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으며 깨달음이 밥상에 놓인
깻잎찜을 먹어보고는 진짜 맛있다며
반찬들이 완전 장모님 집에서 먹는 맛이
난다며 좋아했다.
[ 장아찌보다 찜이 더 맛있어?]
[ 음,,장아찌는 장아찌대로 맛있는데
찜은 처음 먹어본 거 같아서 더 맛있어]
한국에 가서 엄마가 해줘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반찬거리며 손 많이 가는 요리들을
이젠 이곳에서 해결하고 있다.
한국에 못 간지 벌써 횟수로 3년이 지나고나니
나도 그렇고 깨달음 역시 먹고 싶은 건
어떻게든 먹자, 언제 죽을지 모르니 잘 먹고
잘 살자는 단순한 사고전환을 한 뒤로
이곳에서 만들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만들어 먹으며 즐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못가서 괜스레 안달하고
애가 탔던 시간들이 많이 줄었다.
우린 식사를 하며 묵은 김치가 점점 질려오니
새김치를 담아야 할 거 같다는 얘기를 나눴다.
[ 이번에도 친구들에게 나눠 줄 거지 ]
[ 응 ]
[ 그렇지 않아도 하코네(箱根)로 이사 간 선배가
회사 왔는데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당신이 준
깍두기를 잘게 썰어 비빔면에 넣어 먹었더니
정말 맛있었다는 얘길 하더라구.
그러면서 오이김치 먹고 싶대..]
깨달음보다 더 한국적 입맛을 가지고 있는
선배에게 이번엔 마늘장아찌도 함께
보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지난번 코리아타운에서 고춧가루와 젓갈을
꽤 많이 사 두었으니 이번엔 오이김치를 좀
넉넉히 담아서 친구들에게 나눔을
해야 될 것 같다.
일본인들은 배추김치도 좋아하지만
깍두기보다는 오이김치를 더 즐겨먹는다.
내가 만든 김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즐겁고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김치 명인이 만든
썩은 배추 뉴스를 접하고 참 화가 났다.
명인이라 칭송받던 대표가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뿐이었다.
먹는 걸로 장난하는 짓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던 내가
잘 못 생각한 것인지, 내 나라, 그것도 김치의
종주국이라 불린 곳에서 입에 담기도
불결한 사건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었다.
중국산 김치가 더러워서 못 먹겠다고 떠들썩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명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만든 김치가 썩은 김치라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썩어서 냄새가 나고 구더기가 꿈틀거려도
본인들 입에 들어갈 게 아니니라는
생각에 아무런 죄의식이 없었던 모양이다.
이제 김치는 한국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게 아닌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전년대비 10.7% 증가한
1억 5992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였다.
이곳 일본에서도 김치는 인기가 많은 절임반찬의
하나로 늘 랭킹에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인 입맛에 맞춰진 조금 달달한 김치가
많지만 피클처럼 유산균이 풍부한
건강식품으로 손꼽고 있어
이자카야는 물론 식사를 제공하는 업소에도
메뉴에 빠짐없이 김치가 준비되어 있다.
편의점에서는 물론, 각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매실김치. 마김치, 죽순김치. 토마토김치 등등,
사찰이나 신사 근처의 관광지에서도
김치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직접 한국에서 김치담기 체험을 하기도 하고
각 지역 문화센터에서 매해 정기적으로 열리는
김치담기 체험에도 늘 정원초과로 인기가 많다.
한류 열풍을 불어온 중년 아줌마부터 지금의
젊은 세대까지 김치는 여전히
배우고 싶고, 한 번쯤 직접 담아보고
싶어하는 고급 문화 체험코스가
되어가고 있다.
이번 썩은 김치 공장에서 생산된 김치의
70%는 28개국에 수출되었다는 걸 알고
검색을 해봤더니 명인이 만든 김치라는
선전문구를 달고 판매 되고 있었다.
외국인들은 김치맛을 모를테니 적당히
버물려 만들면 된다는 안일하고 기본이 안 된
비상식적인 마인드로 만들었을 것이다.
일본을 포함, 28개국 사람들이 이 김치의
정체를 알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할까...
김치뿐만 아니라 한국의 위상까지
훼손된 사건이 아닌가 싶다.
공장을 폐쇄하고 원인 규명을 한다고 한들
실추된 한국 이미지는 어찌 책임질 것인지..
그 몫은 고스란히 자국민이 져야 한다는 걸
모르고 저런 식의 운영을 계속해 왔던 것인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김치에 부정적인 프레임이
입혀질까 심히 걱정이다.
언제쯤이나 먹는 걸로 장난치지 않을까....
비단 외국인 뿐만 아니라 해외 거주자들이
고국의 맛이 그리워 사 먹었을
내 나라 김치가 썩은 김치라니...
나처럼 해외 거주자들은 나름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데
참 기운 빠지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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