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지금 급속히 확산되는 코로나
감염자수로 의료 체계의 붕괴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어제는 2,500명대에 이르렀고 누적 확진자는
14만3천여명이 되었다. 오늘 도쿄에서만
418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우린 느슨해졌던 마음을 다잡고
다시 착실히 스테이홈을 하고 있다.
출근 이외에 불필요한 외출은 삼가하고
급한 전달사항이 아니면 대면하지 않은
방식으로 대처해나가고 있다.
그렇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세끼를 챙겨
먹는 게 이젠 당연한 일이 되었다.
https://keijapan.tistory.com/1395
(삼시세끼, 그래서 열심히 차린다)
늘 밥상에 올라오는 메뉴들이야 그리 많은
변화가 있진 않지만 끼니때마다
뭐가 좋을지, 뭐가 먹고 싶은지
여전히 신경이 쓰인다.
아침은 주로 샌드위치나 누룽지를 준비하고
점심은 면종류, 저녁은 메인요리 하나로
먹으려는데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즐겨먹던 음식위주로 차려질 때가 많고
안 좋아하는 식재료는 아예 구입을 안 하니
골고루 영양소가 충족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건강식을 먹으려 애를 쓰고 있지만
워낙에 면이나 튀김류를 좋아하는 깨달음 입맛도
고려해가며 상차림을 준비하고 있다.
과일도 다양하게 사 두고 밑반찬도 좀 여러 종류로
만들어 두는데 어쩐일인지 상을 차리고 나면
영양적인 면에서 한쪽으로 치우치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곤한다.
요즘같은 코로나시대는 면역력을 높여주는
음식이 최고라고 하는데 과연 뭐가
좋은 식단인지 고민스러울 때가 종종있다.
어제는 스테이크로 저녁상을 준비했는데
[허영만의 백반기행]이라는 프로를
보면서 깨달음이 잘 먹다가
자기도 백반이 먹고 싶다고 했다.
[ 아침으로 빵말고 밥으로 해줄까?]
[ 아니 샌드위치도 좋은데 저기 아저씨가 먹는
반찬 여러가지 나온 저 백반 있잖아,,
저게 부럽게 느껴져서..]
[ 왜 부러워? ]
[ 저기 반찬에 꼬막이 있었어..그냥 나오는
반찬에 꼬막이 있다는 건 사치야.
리필도 해줄 것이고,,돈 주고도
여기서는 구하기 힘들데...]
[아,,꼬막,,]
꼬막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깨달음에게
지금 가장 먹고 싶은 게 무어냐고 물었더니
아구찜과 낙지볶음이란다. 아삭아삭한 콩나물에
아구찜살을 한 점 올려 먹으면 끝내준다며
내게도 물었다.
난 청국장과 코다리찜이 먹고 싶다고 했다.
[ 코리아타운에 없었나? ]
[ 없어,청국장자체를 이젠 안 판대..가게에서
청국장찌개라고 파는 곳이 있다는데 일본
낫또를 넣어서 끓인대 ]
우린 한국에서 처음 먹었던 청국장 얘기를
시작으로 청량리시장, 종로, 을지로에서의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며 저녁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깨달음이 말하는 백반 스타일로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을 죄다 꺼내 나열하고
따끈따끈하고 구수한 누룽지를 끓여 준비했다.
[ 이거 뭐야? 정말 백반이네, 좋아, 좋아 ]
샤워를 마치고 들어온 깨달음이 환한 미소를
보내면서 갑자기 한국어로 상황극을 시작했다.
[ 이모님, 이거슨 뭐에요? ]
[ 홍합조림이에요 ]
[ 에? 호합? ]
[ 이모님,,된장찌개 없어요? ]
[ 누룽지에는 된장찌개 안 나가요 ]
[ 김치 없어요?]
[그냥 깍두기 드세요 ]
[ 이모님, 상추 없어요? ]
[ 제육볶음 시키면 상추 줄게요 ]
[ 고기?]
제육볶음이 고기라는 건 알아들었는지
거기서 멈추긴 했지만 더 이상 한국어가
딸려서도 계속하지 못한 것 같았다.
누룽지에 창란젓 올리고, 김으로 감싸서
한 입에 넣는 걸 좋아하는 깨달음은 끝내
누룽지를 리필해서 더 먹었다.
[ 맛있어? ]
[ 응. 이렇게 반찬이 많이 있으니까 정말
한국에서 먹은 거 같았어, 같은 반찬인데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져서 좋아 ,
역시, 아침엔 누룽지가 최고야, 최고,
내일도 이렇게 해 줄거야? ]
[ 아니, 가끔 해야지 특별한 느낌이 들지]
가끔 해 준다는 내 말에 수긍은 하면서도
왠지 서운했는지 또 상황극에 들어갔다.
[ 아줌마, 얼마에요? ]
[ 아줌마??? 8천원이요 ]
[ 카드, 오케이? ]
[ 현금 주세요 ]
[ 나는 일본 사람입니다 ]
[ 나는 한국사람인데 현금으로 주세요]
[ 이모님,,야쿠르트 없어요? ]
[ ............................. ]
아쉬울 때는 이모님으로 호칭을 바꾸는 것도
황당했지만 식사 끝나면 야쿠르트 주는 건
잘도 기억해내는 것이 기가 막혔다.
그렇게 일본손님 깨달음은 그릇에
남은 숭늉과 밥풀까지 박박 긁어 마셨다.
그리고 오후엔 간식으로 호떡을 만들었다..
지난번 코리아타운에서 호떡믹스를 집어들었을 때
깨달음이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까맣게 잊고
있길래 그냥 내가 만들었다.
젓가락을 가져다 줬더니 호떡은 종이에 싸서
먹어야한다며 종이 같은 걸 달란다.
[ 없어..그냥 먹어, 젓가락으로 ]
[ 싫어,,종이컵 없으면 두꺼운 종이라도 줘 ]
호떡용 종이컵으로 쓰기엔 조금 아까운
손잡이 종이컵을 내줬다.
한 입 먹어보고는 [오~대박]이란다.
난 대박이라는 표현을 썩 좋아하지 않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어디서 배웠냐고
물으니까 한국 프로에서 많이 들었단다.
서울의 어느 호떡집에서 파는 것과 맛이
어떻게 똑같을 수 있냐고 묻고는
집에서도 이렇게 모든 걸 해 먹을 수 있어
다행이라며 지금은 한국에 못가지만 이렇게나마
만족하면서 지낼 수 있어 좋단다.
아침부터 깨달음이 기분 좋다니 나도 좋은데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가며
삼시세끼 걱정도 함께 늘었다.
https://keijapan.tistory.com/1395
(삼시세끼, 그래서 열심히 차린다)
입이 즐거운 음식이 아닌 몸이 원하는 음식을
먹어야한다는데 우린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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