기하다 약속이나 한 듯 가게를 나와 암반욕(岩盤浴)을 하러 갔다. 한국의 찜질방과 같은 느낌의 목욕시설인데 한국처럼 다양한 찜질방으로 구성되어 있는 건 아니고 암반욕과 천연돌이 깔린 방이 나뉘어져 있고 .. 2023. 5. 23.
내가 한국에서 외국인 취급을 당한 이유 난 재래시장을 참 좋아한다. 20대에도 마음이 심란하고 사는 게 무언지 갈피를 못 잡을 때면 자연스레 재래시장으로 발길이 옮겨갔다. 그곳에 가면 농, 수산물을 펼쳐놓고 목청 높여가며 땀범벅이 된 상인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삶의 원동력을 느낀다고나 할까 그분들에게서 나는 진한 사람냄새가 무겁게만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곤 했다. 그래서 나는 서울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서도 시간만 나면 시장투어를 했다. 서울에서는 청량리시장,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을 갔고 수원에 친구를 만나 모란시장까지 다녀왔었다. 제주도에서는 민속시장과 동문시장을 광주에서는 말바우시장을 갔다. 지역마다 취급하는 물건들도 다르지만 상인들, 그리고 그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색깔도 다양해서 볼거리가 많은 만큼 다가오는 체감도.. 2023. 5. 12.
비행기 이륙 전, 남편이 급하게 보낸 카톡 아침부터 깨달음은 생선구이와 청국장을 주문해 맛있게 먹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뭘 하며 보낼까 나름 계획을 세운 깨달음이 아침식사를 마치고 첫 번째로 동대문 성벽을 가보고 싶다고 했다. 일단 나도 처음 가보는 곳이라 어떤 코스가 좋은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는지 찾아보고 동대문역으로 향했다. 성벽을 따라 가파른 언덕 걸어 오를 때마다 밥을 너무 많이 먹은 게 후회된다며 숨을 몰아쉬었다. 성벽 구멍으로 고개를 내밀고는 마치 부산의 달동네 같은 느낌이 들고 풍경이 정감이 간다며 고개를 쳐 박은채로 계속해서 밖을 내다봤다. 셩곽을 타고 올라갈수록 다리가 아프다며 커피숍을 찾았는데 깨달음이 가고 싶다는 가게는 리뉴얼 중이어서 다시 마냥 걸었다. 중간지점에서 더 가기를 포기한 깨달음은 허벅지가 터질 것 .. 2023. 4. 19.
한국으로 떠나기 전날 밤.. 이른 저녁을 먹고 내가 캐리어에 짐을 넣고 있는 동안, 깨달음은 내 방에 왔다가 말없이 빼꼼 내다보기를 두어 번 했다. 난 한국 날씨를 다시 검색해 보고 약간 얇은 다운재킷을 챙겨 넣었다. 제주도에서 5년 전에 했던 한 달 살기를 이번엔 서울에서 해 볼 생각인데 짐을 꾸리다 보니 가져갈 게 많은 것 같은데 그냥 최대한 가볍게 가자는 생각에 꼭 필요한 것들만 다시 추려서 넣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짐을 싸는데도 꽤나 시간이 지났던 것 같다. 가방을 다 챙기고 깨달음에게 가 봤더니 깨달음도 캐리어에 옷을 넣고 있었다. 뭐 하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짐을 챙긴단다. [ 당신이 왜 챙겨? ] [ 나도 3박 4일 가잖아 ] [ 그러긴 하는데 아직 일주일 남았잖아 ] [ 그냥,,, 당신이 짐 싸는 거 보니까 나도 지금 .. 2023. 4. 6.
일본 남자도 별 반 다를 게 없다. 3일 전부터 복통을 동반한 설사를 했던 깨달음은 이틀간 금식을 했다. 코로나인지, 아니면 식중독인지, 그냥 단순한 배탈인지 신경이 쓰이는데 깨달음은 그냥 배탈 난 거라고 요 며칠 더워서 차가운 얼음 음료를 많이 마셔서라는데 신빙성이 없었다. 왜냐면 원래부터 사시사철, 한겨울에도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사람인데 차가운 음료 탓으로 돌리는 건 납득이 안 갔다. 식중독일지 모르니까 병원에 가보라는데 내가 준 약을 먹어서 괜찮아지고 있다고 했다. 지사제를 하루 먹었더니 설사는 멈췄는데 배가 여전히 기분 나쁘게 아프다고 해서 문득 구충제를 먹은 지가 언제인가 싶어 생각해 봤더니 먹을 때가 된 거 같아 건넸었다. 그렇게 구충제를 먹고 하루가 지난 어젯밤, 잠들기 전에 상태가 어떤지 물었더니 다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아.. 2023. 4. 2.
