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야,, 너 요즘 많이 바빠?]
[ 아니..별로 안 바빠 ]
[ 근데 왜 자꾸 입술에 물집이 생기는 거야?
뭐가 그렇게 스트레스야 ?
정말 잘 먹고 다니는 거야? ]
[ 잘 먹고 있어...]
[ 니가 청국장 먹고 싶다고 할 때마다
내가 짠해 죽겠다.. 보내 줄 수도 없고,,]
블로그에 병원 간 얘길 올리면 어김없이
가족, 지인들이 우려의 목소리로 전화를 한다.
[ 뭐 좀 보내줄까? ]
[ 아니야,,여기도 다 있어 ]
[ 근데..뭐가 그렇게 널 힘들게 하는데...
말 좀 해 봐,,한국에 올 수도 없고,,]
친구는 끈질지게 물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저녁까지 뭘 먹고 다니는지 청국장이든
뭐든 어떻게든 보내볼 테니 뭐든지 말하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난 매일 미역국을 먹는다. 산모도 아닌데
벌써 일주일째 미역국 밥상을 차린다.
큰 솥에 끓여 집에서는 무조건 미역국을
밥상에 올리는데 오늘은
괜스레 검은 미역국이 너무 밉게 보였다.
미역국을 원래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애 낳은 것도 아닌데 언제까지 미역국을
먹어야 하는지 스멀스멀 짜증이 올라왔지만
억누르고 미역국을 또 먹었다.
지난주 건강검진에서 마지막 문진을 할 때
의사로부터 내 혈액 상태?를 보고 미역이나
김, 해조류를 많이 먹으라는 조언을 받았다.
깨달음은 딱 하루 미역국을 먹었을 뿐
다음날부터는 나와 다른 밥상을 원했다.
아침식사를 아주 중요시하는 깨달음이
매일 똑같은 미역국은 먹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에 강요도 하지 않았다.
아침마다 깨달음은 누룽지를 나는
밥과 미역국으로 따로 밥상을 차려 먹는데
깨달음이 나보고 대단하다고 했다.
미역국 안 좋아하면서 일주일째 먹는 거
보면서 역시 끈기가 최고라면서
크리스마스 때도 미역국 먹을 거냐고 물었다.
[ 그럼, 먹어야지.. 한 달은 먹을 거야]
[ 한 달 동안이나?]
[ 응,, 한 달은 먹어야 몸이 안다고 그랬어.
그리고 내가 먹는 음식이 내 몸을
만든다고 했으니까 몸을 새로 만든다
생각하고 먹는 거야 ]
[ 완전, 다시 태어나는 거야? 예수 사마처럼
부활? 크리스마스랑 잘 어울린다.. ]
[ .................................... ]
깨달음은 까불며 가볍게 하는 얘기했지만
난 진지했다.
올여름 대상포진도 그렇고, 일주일 걸러
생기는 입술 물집도 그렇고 내 몸을
새롭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꾹꾹 참고 미역국을 먹는 것이다.
몸이 아프면 서러운 건 나이지만
같이 있는 사람에게도 상당한 불편함을
준다는 걸 잘 알기에 이젠 정말
병치레를 안 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오늘 아침, 깨달음은 꼬막을 까먹으면서
설날에 먹을 꼬막을 사야 하지 않냐며
자기는 아침마다 이렇게 진수성찬?를
먹어서 건강하다고 나보고 먹는 것보다
스트레스가 원인이지 않냐고 했다.
[ 그니까 당신은 나한테 스트레스를 제공
하지 않도록 노력해 줬으면 해,
무슨 말인지 알았지? ]
[ 알지. 근데. 난 스트레스를 안 준 것 같은데 ]
[........................................ ]
아마도 난 부부만이 알 수 있는 속사정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어서도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 아무튼,, 깨달음,, 난 건강을 위해 음식을
선택해서 먹을 거니까 당신은 당신이
먹고 싶은 것들 맘껏 먹어 ]
[ 응, 그럴 거야 ]
먹는 즐거움을 크게 생각하는 깨달음과
건강을 우선해서 생각하는 나,,
음식에선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는 우리지만
되도록이면 인스턴트보다는 집밥을 즐기자는
뜻은 같이 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입이 짧았던 난 먹는 것에
별 흥미가 없었다. 그런 습관들이 누적되어
이렇게 허약체질이 되어버린 건지 정확한
연관성은 모르겠지만 내 생각과 달리
몸과 마음이 따라와 주지 못하고
많이 허해진 건 분명했다.
밥만한 보약이 없다고 친정엄마는 늘
자식들에게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처럼 삼시세끼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는 게 가장 큰 복이라고 한다.
서서히 건강한 몸을 만들어 내년에는 정말
병원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
한 해를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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