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신랑(깨달음)

5년간의 아쉬움을 떨쳐버린 날

일본의 케이 2023. 1. 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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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를 마치고 깨달음이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했다.

자기 회사가 공사를 하려다 못한  곳을

다시  한번 가서 보고 싶단다.

00역 앞에 세워진 쇼핑몰과 상업시설이 함께 있는

지하 2층 지상 41층의 타워맨션으로

그 공사를 따내지 위해 5년간 공을 들였지만

끝내  남의 회사로 넘어갔던 씁쓸한

기억의 건물이라고 했다.

왜 갑자기 가고 싶은 건지 물었더니

자기 회사와 같이 공사에 참여하려고 했던 

거래처 사장님과 오랜만에 저녁을 먹으며

그때 일을 회상했었는데 함께 했던

5년의 시간을 다시 상기시켜 보고 싶어 졌단다. 

역에 도착하자 깨달음은 감회가 새로운 듯

천천히 둘러보며 완공때 몇 번 왔을 때와 별로

변한게 없다며 건물 구석 구석을 살폈다.

2019년 완공 되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며 이곳에 올 때마다 

그 당시 매일같이 미팅을 하며 설계를

구상했던 게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했다.

 

 건물 뒤로 가서도 체크를 하듯 꼼꼼히 살피며

 한없이 올려다 보는 깨달음 뒷 모습이

기분 탓인지 왠지 쓸쓸해 보였다.

[ 깨달음, 지금 봐도 속상해? ]

[ 속상하다기 보다는..그냥,,그래..]

[ 5년 동안 애를 썼으니까 그러겠지..]

[ 정말 우리 회사가 맡을 줄 알았거든  ]

[ 그런 일이 비일비재 해? ]

[  그런 경우가 꽤 있어.. 건물주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기도 하고,, 근데 여기는 정말

공사 규모도 그렇고 꼭 하고 싶었던 거여서

좀 많이 서운했지..]

1층에 들어와 있는 매장들도 둘러보고

그 당시 막강한 파워를 지녔던 회장님이

좋아하는 가게가 있다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시 정문으로 나와 

난 그만 봐도 될까 해서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자긴  역 주변을 좀 더

둘러보겠다며 내게 커피숍에

들어가 있어라고 했다.

나는 따끈한 코코아를 한 모금 마시며 

아직까지 서운한 마음이 남아있을 깨달음을

어떻게 풀어주는 게 좋을까 잠시 생각했다.

2019년에 이 건물이 완공됐으니

5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가 결혼하지 4년쯤 됐을 때이다.

긴 시간을 준비해 놓고도 실패로 끝났는데

그때 난 그런 깨달음의 아픈? 사정을

못 느꼈다는 게 괜스레 미안해졌다.

코로나가 시작되던 3년 전부터는

회사 사정이나 현황을 가끔씩 얘기하는 편이지만

결혼 초에는 전혀 어떤 내색도 하지 않았다.

 특히 따내지 못한 공사에 관해 굳이 내게

말할 필요도 없었겠고 지금도 저렇게

서운한 마음이 남아 있다는 건

그 당시 상당히 심적으로

힘들었지 않았을까 싶다.

커피숍을 나와 나는 깨달음이 좋아하는

덴푸라 전문점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이쪽으로 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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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 고마워. 늘 열심히 일 해줘서 ]

[ 왜 그래? 갑자기? ]

[ 아니.. 당신이 서운해하는 거 같아서

내가 마음 풀어주고 싶어서.. ]

[ 나,, 서운한 거 없는데?  ]

5년간 마음 썼던 것도 수고했고

속상한 마음 내게 보여주지 않아서 고맙고

미안하고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일에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사하고 싶어서라고 풀어 얘기했다.

[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이 가게에 온 거야? ]

[ 응 ]

[ 많이 먹고 다 잊어버리라고 ]

[ 알았어, 다 잊어버릴게 ] 

깨달음 얼굴에 다시 맑은 미소가

퍼지며 자기가 좋아하는 덴푸라를 주문했다.

새우, 호박, 김, 반숙계란, 고구마, 가지,

연근, 오징어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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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결혼 초에 왜  서로를 좀 더 가까이

이해하려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각자가 생각했던 아내의 모습,

남편의 모습이 꿈과 현실이 다르듯 

엇갈리고 낯설어서 적응해 가는 게 

버겁고 힘겨웠던 것 같다.

그래서도 서로가 아픈 부분들을 들여내지

않았고 혼자서 풀어가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일본 방송에선 요즘 이런 게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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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은 우리의 결혼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다.

[ 당신은 있지? ]

곁눈질을 하며 내게 물었다.

[ 나는 원해 비혼주의에 가까운 사람이어서

결혼생활이 안 맞았지..]

 [ 그니까 후회했다는 소리네 ]

[ 후회라기보다는,, 내가 적응하기가

힘들어서 당신한테 미안한 게 많았지..

오늘도 뒤늦게 알았잖아,당신에 그때 마음을..]

깨달음은 이렇게 자기 기분을 알아서

챙겨주는 아내가 있어 너무 행복하다며

오늘부로 저 건물에 대한 미련을

싹 버리겠다고 마지막 잔을

비우며 가게를 나오려다 오늘도

내게 계산을 할거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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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내겠다고 하니까 그 당시 서운했던

자기 마음을 몰라줬으니

그 값을 치뤄야한단다.

나는 기분 좋게 계산을 하고 밖에서

기다리던 깨달음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쉬움을 모두 떨쳐버린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