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일본 은행에서 남편이 겪은 일

일본의 케이 2024. 12. 2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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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도착한 서류를 들고 집을 나서기 전

깨달음에게 전화를 하는데 통화 중이었다.

전철을 타고 시부야에 내려 다시 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오늘 중으로 인감도장을 찍어 반송해야 하는

서류들이 있어서 내가 챙겨가야 할 게 많았다.

 

크리스마스이브인 것도 있지만 시부야역은

젊은 청춘들이 삼삼오오 때를 지어

사진을 찍고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기상천외한 의상으로 한껏 뽐내며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들려오는 캐럴 소리에 크리스마스 예배를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약간 갈등하며

깨달음 사무실로 걸어 올라갔다.

혼자서 뭔가 분주해 보이는 깨달음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바빠서일 거라 짐작하고

그냥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사무실로 배송된 서류와 내가 가져온 것을

다시 점검하고 체크한 뒤에 도장을 찍은 후

청구서에 적힌 금액을 송금했다.

[ 깨달음, 이제 모두 끝난 건지? ]

[ 응,,]

[ 직원들은,, 아무도 없네..]

[ 현장 가고 미팅하고 그러느라 바빠 ]

[ 사무실 대청소 혼자 한 거야? ]

[ 응 ]

[ 내가 좀 같이 해 줄까? ]

[ 아니,, 괜찮아, 직원들 저녁에

다시 들어올 거야 ]

그렇게 말하고 깨달음은 탕비실에 들어가

뭘 찾는 건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한참이나

내다가 나오더니 코트를 입으면서

나가자고 했다.

 

주문한 차가 나오자 깨달음이 피곤하다며

오늘 오전 출근해서 은행에 갔다가

2시간 30분을 경찰관과 말씨름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 완전 감금 당한 느낌이었어.

은행 안에 있는 좁은 취조실 같은 방에서

경찰들이 번갈아 가면서 얘길 하는데

너무 피곤했어..]

오전에 깨달음이 겪은 사건?은 대략 이러했다.

회사 거래처 결제는 대부분 계좌이체가

 일반적이지만 아주 가끔 현금으로

대금결제를 원하는 곳이 있단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려고 갔는데

금액이 3억 원 정도 되니까 은행 측에서

경찰 입회하에 인출을 해야 하고

돈의 사용처를 밝혀야만이 인출이

가능하다고 해서 그래라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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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2명이 와서 설명을 하는 거야, 

어디에 이렇게 큰돈을 쓸 거냐고, 그래서

거래처에 대금을 지급할 거라 했는데 그 거래처

이름을 알려주라는 거야, 근데 그건 그쪽 거래처

입장도 있고 그래서 못 알려준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긴 설득의 시간이 시작됐어 ]

 경찰들이 말하기를 연말, 연시에는

사기 사건으로 큰돈을 잃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면서 투자사기, 로맨스사기, 주식사기,

부동산 사기 등등, 각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라며 거래처를 밝히지 않는 깨달음이

대금을 치르기 위한 게 아닌 다른 

목적으로 거금을 인출하려는 게

아니냐며 의심이 간다고 했단다. 

 

명함도 주고, 신분증도 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아니라고 그런 식으로 사기당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정말 인출할 거면 이렇게 한꺼번에

하지 말고 조금씩 조금씩 날짜를 두고

인출을 하라고 했단다.

[ 그러면서 대금을 치를 그 거래처 회사명이나

대표이름을 확실히 밝히지 않으면 인출을

못할 수도 있다고 협박하듯이 말하는 거야,

그래서 너무 화가 나 내 돈을 내가 찾겠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 그리고 막말로

그 돈으로 사기를 당하든,

뭘 하든 내 마음이지 않냐고 했더니

 내가 완전히 사기당할 사람처럼 보였는지

경찰 한 명이 자기 상사를 또 부른 거야 ]

 

그렇게 상사가 등장을 하고는

다시 처음부터 얘기를 했단다. 

[ 그 상사가 내 나이 연령대 아저씨들이

가장 많이 당하는 게 여자에 의한

로맨스 사기라면서 경찰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선량한 시민들이 악덕한

사기 사건에 휘말리지 않도록 염려차원에서 

 하는 것이니 이해해 달라고 그러면서

또 거래처를 알려줄 수 없냐고 묻길래

죽어도 말 못 한다고 딱 잘라 말했지 ]

[ 깨달음, 그냥,, 거래처를 말하지 그랬어..]

 [ 대금을 현금으로 달라고 했을 때는

그 거래처에 무슨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거잖아, 그니까 말을 할 수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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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시간 30분간 설득을 했지만

끝내 깨달음 고집?을 겪지 못한 경찰관들은

인출을 하게 했고 깨달음이 어디로 가는지

그곳까지 경찰차로 모시겠다고 해서

범죄자도 아닌데 내가 왜 경찰차를 타냐고

거부했지만 목적지까지 태워다 드려야

안심이 된다며 타라고 해서 회사까지

경찰이 데려다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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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웃긴 건, 회사에 내려주고 가면 되는데

경찰관 둘이 또 회사까지 졸졸 따라오길래

내가 회사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니까

들어와서 두리번두리번 사무실을 보는 거야 ]

[ 진짜,, 대단하다,, 일본 경찰 아저씨들,,]

 [ 다른 범죄사건 사고도 많은데 연말에는

정말 사기 사건이 많아서 목돈

인출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은행 가서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이 빈번하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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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마다 조금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천만엔

이상이면 경찰을 은행 측에서 부른다고 한다.

 한국도 인출할 때 그러는지 궁금하다는

깨달음은 귀한 오전시간을 그렇게 

날려버렸지만 끝까지 거래처와의 신뢰를

지킨 자신이 기특하다고 했다.

2시간 30분을 취조당하듯 힘들었을 텐데

잘 참아낸 깨달음도 대단하고

 행여나 사기당할까 봐 걱정돼서

세상의 각종 범죄로부터 시민의 자산을

지키려는 경찰관들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