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혼밥을 싫어하는 이유를 알았다
퇴근길에 여행사에 함께 들린 우린
저녁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중화요리집에 따라 섰다.
5시에 영업이 시작됐는데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만석이 되었다.
[ 이 집, 유명 한가봐,,]
[ 그런 가봐,,]
이곳에 올 때마다 그냥 스쳐 지났던 곳인데
중화요리 노포였다.
모든 손님들이 우리 빼놓고 다들 단골인지
안부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회사에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을 주인아저씨께 소개하기도 했다.
2층까지 만석이라고 들어오는 손님에게
미안하다며 아저씨가
두 손을 모아 사과를 했다.
우리가 앉은 카운터석은 의자가 고정이 되어 있어
옆 사람과의 간격을 내 맘대로 조절할 수 없었다.
[ 깨달음, 요즘 인플루엔자가 유행이야,
마스크 꼭 쓰고 다녀 ]
[ 다음 주에 접종 예약했어. 그거 맞으면 돼 ]
[ 그래도 마스크 다시 쓰고 다니는 게 좋아 ]
[ 아는데 아직도 덥잖아,, ]
낮에는 여전히 30도까지 오르는 여름이지만
해가 지면 가을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환절기에 독감, 그리고 여전히 변이를 하고 있는
코로나까지 질병들이 가득한 속에 외식을
자주 하고 있다는 게 약간 염려되서인지
머릿속 생각들이 엉키기 시작했다.
[ 밖에서 사 먹는 버릇하니까 집에서
요리하기가 싫어진다.. 깨달음 이러다
진짜 우리 습관 되겠어..]
[ 그래도 아침은 꼭 집밥으로 먹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탈리아,
중식, 한식, 일식을 돌아가면서
먹으니까 영양면에도 문제없고,,]
뭐, 그렇게 생각한다면 별스러운 게 아니겠지만
난 아직까지 집밥이 건강을 책임지는 게
아닌가라는 굳은 믿음같은 걸
버리지 못해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다.
[ 당신이 좋아하는 에비치리(エビチリ) 나왔어 ]
한 입 먹어보니 참 맛있다. 술안주로도
잘 어울려서 내 입에 딱 맞았다.
바로 앞 주방에선 라멘과 나가사키짬뽕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손님들은 알아서
척척 받아 들고 각자 자리에 앉아
말없이 먹었다.
[ 깨달음,, 근데 당신 집밥 좋아했잖아,
아침식사도 그렇고 되도록이면 집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왜 갑자기 변했어? ]
[ 나 안 변했어. 지금도 집밥을 좋아해.
근데,, 당신이 피곤하고 몸이 아플 땐
이렇게 간편하게 외식하는 게 서로에게
편하고,, 더 솔직히 얘기하면
내가 집에서 혼자 먹는 것보다
밖에서 같이 먹는 게 훨씬 좋아서 ]
깨달음은 혼밥을 아주 싫어한다.
식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자신만의
철학 같은 게 있어 내가 없을 때나
지난주처럼 아파서 누워 있을 때
혼자 먹는다는 게 너무 싫었단다.
그래서 자기도 좋고 나도 좋은 게 뭔가
생각해보다 맛집들을 찾아다니면서 둘이
함께 먹는 게 최고라는 결론을 내렸단다.
[ 왜 혼밥이 싫어? 이렇게 맛집 찾아다니면서
마음대로 먹고 다니면 좋잖아 ]
[ 난 진짜 싫어! 혼자 식당 가서 먹는 것도
싫고 혼자 먹으면 뭘 먹어도 맛이 없어,
그냥 커피숍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
먹는 건 괜찮은데 식당은 혼자 안 가 ]
하긴, 깨달음은 뭘 해도 같이, 함께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더더욱 혼밥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다.
그건 선입견이라고 요즘 세상에 혼밥을 안 하는
사람이 어딨냐고 말해도 자긴 싫단다.
왠지 처량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아무리
맛있는 걸 먹어도 슬프고 식사시간이
전혀 즐겁지 않단다.
[ 당신이 한국에 가면 혼자 밥을 차려먹으면서
항상 들었던 생각이 뭔 줄 알아?
식사가 아닌 [먹이]를 먹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살기 위해 먹어야하는,,
뭘 먹어도 맛도 없고,,
무엇보다 힘든 건 혼자서 먹어야
한다는 게 너무 우울했어 ]
우울한 생각을 했던 사람 치고는 상당히
다양한 메뉴로 거나하게 차렸던데 왜 그런
생각을 하며 먹었냐고 했더니 그렇게
데코도 하고 먹음직스럽게 꾸며놓지 않으면 정말
살기 위해 음식이 아닌 동물의 [먹이]를
먹는 것처럼 느껴져서 반찬거리들을
최대한 사람이, 인간이 먹는 것처럼
보기 좋게 접시에 차렸었단다.
그런 깊은? 뜻이 있어 혼밥에 대한 슬픔이
묻어 있다는 건 몰랐다.
1인가구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결코 좋아서 혼밥을 선택하는 사람이 과연
몇 프로나 되겠냐며 자기처럼 식당 가는 게
싫어 배달로 집에서 혼자 먹는 밥은,
허기를 채우는 대신 외로움을 같이 먹는 거라며
앞으로도 자기는 내가 없을 때 외에는
절대로 혼밥을 하지 않을 생각이란다.
물론 식당엔 절대로 가진 않을 것이고
어떻게든 맛깔스러운 음식처럼 꾸며놓고
최대한 외롭지 않고, 최대한 처량하게
보이지 않도록 해서 먹을 거란다.
분위기를 좀 바꾸려고 이번 엄마네
추석 상차림 사진을 보여줬다.
[ 맛있겠다. 이것 봐,, 역시 식사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먹어야 맛있는 거야,
일본이든 한국이든, 1인가구가 많아져서
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나는 그 사람들 볼 때마다
나와 같은 마음일 것 같아서 짠해....]
[ .......................... ]
감성모드에 빠져가는 깨달음을 보고 이쯤에서
얘기는 마무리 지었지만 혼밥이 싫었던 이유가
나름 확고해서 되도록이면 깨달음을
혼자 두지 않도록 노력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