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신랑(깨달음)

부부, 그래서 항상 노력해야 한다.

일본의 케이 2024. 10.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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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깨달음은 마음이 바빴다.

보고 싶은 영화 두 편을 꼭 오늘

봐야 한다고 내게 얼음 생수를

잊지 말고 챙기라고 했다.

[ 깨달음,,난 범죄도시 별로인데..]

[ 범죄도시야말로 같이 봐야 재밌어 ]

[ 그래...별로 안 보고 싶은데 그냥

나는 사우나 가 있으면 안 될까? ]

[ 아니야, 같이 가야 돼 ]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동석의 범죄도시 4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는 깨달음은 

팝콘을 연신 집어 먹으며 한껏 들떠 있었다.

[ 봐 봐, 저 커플도 한국사람이지? ]

[ 응, 그런 것 같네 

[ 저 오른쪽 중년 부부도 한국사람이야 ]

[ 그러네..]

가장 뒷자리에 앉아서 들어오는 사람들

옷차림만 봐도 한국인인 걸 단박에

알아맞추는 깨달음은 뭐가 좋은 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영화가 상영되자  킥킥킥 웃다가

격투씬에서는 자기가 몸을 좌우로

움직여가며 피하기도 하고

팝콘이 있는 걸 잊어버렸는지

스크린 속에 빨려 들러간 듯이

몰두하고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난 파스타를 먹을 생각이었는데

깨달음이 다음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가까운 곳에서 먹자길래

푸드코트에서 비빔밥과

오므라이스를 주문해 기다렸다.

[ 이번 영화 실화라며? ]

[ 응, 실화를 바탕인 것 같더라구 ]

[ 역시 마동석과 조선족 박지환은

정말 재밌어,,엔돌핀이 막 돌아 ]

[ 아,,그래...]

 

난 아무말 없이 비빔밥을 먹었고

깨달음은 내 비빔밥을 또 자기 것처럼

자연스럽게 떠먹었다.

[ 다음 영화 제목은 뭐라 그랬지? ]

[ 시빌 워 (civil war), 미국이 둘로 

 나눠져 내전에 휘말리는 그런 영화야 ]

 [ 아,, 그래..]

[ 당신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

봐 봐, 아주 볼만할 거야 ]

검색을 해 봤더니

서부군(텍사스, 캘리포니아)과 나머지

19주가 뭉친 플로리다 동맹이 분리되고

독립으로 내전이 벌어졌고 그것을

종군 기자단 시점에서 담아낸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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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춥다며

서둘러 재킷을 걸치던 깨달음이 따끈한

시루코(일본식 단팥죽)를 먹자고 했다.

[ 깨달음,,재밌었어? 영화? ]

[ 음,그닥,,근데 좀 무섭긴 했어,,내전이든

뭐든,, 전쟁은 일어나면 안 돼 ]

내 따끈한 시루코를 한 번 떠먹고

자기 것 아이스크림 한 번 떠먹고,,

무슨 조합인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또 깨달음은 내 것과 자기 것 구별 없이

번갈아 숟가락질을 했다.

 

보고 싶었던 영화를 두 편 모두 보며

주말을 보낸 깨달음에게 난 다시 한번

다짐과 부탁을 했다.

주말에는 따로 행동하자고,,

각자 좋아하는 것을 하게 내버려 두고

상대에게 강요하지 말자고,

[ 내가 강요했어?? ]

[ 강요는 아니지만 무언의 동조를 원했지 ]

[ 그럼, 싫다고 확실히 말하지 그랬어? ]

[ 티켓 이미 사 두고 같이 가자는데

안 간다고 그래? ]

[ 거절해도 되지,,]

[ 그래? 알았어, 다음부터는 그럴게.

그러니까 티켓 사기 전에 

나한테 의사를 물어야지..]

[ 나는 당신도 좋아할 줄 알았지 ]

[  당신은 아직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니까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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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밥상이 서로 다른 이유

[ 케이야,, 너 요즘 많이 바빠?] [ 아니..별로 안 바빠 ] [ 근데 왜 자꾸 입술에 물집이 생기는 거야? 뭐가 그렇게 스트레스야 ? 정말 잘 먹고 다니는 거야? ] [ 잘 먹고 있어...] [ 니가 청국장 먹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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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마동석 배우를 나도 좋아하니까

영화도 좋아할 거라 생각했고

시빌 워는 그냥 혼자 보기 무서워서

같이 보고 싶었단다.

[ 아무튼, 다음부터는 일단 나한테 물어봐 ]

[ 알았어,, 그래도 이렇게

같이 영화 보고 같이 맛있는 거

먹고 그러니까 좋지 않아? ]

[.......................... ]

한 달 전에도 이와 비슷한 대화를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깨달음은 또 잊고 내 티켓까지

구매를 했다. 결혼생활 1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자기 생각이 우선인 깨달음..

 

남편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줬다

내일이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간다. 먼저 돌아간 깨달음과는 날마다 통화를 하며 식사는 잘하고 있는지 회사는 별 탈 없는지 무슨 일이 생기진 않았는지 극히 일상적인 대화를 하루도 빠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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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은 저녁식사 후 각자의 방에서 서로의

시간을 갖는데 주말이나 연휴가 겹치면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려 한다.

부부는 늘 항상, 언제, 어디든 함께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깨달음과

부부지만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고

주말이야말로 정말 혼자이고 싶다는

내 주장과는 늘 엇갈린다.

 

일본은 죽어서도 이혼을 한다

지난주 미용실 원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그냥 해 봤다고 늦더위가 계속되는데잘 있냐는 안부 문자를 받았는데그건 머리 다듬을 때가 되지 않았냐는의미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계획대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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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티켓을 두 장 보여줘도 내가 좀 더

강하게 거절을 했어야 했을까..

내 의지를 접고 상대에게 맞춰 주고 있다는

생각이 짙어질수록 다른 상대는

스트레스가 쌓인다.

깨달음은 좋은 마음에서, 내가 좋아할 거라

생각하고 했던 것임을 알기에

서로가 기분 상하지 않게

각자 즐거운? 주말을

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연구해 봐야 될 것 같다.

14년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들이 이외로 많아

 항상 서로 노력해야한다.

다른 부부들이 다 그러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