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신정 선물을 주문하기 위해
오다큐 백화점(小田急)에 갔다.
깨달음이 해년마다 추석과 신정 선물을
이곳에서 보내는 이유는 다른 곳보다
연배들이 좋아하는 선물이 많아서라고 한다.
예전에는 각종 선물코너가 따로 배치되어
실물을 보고 부과설명까지 들으며
선택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시대에 맞게
상품 사진으로만 벽면을 채워놓았다.
깨달음이 번호표를 받아 기다리는 동안 난
지인들이 좋아하는 선물을 몇가지 골랐다.
[ 다 골랐어? ]
[ 응 ]
[ 한국에 보낼 것도 골랐어?]
[ 응 ]
[ 이거 신청 끝나면 어디 갈까? ]
[ 영화를 한편 보면 좋은데 예약을 안 해서
좌석이 없을 것 같애...]
[ 나, 영화 안 볼 거야, 집에서도 볼 게 많은데 ]
[.............................]
12월부터 넷플릭스로 바꿔 탈 거라 했던
깨달음이 못 참겠는지 10일 전에 가입한 뒤
[ 오징어 게임] 은 아껴뒀다고 보겠다며
지금 [사랑의 불시착]과 [ 미스터 선샤인]을
보느라 온 정신을 다 뺏긴 상태이다.
[ 그럼,, 집에 가지..]
[ 코리아타운 가자 ]
[ 당신은 꼭 신주쿠 나오면 코리아타운 가는 걸
코스처럼 생각하더라, 살 것도 없는데 ]
[ 그냥,, 구경하는 거지..]
맨날 가는 곳인데 뭘 구경하겠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그냥 깨달음이 가고
싶다고 하니 같이 움직였다.
역에 도착해서부터 인파들이 넘쳐나더니
호떡집, 치즈 핫도그 집, 마카롱 집 할 것 없이
긴 줄이 늘어서 있다.
[ 저기 봐 봐, 저기도 줄 섰어.. 오늘은 애들까지
가족동반이 많네... 저기 저 집 새로 생겼나 봐,,
예전에 여기 유스호스텔 아니었어?
근데.. 한국은 지금 마카롱이 인기야? ]
[ 모르지..,, 나도...]
모른다는 내 대답에 괜히 물었다는 표정을 하더니만
올 때마다 사람들이 많아서 치즈 핫도그를
못 먹는다며 2년 전, 코로나 없었을 때로
돌아온 것 같은 활기가 느껴진다고 했다.
[ 지난번에 왔을 때와는 전혀 느낌이 다른데..]
[ 깨달음,, 근데 지금 3시잖아.,, 점심시간 지났는데
식당마다 이렇게 줄을 서 있지? ]
[ 다들,, 몇 시간을 기다려도 먹겠다는 거지..]
코리아타운에 올 때마다 새로 생긴 가게들이
눈에 띄는 건 사실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가족동반, 그리고 남녀 커플이 아닌
남남커플? 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 친구는 양념통닭을, 그걸 찍고 있는 친구는
김밥을 사서 먹기 전에 서로 찍어주는 모습이
귀여워 깨달음에게 봐 보라고 했더니
코리아타운이 변해가고 있단다.
[ 예전에는 여자들이 남자 친구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남자애들끼리도
놀러 오는 핫스폿이 된 것 같아 ]
[ 그렇지? ]
[ 남자들이 많아졌어.. 중고등학생들도 있고 ]
한국 마스크도 꽤나 저렴하게 팔고 있었고
새로 오픈한 가게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 재밌다..]
[ 그것 봐,, 재밌지? 코리아타운은 늘 새롭게
변화하니까 내가 맨날 오자고 하는 거야 ]
[ 그래.. 알았어..]
그렇게 말하며 깨달음 발걸음이 자연스레
짬뽕집으로 옮겨졌는데 역시나 줄이 넘쳐난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니지만 이곳에 오면 짬뽕이든
짜장이든 먹고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깨달음이기에 말리지 않고
조용히 가게 안으로 들어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물어봤더니
1시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했다.
[ 깨달음,, 한 시간 기다려야 한대 ]
[ 그래?.. 그럼,, 다른 곳 가야지..]
짬뽕을 먼저 한 입 먹으면서 역시
먹고 싶을 때 먹어야 제 맛이라며 좋아한다.
[ 근데.. 깨달음,, 아까,, 사진 찍었던 남학생들,,
한국인이었을까? 일본인 같던데.. ]
[ 나도 일본 학생 같던데. 예전에는 딱 보면
한국인, 일본인, 금방 알았는데 요즘에는
잘 모르겠어. 특히,, 여기 코리아타운 오면..
남자애들도 그래.. 머리를 한국 스타일로 해서
한국 애인가 싶으면 일본 애고 그러잖아,,
분간하기 힘들어..]
[ 나도 그래....]
탕수육에 양념장을 범벅해서 먹으며
흡족한 표정을 짓는 깨달음..
코리아타운이 완전 활기를 되찾아가는 거
같아서 다행이라고 했더니 코로나 감염이
한창일 때도 젊은애들이 코리아타운에서
모이고 놀고 그러니까 부모들이 가지마라고
할 정도였다고 일본애들한테 하라주쿠(原宿)가
아니라 신오쿠보( 新大久保 ) 가지마라고
할 정도면 누가 말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양국의 관계가 어쩌고 저쩌고 해도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했다.
[ 맞아,,,]
[ 음식뿐만 아니라 음악도 그렇고
문화적으로 일본에 없는 것들이 많잖아...
그리고 뭔가 예술적인 면에서 세련된 게 있어..
한국은,, 그래서 일본애들이 좋아하는 거지..,
누가 뭐라 해도 좋은 건 숨길 수 없는 법이야 ]
[ 그래.. 맞아..]
우린, BTS 얘길 좀 하다가 가게를 나와
젊은 인파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코로나전의 모습을 되찾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매번 올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되는 코리아타운이
나날이 발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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