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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6

10년간 언니에게 민폐를 끼쳤다 깨달음이 일본으로 돌아가고 난 후, 나는 매일처럼 청국장과 된장찌개를 번갈아 먹으며 아침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 청국장이었던 만큼 날마다 한 끼씩 먹는데도 아직까지 물리지 않았다. 오늘은 뭐 먹었냐고 내 끼니를 걱정해 주는 자매들에게 청국장 사진을 올리면 날마다 청국장만 먹고 다니냐며 핀잔을 듣긴 하지만, 한국에 있는 동안은 누가 뭐래도 계속해서 먹을 생각이다. 일본에서는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허기 같은 게 있었다.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더불어져 좀처럼 메워지지 않았던 허허로움을 된장찌개와 청국장으로 채워가고 있다. 어느 날은 시장에 들러 번데기를 한 컵 사서 컵 채로 입에 털어 먹기도 했다. 깨달음이 유일하게 못 먹는 한국 먹거리 중에 하나인데 난 가끔씩 먹고 싶을 때가 .. 2023. 4. 23.
일본인도 아닌 한국인도 아닌 나,,, 제주도의 바다는 아침, 낮, 저녁, 아니 수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침 6시에 나가 보는 바다와 10시에 비춰지는 바다,,오후 3시에는 찬란함과 눈부심을 뽐냈다. 언니집과는 가깝지만 난 나대로 내 공간을 빌렸기에, 공항에 도착하고 바로 마트에서 일용품들을 사왔고 언니는 빨래집게부터 시작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트렁크 가득 실어 내 숙소로 날랐다. 휴양지를 제주도를 택했을 때, 언니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언니의 도움을 받게 되자 미안한 마음이 앞서 민폐를 제대로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아침저녁으로 전복회와 구이를 먹으며 내가 제주도에 있음을, 정말 휴식을 하고 있다는 실감이 났다. 전복도 좋지만, 언니가 무쳐준 미역이 너무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더 .. 2018. 6. 20.
해외 거주자, 그리고 가족 블로그 글을 본 우리 자매들과 카톡을 나눴다. 블로그 내용이 애매모호해서 괜히 더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전화로 통화를 하면 간단할 것을 언니, 동생 모두가 조심스러워 묻지 못하고 카톡을 했다고 한다. 동생은 내가 한국에 들어와 한국에서 검사든 치료든 다시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많은 것 같았다. 깨달음도 한국에 가서 해 볼거냐는 얘길 한 번 한적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싫다고 했었다. 괜히, 깨달음 혼자 두고 가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해외에서 살다가 병 들어 고국 찾아 엄마, 그리고 형제,자매들에게 마음 쓰이게 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던 이유 중에 하나였다. 같은 하늘땅에 살면 좋은 게 많을 것이다. 아프면 금방 달려와 주고 맛난 것 있으면 다 같이 모여 먹기도 하고, 좋은 일도, 슬픈 일도 가까이서 수.. 2015. 11. 12.
해외 거주자를 둔 가족들 마음 한국에서 작은 언니와 둘째 딸, 그리고 엄마가 갑자기 동경에 오셨다. 너무 갑작스러운 방문이여서 우리도 대처를 못했고 언니네도 느닷없이 오게 되어서 우리에게 미리 얘기를 할 상황이 아니였단다. 이렇게 급하게 오게 된 이유는 올 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활동을 했던 둘째 조카의 취직이 갑자기 결정되는 바람에 5월에 느긋히 올려고 했던 일본여행을 급하게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거기에다 엄마도 서울에 일이 있어 올라오셨다가 생각지도 않게 같이 오게 되었단다. 너무 급작스러워 어떻게 해야할지 당황하다가 그래도 뭔가를 보여줘야 할 것 같아 급하게 여기저기 알아보고 예약한 곳이 야카타부네였다. 야카타부네는 배 위에서 식사와 연회를 즐기는 지붕과 좌석이 마련된 배를 뜻한다. 에도시대에 귀족들이 밤 바다 위를 유.. 2015. 4. 2.
해외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한국음식들 언니가 소포를 보내왔다. 우리가 이번 주에 한국에 들어가도 일본으로 가져올 물건들이 많기에 미리 보내는게 낫지 않겠냐는 언니의 조언으로 이렇게 한국에 가기도 전인데 소포를 보내주었다. 동치미, 파김치,조기, 육포, 문어다리, 쥐포, 낙지젓갈, 곶감까지,,, 내가 먹고 싶다고 했던 동치미와 파김치, 그리고 깨달음 몫으로 건어물도 함께 보내 주었다. 때마침, 깨달음 퇴근 시간이 곧 다가와서 소포 내용물을 그대로 펼쳐 두었다. 퇴근하고 돌아 온 깨달음이 이 소포를 보고 뭘 할 것인지 알고 있기에... 아니나 다를까 집에 들어오자마자 싱글벙글 신문을 깔고 자기 입맛에 맞춰 문어다리를 자르길래 너무 길다고 그랬더니 이건 내 것이니까 자기 맘대로 할 거라고 가끔 긴 채로 구워 먹으면 맛있으니까 내버려 두란다. [ .. 2015. 2. 18.
한국 고구마 앞에서 괜시리 목이 메인다 간단히 화장을 하고 모자를 눌러썼다. 아주 깊숙히,,, 나라는 사람을 어느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으면 하는 바램으로...... 치료약의 부작용으로 탈모가 심해졌다. 거울에 비친 앙상한 내 육신,,,, 이러다간 부서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그렇게 교회를 다녀오고 집에 돌아왔더니 동생이 보낸 소포가 도착해 있었다. 내가 거실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깨달음이 상자를 열기 시작했다. 책, 씨디, 말린 민들레, 그리고 호박고구마,,,, 호박고구마가 먹고 싶다고 올린 내 글을 봤던 모양이다. 깨달음이 고구마를 보고 금세 알아차린다. 당신이 코리아타운에서 찾았던 고구마냐고 처제에게 고맙다고 전화해야겠단다. 실은, 2주전 엄마가 보내주셨던 깨죽도 먹질 못했다. 음료, 과일계 이외에는 어떤 음식도 거부를 .. 2014.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