시부모님의 유산과 시동생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우편함에 들어있는 소포상자를 꺼내 깨달음 방에 두었다. 서방님에게서 온 것이었는데 묵직한 게 두꺼운 책이 들어있는 느낌이였다. 그렇지 않아도 서방님이 지난주 깨달음에게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들어놓았던 보험 증서를 회사로 보내왔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회사가 아닌 집으로 뭘 보낸 건지 약간 궁금하기도 했지만 시댁일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던 터라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퇴근하고 돌아온 깨달음에게 저녁을 차려주고 난 할 일이 있어 내 방에서 파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일을 그만두어도 직책만 없어질 뿐 보란티어로 앞으로도 얼굴은 계속 보고 지내야 하기 때문에 마무리도 깔끔하게 뒷정리를 해야 했다. 내가 원하고 노력해서 쓰게 되는 감투는 감사하지만 어쩌다 보니 얻게 된 감투는 늘 내 .. 2023. 3. 23.
조금만 더 무뎌지자, 그래야 산다 1년 4개월 만에 입술 헤르페스가 생겼다. 대상포진이 생겼던 2021년, 그 해 겨울을 끝으로 잠잠하더니 다시 나타났다. 10명 중 3,4명이 가지고 있다는 재발성 구순포진은 흔한 질환이긴 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한번 감염되면 평생 그 사람의 몸속에 존재했다가 스트레스나 피곤함, 특히 면역력이 떨이지면 바이러스가 활성화돼서 입술에 물집이 생긴다. 스트레스와 영양섭취의 불균형에서 오는 거라는 걸 알기에 잘 챙겨 먹고 신경을 쓴 덕분에 1년을 넘게 잘 넘어갔는데 몸이 다시 신호를 보내왔다. 물집이 생기고 일주일이 지나자 물집에 딱지가 생겨 거의 나아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혓바늘이 돋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는 먼저 입술 상태를 확인하고는 거의 다 나았는데 오늘은 왜 왔냐고 물었다. [.. 2023. 2. 27.
일본 초밥집 침 테러 이후, 이렇게 변했다 요즘, 일본은 각종 음식점에서 벌어지는 몇몇 손님들의 위생테러로 인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난 1월 초, 회전 초밥집에서 다른 손님이 주문한 초밥을 멋대로 먹어버리는 영상이 SNS에 확산되면서 날마다 새로운 테러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컨베이어 레일 위에 초밥에 와사비를 몰래 가득 올리기도 하고 어느 여고생은 테이블이 있는 소스를 섞어 놓기도 하고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영상은 남고생이 대형 회전초밥집 스시로(スシロー)에서 레일 위를 지나는 초밥에 자신의 침을 손가락으로 묻히고, 또 식탁 위에 놓인 간장병 입구를 핥는 영상이었다. 더 경악할 일은 손님들이 사용할 수 있게 놓아둔 컵을 입에 대고 침을 빙 둘러 바른 후 다시 올려놓았다. 너무나 충격적인 이 영상이 공개되자 일본인들조차도 더 이상 회전초밥집.. 2023. 2. 20.
일본인이 끊임없이 저축을 하는 이유 거실 노트북 위에 6만엔이 놓여있었다. 2만5천엔은 여행경비로 우리가 매달 적립하는 돈인데 나머지는 무슨 뜻인지 몰라 샤워하고 나온 깨달음에게 물었다. [ 이거 뭐야? ] [ 지난번에 외식할 때 당신이 너무 많이 부담한 것 같아서 돌려주는 거야 ] [ 아니야, 내가 사고 싶어서 낸 거야 ] [ 알아, 그래도 그냥 받아둬 ] 지난달 외식을 많이 했던 건 사실이다. 퇴근시간이 얼추 비슷하거나 외출 장소가 가까우면 번개팅처럼 그냥 만나서 간단히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곤 하는데 그 때마다 매번 깨달음이 계산을 했고 지난달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내가 지불한 건데 왜 돈을 돌려주는 건지,, 곧 다가 올 발렌타인데이에도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해서 약간 신경 쓰였는데 받아야 할지 괜스레 복잡해졌다. 점심시간에 깨.. 2023. 2. 8.
봉사 활동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내게 꼭 식사를 사고 싶다고 작년부터 시간을 내달라고 했었다. 솔직히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아 미루고 미뤘는데 이제 출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모두 알고 있어서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었다. 그녀와의 자리가 불편하거나 싫은 건 아니었지만 굳이 내 마음이 돌아선 이유를 끝까지 말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어디가 좋은지, 뭘 좋아하는지 묻길래 그냥 사무실 앞에서 먹자고 미리 봐 둔 레스토랑으로 갔다. 런치타임이 끝날 무렵이어서인지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한산해서 우리가 잠깐씩 나누는 대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스페인 요리를 기다리는 중이어서 스페인에 관한 얘길 조금 나누고 비행기 티켓이 비싸네, 싸네.. 비즈니스석은 기내식이 어쩌고 저쩌고,, 뭐 그런 가벼운 대화가 오갔던 것 같다. 메인요리.. 2023. 2. 6.
