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한국 영사관에 줄을 서다
아침 6시 35분, 우리가 도착한
한국 영사관 앞엔 간이의자와 캠핑용 의자에 앉아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약 50여 명 있었다.
영사관 입구 가장 앞 자리에 잠이 가득한 눈으로
앉아 있는 남자가 눈에 익었다.
전날, 내가 필요한 서류를 신청하기 위해 이곳에
왔을 때 출입을 통제하는 입구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의 사정을 얘기하던
인도 청년이였다.
자신은 한국에서 유학을 했고, 한국에
자신의 가족이 살고 있어 만나야 한다며
어떻게 하면 한국에 갈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 청년을 포함해 앞줄에 서 있는 분들은
거의 밤을 새운 듯한 분위기였다.
전날, 나에게 관광비자 신청이 아니니까
다른 줄에 서야 한다고 언급해주셨던
영사관님 말씀대로 우린 반대편에 섰다.
업무 시작은 9시인데 연일 비자 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밀려와서 8시부터
준비를 시작한다고 건물 뒤쪽에서
나온 경비아저씨가 나와 줄이 엉키거나
순번이 바뀌지 않도록 확인을 하셨다.
관광비자 대기줄에 비해 비교적
일반인 대기줄은 적어서 우린 아침을 먹으러
커피숍을 찾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좀처럼 열린 곳이 없어 역 반대편
번화한 쪽으로 이동했다.
5월 말경, 깨달음은 관광비자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장담을 하다가 일이 바빠 신청을 놓치고
급하게 대행사를 찾았는데 대행사도 출국일이
촉박하다며 해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일본인들이 관광비자를
신청하는 바람에 여행사와 대행사도
초만원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번 한국행은 포기하고 9월에
가겠다고 했는데 나 혼자 잠깐 갔다 오겠다고
하니까 자길 두고 혼자 갈 거냐면서 흥분하더니
가족 방문 비자를 신청해달라고 했다.
그 말은, 즉 가족방문 비자에 필요한 서류를
내게 준비해 달라는 소리였다. 그게 번거로워
간단히 관광비자를 받으려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었다며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눈을 하고서는 한국 가서 간장게장을
먹게 해달라며 울먹이는 연기를 했었다.
그래서 내가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내
구청과 영사관을 오가며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줬고
이렇게 아침부터 줄을 서게 됐다.
한 시간쯤 지나 8시에 다시 영사관에 갔더니
관광비자 신청자들의 증빙 서류를
순서대로 체크하고 있었고 반대편에 선
우리( 관광비자가 아닌 일반)들은
9시가 될 때까지 기다리고 했다.
안으로 들어가서도 잠시 대기,, 그래도
일찍 온 덕분에 우린 바로 접수를 할 수 있었고
증빙서류도 완벽, 10일 후에 결과가 나오니
핸드폰으로 확인하고 비자는 인쇄해서
출국 당시 지참하라고 하셨다.
비자 없이 다닐 때가 얼마나 천국이었는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렇게
감사하게 느껴진다며 깨달음은 영사관을
나오며 내게 고맙다는 말을
두 번이나 했다.
그리고 수수료가 없다는 말에 너무
감동받았다며 일본 같으면 발급 수수료를
무조건 받았을 거라며 아주 모범적인
선진국 느낌이었단다.
비자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떼기 위해
오가는 시간, 그리고 영사관에서
대기해야 하는 시간들,
비자발급을 위해 영사관 직원들이
쏟아야 하는 시간과 노력,
이런 시간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도
한국, 일본 양국이 하루빨리 무비자 입국으로
전환해야 된다는 깨달음의 열변을 들으며
우린 각자 일 터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