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이륙 전, 남편이 급하게 보낸 카톡
아침부터 깨달음은 생선구이와 청국장을
주문해 맛있게 먹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뭘 하며
보낼까 나름 계획을 세운 깨달음이
아침식사를 마치고 첫 번째로
동대문 성벽을 가보고 싶다고 했다.
일단 나도 처음 가보는 곳이라 어떤 코스가
좋은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는지
찾아보고 동대문역으로 향했다.
성벽을 따라 가파른 언덕 걸어 오를 때마다 밥을
너무 많이 먹은 게 후회된다며 숨을 몰아쉬었다.
성벽 구멍으로 고개를 내밀고는 마치
부산의 달동네 같은 느낌이 들고 풍경이
정감이 간다며 고개를 쳐 박은채로
계속해서 밖을 내다봤다.
셩곽을 타고 올라갈수록 다리가 아프다며
커피숍을 찾았는데 깨달음이 가고 싶다는
가게는 리뉴얼 중이어서 다시 마냥 걸었다.
중간지점에서 더 가기를 포기한 깨달음은
허벅지가 터질 것 같다며 엄살을 피었다.
간간이 보이는 구멍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고는 더 이상 못 올라가겠다며
내려가자고 했다.
[ 깨달음,,아직도 멀었는데..]
[ 다음에..다음에 오자,,]
동대문역이 가까워지는데 지하철이 아닌
택시를 타고 싶다 그래서 카카오택시를
부르는데 내가 잘 몰라 블랙택시를 불렀다.
7분쯤 지나 검은 자가용? 같은 택시가
도착하고, 우리가 타자마자 시원한 물도
한 병씩 주는데 깨달음이 이 택시는
비행기의 비즈니스석 같은 택시냐고 묻길래
대충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번 한국에서는 케이티엑스도 특실을 타고
택시로 블랙택시를 타니까 호사로움을
맛 볼 수 있어 좋단다.
여의도 한강 유람선에 오르기 전 깨달음은
편의점에서 맥주와 각종 안주거리를
마음껏 골라 맛있게 먹고 남은
안주는 갈매기들과 같이 나눠 먹었다.
그 다음은 롯데타워에서 오후의 휴식을 위해
쉬는 시간을 가졌다.
캐러멜 아이스크림과 티라미스를 먹으며
여전히 다리가 아프다며 주물렀다.
[ 저녁에 호텔에서 사우나하면 나을 거야 ]
[ 응, 그럴 거야, 오늘이 마지막 날이니까
지금까지 안 가 본 곳, 안 해 본 것을
할 생각으로 많이 움직였더니
이제 나도 늙었는지 다리가 아파,,]
[ 다음부터는 내가 차를 랜트할까? ]
[ 당신 운전하기 싫다며? ]
[ 그러긴 하는데 ]
[ 그냥 택시가 편해, 특히 블랙택시 ]
[............................... ]
나는 요금이 3배 정도 비쌌다는 말은 못 했다.
저녁식사는 후배와 함께 한우와 육회로
소주를 한 병 간단히 마시고
바로 호텔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
일찍 잠자리에 들면 좋으련만 깨달음은
사우나에서 피로를 풀겠다며
이 날도 꽤 늦은 시간에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깨달음이 출국하는 아침은
북엇국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남대문
야채호떡을 디저트로 먹으며 시장을
한바퀴 돌다가 꽈배기와 찹쌀도넛츠를
좀 사가지고 가겠다 했다.
[ 얼마만큼 사고 싶은 데? ]
[ 좀 많이 사서 가져가고 싶어 ]
[ 그래... 골라,, 그럼,,]
좌판에 나와 있는 종류별로 3개씩
골라 15개를 봉투에 받아 들고는 좋아했다.
그런 우릴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일본인
관광객이 망설이는 걸 보고는 깨달음이
맛있으니까 한 번 먹어보라며 말을 걸자
두 여성이 고맙다며 이것저것 샀다.
[ 깨달음, 또 먹고 싶은 거 없어? ]
[ 그럼 나 이 빵도 하나 사가지고 갈래 ]
[ 그래 ]
술빵도 두 개 넣고 호텔로 돌아와
가방을 들고 우린 공항으로 향했다.
[ 깨달음,,.. 블랙택시 부를까? ]
[ 아니, 내가 검색해 봤더니 비싸고 굳이
탈 이유가 없을 것 같았어 ]
[ 그럼 일반 택시 탈 거야? ]
[ 응 ]
출국장에 들어가기 전, 깨달음은 내개
이렇게 말했다.
[ 나는 먼저 갈 테니까 당신은 남은 2주 동안
서울에서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와 ]
[ 그래.. 나 없어도 2주간 식사 잘 챙겨 먹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알았지?
그리고 일본 도착해서 필요한 거
생각나면 말해 줘, 바로 소포 보낼게 ]
[ 응, 알았어 ]
탑승시간보다 2시간 먼저 입국심사를
마친 깨달음은 라운지에서 편안하게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호텔로 돌아가는 지하철을 타러 가는 중
라운지에 들어왔다는 카톡이 왔다.
샐러드와 와인까지 한 잔 테이블에 올려놓고
도면을 체크 중이라고 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이것저것 많이 먹어 배 불러
더 이상 못 먹겠다고 아까 전까지 그러더니
깨달음은 변함없이 깨달음다웠다.
출국장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혼자
외롭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바빠서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일본으로
혼자만 돌아가려고 하니까 갑자기
서운하다고 했다.
그럼 같이 가면 좋겠냐고 했더니
아니라며 남은 2주를 미치도록
후회없이 재밌게 놀고 오라고 했다.
2시간후,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깨달음에게서
급하게 카톡이 연달아 왔다.
찹쌀약과를 잊지 말고, 많이 사 오고 아까
시장에서 산 술빵을 라운지에서 먹어 봤더니
진짜 맛있더라며 술빵도 더 사오라는
부탁 카톡이였다.
깨달음에게 왠지 미안했던 마음을
약과와 술빵으로 대신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 이륙전에 보낸 카톡이..
약과와 술빵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