5년간의 아쉬움을 떨쳐버린 날 예배를 마치고 깨달음이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했다. 자기 회사가 공사를 하려다 못한 곳을 다시 한번 가서 보고 싶단다. 00역 앞에 세워진 쇼핑몰과 상업시설이 함께 있는 지하 2층 지상 41층의 타워맨션으로 그 공사를 따내지 위해 5년간 공을 들였지만 끝내 남의 회사로 넘어갔던 씁쓸한 기억의 건물이라고 했다. 왜 갑자기 가고 싶은 건지 물었더니 자기 회사와 같이 공사에 참여하려고 했던 거래처 사장님과 오랜만에 저녁을 먹으며 그때 일을 회상했었는데 함께 했던 5년의 시간을 다시 상기시켜 보고 싶어 졌단다. 역에 도착하자 깨달음은 감회가 새로운 듯 천천히 둘러보며 완공때 몇 번 왔을 때와 별로 변한게 없다며 건물 구석 구석을 살폈다. 2019년 완공 되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며 이곳에 올 때마다 그 .. 2023. 1. 23.
요즘 일본에서 자주 보이는 이상한 한글 깨달음이 한글을 배운지 벌써 6개월이 넘었다. 하지만, 좀처럼 늘지 않는 한국어 실력에 본인도 답답해하고 있다. 제2 외국어를 60이 넘은 나이에 시작해 배워나가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음을 스스로 절실히 느끼고 있다. 오늘 외운 단어가 하루가 지나면 바로 잊어버리고 반복학습을 하고 있어도 기억력감퇴인지 노화현상인지 잘 외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올 목표는 초급을 떼고 중급으로 가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나름 열심히 하고 있으며 한글 공부를 시작하고 깨달음에게 변한 게 있다면 길거리를 지나가다 한글표기가 된 것들을 모조리 읽으려는 좋은 습관을 가지게 됐다. 그렇게 하나씩 읽어보다가 뜻을 모르겠거나 읽기가 어렵거나 발음이 힘든 단어가 있으면 사진을 찍어와서 내게 무슨 뜻인지 묻곤 하다. 맞춤법이 맞은지 안 맞는지.. 2023. 1. 18.
우리가 늙어도 공부를 하는 이유 지난주, 깨달음은 3년마다 한 번씩 치르는 건축사 정기강습에 출석하기 위해 아침을 거른 채로 나갔다. 9시 30분부터 시작한 수업이 5시가 넘어서 끝나는 하루종일 수업을 들어야 하는 강습이었다. 건축사라면 누구나 들어야 하는 의무와 같은 강습으로 깨달음은 마지막 시간에 치르는 시험이 있어서 너무 싫어했다. 자기 나이에 시험을 치른다는 자체도 그렇고 그 시험을 위해 5센티정도 되는 두꺼운 책을 펼쳐놓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게 짜증스럽다고 투덜거렸다. 해년마다 건축법이 조금씩 바뀌기도 하고 새로운 법률들도 생기다 보니 그것들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3년마다 공부를 해야 했다. 큰 화제나 붕괴사고 등이 터질 때마다 건축법상 보안해야 할 점들, 개선해야 할 점들이 바뀌거나 수정되는 것들을 외워야 한다. 강습을 마치.. 2023. 1. 16.
일본인이 한국에서 불편했다는 이 두가지 그녀가 날 만나자고 지정한 장소는 숯불 고깃집이었다. 일 관계로 만났다가 서로 집도 가깝고 취미가 같아서 가끔 차를 마시는 사이가 된 아키모토(秋本) 상은 40대 후반이다. 작년, 연말쯤에 한국에 다녀올 거라고 했던 건 같은데 새해가 됐으니 얼굴 한 번 보자고 해서 나오게 됐다. [ 정 상, 주말인데 나와줘서 고마워요 ] [ 아니에요, 일도 해야 되는데 뭐.. ] 보자마자 소중한 주말에 시간을 내줘서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 아키모토 상, 우리 언제 만났지? ] [ 지난 세미나에서 만났으니까 6개월쯤 된 것 같은데요] 우린 적당히 주문을 하고 그때 세미나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첨부할 사항들을 서로 전하고 앞으로 진행될 행사에 관해서도 잠시 얘길 나눴다. 새로 역임하게 될 분과 내가 그만두게 .. 2023. 1. 7.
올 해를 마무리 할 시간이 됐다 아침부터 초인종이 바쁘게 울리며 각종 선물들이 들어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평소 신세를 진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내는 오세보( お歳暮 연말 선물)를 받다 보니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음이 실감 났다. 깨달음도 회사로 도착한 선물들을 직원들과 나누고 인기가 없는 것들을 집으로 가져왔다. 난 과일이나 생선이 좋은데 올 해는 유난히 달달한 과자류 스위츠(sweets)가 많았다. [ 근데,, 깨달음,, 이 파운드 케이크랑 버터 샌드는 직원들이 싫대? 그 여직원이 좋아하지 않았어? ] [ 그 얘도 좋아하는데 나도 좋아하니까 내가 가져왔어 ] [ 아,, 그래.. ] [ 이 연어는 우리 와이프가 좋아하니까 가져갈 거라 말하고 가져온 거야 ] [ 그래.. 고마워..] 나는 습관처럼 버터 샌드를 하나 꺼내 .. 2022.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