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신랑(깨달음)

요즘 남편의 하루는 이렇게 바뀌었다.

일본의 케이 2023. 2. 1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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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를 마치고 점심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며

터벅터벅 걸어 나오다 역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결정했다.  

늘 지나칠 때마다 분위기가 괜찮아

한 번쯤 와봐야지 했던 곳이었다.

호텔 로비엔 외국인들이 체크인을 하려고

길게 줄이 서 있었다.

 샐러드를 먹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깨달음이 여기 사우나가 있는지

검색을 하다가 한국 찜질방 같은 곳에서

하루종일 땀을 빼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자주 애용하는 암반욕 사우나도

좋지만 한국처럼 여러 방으로 나눠진 곳에서

 땀을 빼면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요즘 깨달음은 많이 바쁘다.

작년 연말, 깨달음 회사를 앞으로 맡아야 할

야마무라(山村) 상이 심부전 진단을 받았고

그 직원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자기가 일을

대신 하다 보니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도면을

수정하고 체크하느라 온 신경을 다 쓰고 있다.

깨달음 회사를 물려줄 중요한 인물이

 건강에 문제가 생기자 

전 직원에게 당장 건강검진을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 그럼, 야마무라 상은 회사에서만 일 해?]

[ 응, 되도록이면 이동하거나 무리가 되는 일은

안 시키고 있어, 본인은 괜찮다고

예전처럼 일을 하려고 하는데

내가 못하게 하지. 행여나 쓰러지면

큰 일어나거든 ]

능력이 있는 직원이다 보니 회사 일을 

도맡아 했던 것도 사실이고 그것 때문에

몸이 힘든 게 아닌가도 싶어 미안하기도 했단다.

[ 근데. 유전이라며, 아버지가 심부전이라고 

하지 않았어? ]

[ 맞아, 아마무라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대대로 심장 쪽이 약했대 ]

[ 그럼, 당신 잘못 아니잖아 ]

[ 그래도,, 내가 너무 일을 맡겼나 싶어서..]

이제 코로나도 다들 독감으로 생각하게 되면서

건축계뿐만 아니라 세상이 다시 3년 전으로

되돌아가려고 바삐 움직이고 있어

중단 됐던 공사들이 한꺼번에 재기동 되면서

더 바빠졌다고 한다.

미팅도 많고 직접 찾아가야 할 현장도

늘었다며 자기 요즘 스트레스가 좀 쌓였단다.

원래 스트레스를 별로 느끼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이 탓인지

기분 탓인지 몸이 안 따라 주는 것 같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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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 당신 쉬고 싶구나..]

[ 음,, 쉬고 싶어.. 당신 4월에 한국 가면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 할 거라며 ]

[ 그럴 생각이야 ]

[ 나도 제주도에서 한 달 살고 싶다.

아니,, 난 서울에서 한 달은 너무 길고

10일 정도 살고 싶어...]

서울에서 구석구석 안 가 본 곳 다니면서

건축물 사진도 찍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싶다는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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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이면 얼마든지 당신도 스케줄 뺄 수

있잖아 ]

[ 안 돼, 10일 동안 회사 비우면...]

결혼하고 우리 신혼여행 때 일주일 회사를

비운 게 자기가 지금껏 회사 운영하면서

가장 길게 비웠던 거라며  3일 이상은

 안된다는 아주 고지식한 자기만의 룰을

깨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도 조금은 유도리있게 살려고 했는데  지금

야마무라 상이 저런 상태여서 더더욱

자리를 비울 수 없단다.

스트레스와 피곤이 쌓여도 일본에서 

풀 수밖에 없다며 찜질방 대신

암반욕이라도 하러 가자고 했다. 

땀을 열심히 빼고 난 후, 시원한 생맥주로 

갈증을 풀며 아주 만족스럽다며

남은 내 맥주까지 다 마시고 집으로 돌아와

깨달음은 다시 책상에 앉았다. 

주말이면 하루 종일,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지난달부터

깨달음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국 드라마를 못 보고 있다.

일을 해야 해서...

잠을 안 자고 볼 정도로 심각했는데

지금은 그걸 볼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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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쯤 지나 따끈한 유자차를 끓여

깨달음 방에 들어갔더니 컴컴한 방에

스탠드 하나만 켜놓고 있길래  불 좀 켜라고

전기세 아끼는 거냐고 물었더니

집중하고 싶을 땐 이렇게 하는 게

자기는 효과가 크다며 냅 두란다.

 

깨서방은 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 오머니, 선물 좋아요? ] [ 응, 마음에 들고 말고, 크리스마스에 딱 받아서 더 기분이 좋네 ] [ 한국은 추워요? ] [ 응, 징하게 춥네. 일본은 덜 춥제? ] [ 일본은 안 추워요 ] 항상 하는 말들은 내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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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불을 켜지...]

[ 아니야,, 이래야지 집중이 잘 돼 ]

[ 눈 안 피곤해?]

[ 응, 괜찮아 ]

유자차를 올려놓은 공간이 없어

마냥 들고 있다가 옆 테이블 귀퉁이에

놓으면서 쉬엄쉬엄, 너무 무리하지 말라며

나오려는데 진짜 한 달 살기 할 거냐고

근엄한 표정으로 또 물었다.

 

일본에도 금수저, 흙수저가 있다

친구가 코로나가 걸린 걸 그녀의 카톡 프로필을 보고 알았다. 통화를 할까하다 괜찮냐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보이스톡이 울렸다. 남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자기가 걸렸다고 그래도 무증상에 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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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싫다면 안 할게 ]

[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난 언제 가지? ]

[ 당신이 일을 직원들에게 맡기면 

언제든지 갈 수 있지 ]

[ 그건,, 곤란한데... 어떡하면 좋지? ]

 [................................ ]

 

후배의 깻잎을 떼어준 남편에게 물었다

이른 퇴근을 한 우린 약속 장소인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깨달음은 요즘 리조트 건설 때문에 이곳저곳 탐방하느라 출퇴근 시간이 들쑥날쑥이고 난 나대로 모 협회에서 10년 이상 쓰고 있던 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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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데리고 가라는 간절한 눈빛을

보이는 깨달음을 두고 난 방을 나왔다.

깨달음은 요즘 매일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늘은 주말이어서 사우나를 갈 수 있었지만

평일은 퇴근 후에도 일을 계속하고 있다.

쉬고 싶고, 놀고 싶고, 드라마가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지만 오너로써 직원들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런 깨달음이 난 많이 고맙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파이팅!! 깨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