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회사는 이런 회사였다
퇴근을 하고 저녁은 뭘 먹을까 고민하다
우린 집 근처 고깃집에서 만났다.
깨달음이 좋아하는 장어구이를 먹자고
했는데 고기가 땡긴다고 했다.
재일동포분이 운영하는 이 가게는 김치맛부터
각종 양념까지 완전 우리 입맛에 딱 맞아
한국에서 먹는 느낌이 나는 곳이다.
깨달음이 특히나 좋아하는 건 시원한
쌀 먹걸리 한 잔에 안주로 먹는
새콤 달콤 고추장 양념이
일품인 천엽사시미다.
막걸리를 단숨에 들이켜던 깨달음이
먼저 입을 열었다.
[ 우리 회사 여직원 있잖아,
노무라(野村) 임신했대 ]
[ 아,,그래..]
난치병판정받아 올 5월에 휴직계를 냈던
그 여직원이다.
[ 입덧이 심해서 죽을 맛인가 봐 ]
[ 근데 당신은 그런 얘길 누구한테 들어? ]
[ 노무라가 지난주에 회사에 잠깐 들렀거든
그래서 이런저런 얘길 했지 ]
[ 회사에서 별소릴 다하네,
친정아빠도 아니고,, ]
[ 우리 회사가 가족적인 분위기잖아,
예정에 없던 임신이어서 내년에
출산하고 그러면 아이도 키워야 해서
휴직기간이 1년쯤 더 늘어날 것 같다네 ]
[ 그러긴 하지..]
원래 깨달음 회사에 여직원들이
깨달음을 친척 아저씨처럼 대하는 건
예전부터였다.
좀처럼 터놓지 않는다는 자신의 가정사나
연애사까지 얘길 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임신이나 출산에 관해서까지 편히
얘기를 한다는 걸 보면 상당히
프렌들리 한 회사임이 틀림없다.
어느 여직원은 생리통 때문에 쉬겠다고
하는 직원도 있었고 다른 여직원은
남자 친구랑 같이 살 집을 상담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아빠처럼, 삼촌처럼
부담 없이 친절하게 상담에 임한 덕분에
깨달음 회사는 아주 가족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 깨달음, 당신은 안 피곤해? ]
[ 응, 나는 괜찮아, 직원들이 자신의 사생활을
스스럼없이 말하고 상담하는 게
나는 더 고마워 ]
[ 그래서 당신 회사 직원들은 다른 곳에
이직했다가 다시 돌아오는가 봐 ]
[ 그건 모르겠고 일을 자유롭게 하도록
하니까 편한 가 봐 ]
[ 그러니까 당신 회사를 그대로 이어받겠다는
직원이 늘고 있는 거 아니야? ]
[ 아니야, 그건 확실히 해 둬서 괜찮아,
내가 야마모토(山本)에게 넘긴다는 걸
거래처도 다 알고 있으니까 ]
야마모토상은 사회인으로 첫 출발하던 날
입사축하 술자리에 나도 참석을 했던 터라
잘 기억하고 있는 직원 중에 한 명이다.
이제 40대 후반이 된 야마모토 상은
깨달음이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많은 부분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결혼 전 깨달음 회사에 처음 갔을 때
놀랐던 게 두 가지 있었다.
분명 직급이 있음에도 상관없이
모두가 이름으로 호칭을 불렀고
깨달음 테이블이 있긴 있었는데
제일 구석자리에 있었던 점이었다.
[ 깨달음,, 대단하다 ]
[ 아니야,, 직원들 없었으면 지금까지
운영하기 힘들었는데 다 직원들 덕분이지 ]
[ 당신만의 경영철학은 뭐야? ]
[ 음, 사람을 잘 부리는 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생각해.. 나는 무엇보다 직원들을
인간대 인간으로 대하려고 노력했지..
사람은 아주 작은 것에 감동받고 감사하고
그러잖아,, 그래서 개인적인 부분도 많이
알아가려고 하고 그랬지, 다행히 직원들도
그런 내 스타일에 잘 따라와 줬고,, ]
회사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노하우는
분명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직원관리는 정신적으로도 피곤한 부분이다.
하지만 깨달음은 인간적인 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때로는 형님처럼, 때로는 삼촌처럼
넉살 좋은 아저씨 역을 잘 소화하고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직원들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은 모양이다.
직원들 챙기는 사장님은 다가가기가 편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신뢰가 쌓았던 것 같단다.
하긴 우리 집에서 한식 파티를 할 때도 늘
빠짐없이 직원들을 불렀었다.
6월부터 시작된 공사가 지방에 있어
두 직원이 출장이 잦아 힘들어하길래
여름 보너스를 두둑이 담아줬단다.
모든 걸 종합해 보면 깨달음은
당근과 채찍을 잘 사용할 줄 아는
오너인 게 틀림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