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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맛집투어

한국에서도 나온 남편의 고질병

by 일본의 케이 2023.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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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 서울에 있는 동안, 깨달음은

아침식사를 뚝배기집에서 해결했다.

첫날 아침에 자기는 된장찌개를, 나에게는

김치찌개를 주문하라고 해서 두 가지 맛을 봤다.

둘째 날, 자기는 순두부를 시키고 나에게는

또 김치찌개를 시키기를 원했다.

된장, 순두부, 김치찌개를 다 먹을 요량으로

자기 입맛에 맞은 주문을 부탁했다.

그렇게 둘째 날, 식사를 하고 있는데 

전날과 마찬가지로 여기저기서 일본어가

들렸고 그 날도 일본인으로 가득했다. 

밖에서 줄을 서 있는 사람들도 일본인이었다.

 

우리가 반쯤 먹어갈 때쯤 아들, 딸과 같이 온

일본인 가족 4명이 옆 테이블에 앉았고

그들은 번역기를 돌려가며 우렁 된장찌개의

우렁이 뭔지 얘기를 하다가 순두부 2개

된장찌개 2개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고 각자 먹고 있는데 깨달음이

힐끔 쳐다보더니 먹는 방법을 모르는 거 같다며

고추장이랑 무생채를 넣어야 제 맛이

나는데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신경 쓰지 말라고 한마디 했지만 깨달음은

도저히 그대로 둘 수 없었는지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드리겠다며

말을 걸었고 그 가족은 상기된 표정으로

깨달음 얘길 들었다. 테이블에 놓인

고추장과 무생채, 그리고 반찬으로

나온 나물을 조금씩 넣어서 비벼 먹으면

훨씬 맛있고 고추장이 생각보다

맵지 않다고 했다.

또 반찬으로 나온 풋고추는 된장에

찍어 먹으라는 말도 덧붙였다.

자기들은 처음 와서 몰랐다며 고맙다고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서 다들

고추장을 넣고 비비기 시작했다.

 

내가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깨달음도 따라 

나오다가 다시 들어가서는 반찬도 한 번씩 

리필이 되니까 맛있는 반찬은

더 먹어라는 말도 했다.

오지랖이 넓은 건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까지

과한 친절?을 베풀고 싶을까 싶었다.

[ 그렇게 알려주면 기분이 좋아? ]

[ 좋지,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저 사람들도 좋고,,, 처음이라잖아 ]

깨달음 표정은 아주 상쾌해 보였다.

아침을 먹고 남대문으로 이동해

깨달음이 좋아하는 단팥빵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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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만두를 하나 먹고 싶어  줄을 섰는데

뒤쪽에서 여대생처럼 생긴 일본인 둘이서 

칼국수 골목이 어딘지 모르겠다며

구글 지도를 보면 이 근처가 분명한데 

못 찾겠다는 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때 또 깨달음이 칼국수 골목이 바로

위쪽에 있다며 입구까지  안내를 했다.

아가씨 둘은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고 즐거운 얼굴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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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냄새난다.. 아침 안 먹었으면

나도 칼국수 먹을 텐데.. 지금 배불러서..]

그녀들이 들어간 칼국수 골목을 미련 가득한

눈빛으로 한 번 둘러보고 나오는 깨달음.

어쩌면 저렇게도 인간들에게 관심이 많은지

어쩌면 저렇게 낯도 안 가리고 

모든 이들에게 쉽게 말을 걸고 도와주려

하려는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성격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먹고 싶어 했던 10 원빵도 먹고

저녁에는 산책을 겸해 광장시장을 갔을 때였다.

유명한 꽈배기집은 저녁에도 긴 줄이 

늘어서 있었는데 또 여기를 지나치던

일본인들이 뭐길래 이렇게 줄을 서 있는 것인지,

뭘로 만든 과자인지, 튀김인지, 빵인지

뭔지 모르겠다면서 궁금해하자,

또 깨달음이 찹쌀로 만든 꽈배기인데 싸고

맛있고 질리지 않으며 다음날 먹어도

딱딱하지 않아 인기가 많은 집이라고

그래서 늦은 밤에도 이렇게 줄을

서 있는 거라고  설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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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은 그들도 먹어봐야겠다며 줄을

서더니 깨달음에게 한국을 잘 아느냐

광장시장은 육회가 맛있다는데 맛집을 아냐

그 외에 추천할 음식은 있냐 하면서

질문이 계속됐고 깨달음은 일일이

설명을 하다가 입 다물고 있는 나한테도

말을 하라며 내 팔을 툭툭 쳤다.

한국인 아내 덕분에 자기는 맛집만 간다면서

씨잘대기 없는 얘기까지 하는데

난 솔직히 그 순간이 많이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끈질기게 묻는 그들에게

근처 맛집  몇 군데를 알려줘야 했다. 

 

일본의 배려문화는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한 잔 하러 주방에 갔는데 싱크대 옆에 흰 종이가 놓여있었다. 아침을 수제비로 부탁한다는 메모였다. 한번 훑어보고는 물컵을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와 다시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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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배기를 먹으며 호텔로 가는 길에

한마디 했다.

[ 깨달음,, 당신은 안 귀찮은 가 봐 ]

[ 응, 하나도 안 귀찮아, 서로 좋은 정보를

공유하면 좋잖아 ]

[ 모르는 사람이잖아 ]

[ 모르는 사람이지만 한국이 좋아서

온 건 나랑 같은 거잖아, 그니까 알려주고

그러면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으니까

얼마나 좋아, 한국에서 더 맛있는 거 먹고,

더 좋은 곳도 가 보고 그러면서 좋은

추억들을 만들면 좋잖아.

내가 한국에 대해 좀 더 아니까 그걸

가르쳐준 거 뿐이야..]

 

시부모님의 유산과 시동생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우편함에 들어있는 소포상자를 꺼내 깨달음 방에 두었다. 서방님에게서 온 것이었는데 묵직한 게 두꺼운 책이 들어있는 느낌이였다. 그렇지 않아도 서방님이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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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남편은 사장님이었다.

청소를 하고 잠시 음악을 듣고 있다가 얇은 코트만 걸쳐 입고 집을 나왔다. 창 밖으로 비친 가을 하늘이 너무 맑아서 그냥 내버려두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깨달음은 주말에도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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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긴한데 당신은 어딜 가나 곤란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그냥 못 지나치더라,

좀 과하다할만큼 친절해...]

[ 친절은 좀 과해도 되는 거야 ]

[ ............................ ]

나는 귀찮아서도 묻는 말에 대답을 안 하고

싶은데 깨달음은 그곳이 한국이든 일본이든

장소 불문하고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이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착하다면 착한 건데 난 좀 심한

오지랖이라 말하고 싶다.

타고난 저 고질병은 못 고칠 텐데..

한국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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