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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코로나 이혼이 일본에서는 현실이였다

by 일본의 케이 2020. 7. 1.

점심시간에 전화가 걸려왔다.

두달여간 라인을 통해 연락을 했었는데

오늘은 통화를 하고 싶어했다.

[ 남편이랑 얘기가 끝났고, 

이혼하기로 했어.., 재산분할이랑

 자녀양육권도 정리했고,, ]

이번주에 보험을 해약한다고 했다.

호시노 상은 결혼 22년째이며 남편과의 사이에

 다운증후근의 15살 딸을 두고 있다.

코로나 전엔 꽤 자주 만나 딸의 교육에

관한 얘길 나눴고 내게 미술치료도 받았는데

 코로나 이후론 만나질 못했다.

[ 호시노 상, 정말 도장도 찍었어요? ]

[ 응, 다 찍었어, 돈이 정리되면 구약소에

제출만 하면 끝나! ]

[ 정말 마음을 굳히신 것 같네요 ]

[ 응, 코로나 이혼이야 ]

코로나 이혼이라는 말을 해놓고는 자신도

웃겼는지 소리내서 웃었다.

말로만 듣던 코로나이혼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게 난 의아했다.


코로나로 인한 간급사태로 모두가 스테이홈을

 하게 되었던 지난 4월과 5월,

 여러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 첫번째로 호시노 상은 열심히 손도 씻고, 

소독을 하며 행여 장애를 가진 딸에게 코로나가 

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최선을 다하는데

남편은 마스크 조차 쓰지 않고 돌아다녔고

그걸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까지 들었다고 한다.

입이 아플정도로 마스크 좀 쓰라고 했지만

전혀 듣지 않았고 집에 있을 때는

컴퓨터 게임을 하루종일하고

다른 날은 사람들로 붐비는 빠칭코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남편을 용서할 수 없었단다.


집안일은 원래 손도 안대는 사람이여서

그러러니했지만 이런 위험한 시기에

위기감도 없이 특히 딸을 생각하면

더 조심해야할 사람이 전혀 무책임한

행동들을 거듭하는 게 너무 미웠다고 했다.   

[ 그래도 잘 참아오셨는데.... ]

[ 맞아, 잘 참고 살았는데 이번

두달간 이 남자의 본성을 다 봐 버려서

정이 떨어진 것도 있고 더 이상 참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결단을 낸 거야,,,

 위기의식이 없는 남자인 줄 애초부터 알았지만

위생적인 면도 너무 결여된 게 많아

내가 차마 말로 다 못하는데

이도 잘 안 닦는 사람이였어 ]

[ ............................ ]

더 이상 물어서는 안 될 것 같아서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지 물었다.

 딸과 함께 지금 사는 곳이 아닌

특수교육시설이 괜찮은 곳으로 

이사를 할 것이라며 마음을 정하고 나니

너무 홀가분하다고 했다.


코로나이혼 소식을 들은 게 벌써 두번째다. 

대학원 동기인 이노우에 상을

지난 토요일, 우리집 근처에서 만났었다.

8월에 참석하게 될 세미나 건에 대한

사전미팅이 필요해서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죄석배치와 

자료배부를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해둬야할 것들을 분담해야했다.

그러다 코로나 얘기가 나왔고 그녀가 

자신의 얘길 자연스럽게 털어놨다.

코로나로 남편의 수입이 줄고 그로인해

말다툼이 잦았다고 했다. 

금전적으로도 힘이 든 상황인데 

남편은 친구들 만나서 술 먹고 들어오기를

자주했고 그렇게 들어와서는 씻지도 않고

그대로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찬물을 끼얹여버리고 싶었다는 이노우에 상.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데 아침, 점심, 저녁

밥상 앞에서 반찬이 마음에 안 든다고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밥을 먹을 때마다

속에서 화가 치밀어 젓가락을 뺏어 버리고

싶었단다.

이 대목에서 웃어서는 안 되는데 너무 

리얼한 그녀의 표현에 피식 웃고 말았다.


그녀는 아이가 없을 때

헤어지는 게 정답일 것 같아서 

남편에게 이혼의사를 타진했더니

남편도 동의한다는 식이였다고 한다.

[ 이노우에 상, 결혼 몇 년째죠? ]

[ 10년밖에 안 됐어요, 서른에 해서

지금 마흔이니까 ]

그리고는 나와 깨달음 관계를 물었다.

우리집에 한번 초대받아 온 적이 있어 웬만큼은

 알고 있었는데 항상 잘 지내는 것같아서

부럽다고 했다.

 우린 노후를 걱정해야할 나이여서 그냥 

그러러니하고 한쪽 눈을 감고 살고 있다고

 했더니 어떻게 한쪽 눈을 감고 살 수 있는지

그 노하우를 알려달라며 다음에

깨달음과 꼭 술한잔 하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일본내 가정 폭력과 

이혼률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내 주위에 이렇게 가깝게 있을 거라

한번도 생각해보질 못했는데

현실이였고 아주 리얼했다.

꼭 코로나가 이혼을 결심한 이유의

전부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건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그동안 쌓여왔던 불만들이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안 봐도 될 부분까지

보게 되다보니 짜증이 증폭 됐을 거라는

추측만을 해본다.

부부간에 생긴일은 둘만이 알 수 있기에

난 그냥 그녀들에게 잠시 휴정시간 같은 걸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

한쪽 눈을 감고 살아도 이혼이라는 단어는

늘 머릿속 어딘가에 감춰놓은 히든카드인데

오죽했으면 실천에 옮길까라는 생각도 든다.

코로나가 아니여도 이혼하려고 하면

그 이유들은 끝도 없이 많다.

단지, 코로나가 흔들리는 두 사람의 갈등에

힘을 실어 준 것 같아서 씁쓸한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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