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커플들 이야기

처음부터 착한 사람은 없다

일본의 케이 2022. 1. 31. 00:00
728x90
728x170

매달 월급날 하는 둘만의 파티를 오늘에서야 했다.

코로나 감염자가 늘어 전국적으로 8만을 찍었지만

스테이 홈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와서인지 이곳 도쿄는

여느 날과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분위기이다.

깨달음과 나, 위드 코로나 생활에 적응돼서

어떤 동요도 하지 않고 각자의 일에 충실하며

지내고 있다. 불가피하게 외식을 할 경우엔

조금은 방역이 철저한 호텔에서 하자는

룰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깨달음이 미팅이 있어 양복차림을 했으니

나도 드레스 코드를 맞춰야 될 것 같아 정장을

입었는데 건배할 때 어깨가 모여드는 걸 보니

군살이 쪘는지 나잇살인지

몸에 변화가 왔음을 알 수 있었다.  

[ 당신은 정장이 잘 어울려.. 아주 멋져 ]

[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깨가 넓어서..]

[ 남자한테 나는 멋짐이 있어... ]

[ 원래.. 내가 좀 남자 같잖아 ]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정체불명의 말들을

 해가며 건배를 했다.

[ 2022년, 벌써 한 달이 지났네..]

[ 응, 정말 시간이 빠르네 ]

[ 내일모레. 한국은 설날이라며? ]

[ 응,,]

[ 한국이고 일본이고,, 이젠 완전히 코로나 전,

생활 스타일로는 못 돌아가겠지? ]

[ 그러겠지. 전 세계가..]

 

깨달음은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직원과의

에피소드를 얘기했고 난 한쪽으로 들으며

휙 지나가버린 1월을 되돌아봤다.

[ 그 직원, 와이프 친정이 이바라키(茨城)인데

연근 농사를 한다면서 전 직원들에게

팔목만 한 연근을 하나씩 주더라고,

아. 그리고 그 와이프네는 한국처럼

구정을 쇤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설명해 줬지 ]

[ 뭘 설명해 줬어? ]

[ 한국에서는 설날에 뭘 먹는지. 일본처럼 

세뱃돈도 준다.. 뭐 그런 한국풍습에 관한 거 ]

난 아마 그 와이프분이 재일동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와인을 반쯤 비울 때쯤, 우린 점점 말 수가 

줄었고 주변을 괜스레 두리번거렸다.

코로나 때문에 빈 테이블이 많아서인지

유독 우리만 돋보였고 웨이터 세 분과

오픈 주방의 셰프가 다들 우리만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시선을 느꼈다.

[ 아, 깨달음,, 올해 목표가 뭐라고 했지?

희망 같은 거 ]

[ 난,, 올해.. 꼭 복권이 당첨되면 좋겠어 ]

300x250

요행을 바라는 게 아니라고 복권에 맞는 사람은

따로 있는 거라고 타고나거나,

미리 점지된 사람들의 몫이라고 몇 번이나

같은 얘길 했었는데 깨달음은 여전히

복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 깨달음, 정말 당첨되고 싶으면 일상에서 

착한 일들, 선한 생각들을 많이 해야 될 거야 ]

[ 나,,, 착한데... 아주 많이... ]

본인 입으로 자신이 착하다 말하는 자체가

벌써 결격사유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깨달음에게

자신도 모르게 불쑥 먹게 되는 나쁜 마음들,

은연중에 이기적이고 권위적이었던 행동들을

버리는 게 당첨의 지름길이 아니겠냐고 했더니 

도를 닦아야 될 것 같다며 자기가

안 착하다고 생각하냐고 되물었다.

반응형

[ 착하긴 하지. 근데 안 착한 부분도 꽤 있어 ]

[ 어떤 부분이 안 착했어? ]

아주 진지하게 묻길래 둘 사이에 있었던

복잡한 상황들을 몇 가지 예를 상기시키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은 원래 착함보다는

악함이 많은데 교육과 학습을 통해 후천적으로

노력을 한 덕분에 선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고, 가끔 나에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같은 걸 보면

착한 것만은 아니였다고 하자

쇼크라며 와인잔을 들었다.

[ 내가 그랬구나... ]

[ 깨달음, 당신만 나쁜 게 아니라 나도 나쁘고,

즉, 모든 인간 자체가 착하지 않다는 거지 ]

우린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착한 인성이었는지

아님 악한 인성이었는지 토론하듯 의견을 냈다. 

인간은 원래 착하게 태어나는데 주변의 환경이나

 욕망, 욕심 때문에 악하게 된 것인지,

태생이 착하지 않아서 악한 일들을 자행하는 게

아닌지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풀어냈다.

[ 결론은,, 어쨌든 착하게 살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소리네..]

[ 그런 소리지..]

우린 레스토랑을 나와 지금껏 착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행동들을 떠올려보며 자기반성을 하며

길을 걸었다.

728x90

 

착하게 산 다는 것

매운 게 먹고 싶다고 했다. [ 많이 먹어, 근데 너무 오랜만이다 ] [ 응,,작년? 제작년인가? 타이완에서 보고 ]  [ 2년 전이야,,타이완에서 만난 게, 한국에는 전혀 못 갔어 ] [ 응 ] 후배를 만났다. 디

keijapan.tistory.com

착함과 악함의 경계, 그걸 구분 짓는 기준 역시

개인차, 보는 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나에게는 더없이 착했던 사람이 나 아닌

다른 이에게는 희대의 악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착함은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는 것이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 몸에 베인 습관들에서도

착함은 묻어나 보이고 특히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본성이 확연히 나타난다.

싸웠을 때, 위기에 빠졌을 때,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사람이 대처하는 태도에서

그의 본성을 눈치챌 수 있다.

 

코로나 이혼이 일본에서는 현실이였다

점심시간에 전화가 걸려왔다. 두달여간 라인을 통해 연락을 했었는데 오늘은 통화를 하고 싶어했다. [ 남편이랑 얘기가 끝났고, 이혼하기로 했어.., 재산분할이랑  자녀양육권도 정리했고,, ]

keijapan.tistory.com

 

여러 유형의 일본인이 있다.

미도리 상은 내 주변의 일본인들과는  많이 다르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기가 필요할 때만 사람을 찾는 스타일이다. 어느날은 밤 11시가 넘어 전화를 해서는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궁금한 단

keijapan.tistory.com

착함과 악함의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겠지만

언제나, 매사에 한결같은 태도와 행실이 얼마만큼

뒷받침되어 있는지가 관건이 아닌가 싶다.

겉만 착한 사람은 상황에 따라

이중성인 면을 바로 보이고 만다. 

깨달음은 자신이 착하다 생각코 행한 행동들이

상대에게 불편했을 수 있었다는 점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며

 그냥 적당히 착하게 살면 될 것 같단다.

착함과 나쁨이 항상 붙어 다니는 이유는

처음부터 착한 사람이 없듯,

 악한 사람도 없다는 뜻이다.

 그저 모두가 악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며 사는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