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해외 거주자만이 느끼는 것들

일본의 케이 2023. 11.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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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전부터 예약을 잡지 못했다.

집 앞에 있는 헤어숍을 자주 이용

했는데 하필 오늘은 자리가 없었다.

직접 전화를 해 어떻게 짜투리 시간이 남아

있지 않나 물었는데 내 담당 스타일리스트가

파마할 시간은 나질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예약이 가능할 곳을 찾아봤더니 

한국 미용실이 한 곳 있었다. 코리아타운까지

가야 하는 게 약간 번거롭긴 했지만

오늘밖에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예약을 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일본어로 말을

걸어와서 나도 그냥 일본어로 대답을 했다.

예약한 코스를 확인하고 미용사분이

오셔서 처음이냐, 어떻게 알고 오셨냐라는

통상적인 질문을 하셨다.

약 3시간 정도 걸린다며 차를 한 잔 주시면서

혹시나 배가 고프면 편하게 말하라고 했다.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나는 향긋한 둥굴레차를 마시고 

내 머리엔 파마롤이 말리기 시작했다.

미용사분이 네 분정도 계셨는데

나를 맡으신 분은 대략 40대 중반정도의

여성분이었고 손길이 아주 차분하고 부드러웠다.

[ 미용일 오래 하셨나 봐요 ]

[ 네..,,30년 정도 됐네요..]

[ 30년이면 지금 40대 정도로 보이는데 ]

[ 네.. 40대 후반입니다. 우리 집이

원래 한국에서도 미용실 했거든요.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엄마랑 같이 손님들

머리 해주고 그래서 30년이 넘어가네요 ]

 

그때는 용돈 받는 재미로 했는데 그게

직업이 돼버렸다고 의사집안에 태어났으면

의사가 됐을지 모른다면서 웃으셨다.

옆 자리에서 염색을 하고 계시던  한국 아줌마

두 분은 최근 마약 사건으로 시끄러운

이 선균에 관한 얘길 하시다가 우리

얘기를 들으셨는지 자기 사촌 조카들도

할아버지 때부터 의사여서

다들 의사가 됐다며 미용사님

말이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다가 다시 강남의 연예인들.

성스캔들, 트로트 가수의 비리? 같은

연예인들 가십 얘길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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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끝자리에 앉아서 파마를 하고 계신 분은

탈모가 심해져서 문신을 해야겠다고 하시면서

시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데이서비스를 보냈는데 

요즘은 안 가려고 해서 고역이라며

늙으면 정말 깨끗이  조용히

죽고 싶다는 말을 하셨다. 

 

그분들의 얘기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30년 전 한국 미용실에 앉아 있던

어느 날의 기억들이 오버랩되었다.

이곳은 분명 일본인데  너무도

한국적이어서 마치 타이머신을 탄 듯

옛스러움에  포근함마저 느껴졌다.

[ 나,, 진짜 이 선균 좋아했는데.. 요즘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젊은 애들, 남녀 구별 없이

담배 피우듯이 그렇게 마약을 한다잖아,,

한국이 안 그랬는데

왜 그렇게 돼버렸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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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선균 얘기를 한참 하시던 아주머님이

탕비실처럼 생긴 곳으로 가서는 커피를 

타서 마시면서 미용실 안을 둘러보셨다.

나 만 빼놓고 모두가 단골분이신 것 같다고

했더니 그렇다면서 대부분 코리아타운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라고 했다.

머리에 중화제를 바르고  내 머리에

뭔가를 씌우면서 미용사님이

배 안 고프냐고 또 물으셨다.

[ 여기서 식사도 주시나요? ]

[ 아니요, 가끔 배 고프신 분들이 

짜장면 배달시켜 드시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배 고프시면 시켜드리려고요 ]

[ 아.. 그렇구나.. 저는 괜찮습니다 ]

 

나는 읽고 있던 잡지를 내려놓고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그렇게 10분쯤 지났을 때쯤 미용실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오신 어느 아줌마가

한국 다녀왔다며 김장김치를 한 폭

가져왔으니 원장님이랑 식사하라면서

건네주시고는 또 바로 나가셨다.

한국은 김장철이네, 중국김치가 판을 치네

일본은 배추가 맛없네.. 미용실 옆

00 식당 김치가 맛있는데 너무 비싸네..

나는 갓김치를 좋아하네.. 등등,, 

미용실 안은 김장 얘기를 시작으로 한국 음식으로

이어졌고 최종적으론 역 앞에 새로 생긴

돌솔밥집이 맛집이더라며 그 집을 서로

공유하며 맛집으로 주제가 변했다.

또 어느분은 골프를 시작했는데 너무 좋다며

같이 하자고 하기도 하고, 떠 어는 분은

교회 목사님 딸이 결혼을 하는데 

한국에 다녀와야 한다는 애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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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이상형은 이 여배우였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秋分) 이곳 일본은 추분의 날이 공휴일이다. 이날은 지난 추석(8월15일)에 고향에 못 갔던 사람들이 고향에 내려가 성묘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대부분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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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시간 동안 난 이 미용실을 찾아오신

8명의 고민, 취미생활, 이성적 취향,

가족관계, 가정사, 종교,식성까지 아주

단편적이긴 하지만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다음에 또 오겠다는 약속 같은 걸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여러 생각들이 들었다.

 

일본인이 한국 라면을 먹을 때

2주 전부터 깨달음이 코리아타운을 한 번 가자고 했지만 난 가야 할 이유를 찾지 않았다. 그곳에 가야만이 살 수 있었던 한국식재료나 냉동식품들이 요즘은 웬만한 대형마트에 가면 구매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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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서 참 부끄러운 일이다

아침을 먹으며 깨달음이 밥상에 놓인 깻잎찜을 먹어보고는 진짜 맛있다며 반찬들이 완전 장모님 집에서 먹는 맛이 난다며 좋아했다. [ 장아찌보다 찜이 더 맛있어?] [ 음,,장아찌는 장아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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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고향을 떠나, 나라를 떠나 살면서

내 나라 말을 하고, 내 나라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며 음식을 나누는 것은

아마도 타국생활에서 오는 헛헛함을

달래고 싶어서일 거라고...

해외에서 사는 고충들을 모국어로 마음껏

하는 것만으로도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장소가 식당이거나 커피숍 일 수 있지만

오늘은 미용실이었다.

나처럼 해외생활을 하는 모든 이방인들에게

어쩌면 사랑방같은 이런 곳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