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그래서 병이 났다
한국에 다녀온 걸 어찌 알았는지
찬바람이 불어오니 김치가 생각난다는
일본인 친구들이 연락을 해왔다.
내 스케줄대로라면 11월 말쯤이나 김장을
할 예정이었는데 미쯔이 (三井)상과
통화를 하고나서
바로 배추를 사왔다.
퇴근한 깨달음이 절인 배추를 보고
자기 직원들 몫도 있는거지라며
당연하듯 물었다.
다음날, 배추김치와 오징어채, 창난젓을
담고 한국에서 가져온 파김치도
맛보기로 좀 나눠 담았다.
깨달음 직원들에게는 깍두기와
오이김치를 따로 챙겨 넣었다.
만나서 직접 주면 좋을 텐데
모두가 시간이 맞지 않아 일부는
우체국 택배를 부탁하고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 사는 미쯔이 상은
만나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
한국에 뭐 때문에 다녀왔는지
부모님 얘기, 그리고 요양원 얘기 나눴다.
미쯔이 상은 병약한 남편을 위해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언제 어찌 될지 몰라
올 초부터 요양시설을 알아보고 있는데 시설이
현대적이거나 음식 구성이 괜찮다 싶으면
월세가 두배로 비싸더란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재산도 모두
정리를 시작했다는 미쯔이 상은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와 주식, 보험금도
모두 자식이 아닌 자기 부부가 죽기 전에
전부 쓰고 갈 생각이어서 남편과
재산을 반으로 거의 나눴다고 한다.
60을 넘어 보니까 정말 자신의 노후만
머릿속에 가득할 뿐 자식들은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더라며
내게도 얼른 재산분할하라면서
한 살이라도 어릴 적에 미리 해두라고
강하게 권했다.
식사를 마치고 난 또 약속이 있어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미쯔이 상이
김치값을 주고 싶은데 항상 받지 않으니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며
예쁜 머그컵을 하나 건네주셨다.
미쯔이 상과 헤어져 깨달음과
지난주부터 가려고 약속했던
암반욕 온천에서 만났는데
깨달음이 몸이 무겁고 열이 난다고 했다.
온천에 몸을 담그면 피로가 풀릴 것 같다며
온탕, 냉탕, 탄산수탕, 지옥탕까지
왔다 갔다 했는데도 컨디션이 별로라며
집에 돌아가자고 했다.
집에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기침을 심하게
하길래 약간 불길한 예감이 스쳤는데
집에서 검사해 보니 코로나였다.
그리고 나는 다음날 고열이 나기 시작하면서
물에 잠긴 솜이불처럼 천근만근이 되어버린
몸을 질질 끌고 병원을 갔더니
나 또한 코로나 감염이 되었다.
38도 고열이 계속되고 헛구역질이
나고 현기증까지 몇시간 사이에
폐인이 되어버렸다.
깨달음에게 언제부터 증상이 있었냐고
솔직히 말해보라고 했더니
3일 전부터 안 좋았단다.
[ 당신한테 바로 옮겨 갔나 봐,, 미안,,]
[ 그럼 온천 갔을 때는 이미 코로나가
활성화? 되고 있던 상태였네? ]
[ 아마도,, 근데 나는 그냥 감기인 줄 알았지..
우리가 한국 다녀오고도 계속 바빴잖아,
특히 당신도 바빴고,, 그래서 코로나가
왔나 봐,, 피곤해서...]
깨달음이 미리 서둘러 대처했다면 예전처럼
집에서도 철저히 격리 생활하면서
지냈으면 나까지 옮지 않았을 텐데라는
뒤늦은 후회를 했다.
오늘로 벌써 6일째,,
깨달음은 다 나아가고 있는데 나는
코로나 후유증인 후각장애로 이비인후과를
찾았는데 감각이 되돌아올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니 그냥 휴식을 취하라고만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난 2주를
다시 차분히 되돌아봤다.
한국 다녀오고 날마다 볼 일이 있어
구약소부터 세무서, 부동산까지
매일 왔다 갔다 돌아다녔다.
그래서 잠시 쉬라는 신호였을까..
산산히 부서질 듯 뼈마디가 아프고
미열이 남은 상태로 식욕을 잃어버려서인지
순식간에 2키로가 빠졌다.
설상가상, 후각마비로 아무런 냄새가
없는 무향무취의 세상을 48시간째
보내고 있는 지금,,,
오만가지 생각들을 가지치듯 끊어버리고
깨달음 말처럼 그냥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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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코로나, 백일해, 독감조심하세요.
아프면 다 소용없는 걸 알면서도
몸이 재산인 걸 알면서도
제대로 충전할 시간을 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씩 쉬엄쉬엄 움직이기로
했으니 여러분들도 환절기 특히
몸관리 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