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속, 기브엔 테이크의 진실
5일간 여행을 다녀와서 봤더니
택배보관함에 우리 집 물건들이 가득하다.
뭘 이리도 보냈을까,
누가 이렇게 보냈을까,
새로운 이름들이 보이고,,
내 앞으로 온 것도 3박스다.
이제는 연하장도 생략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아직까지 인사치레를 중요시해야 하고
싫어도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선물을 보내야 하는 문화는
시대의 흐름을 개의치 않고
유효 중이었다.
일본은 기브엔 테이크가 철저하리만큼
지켜지는 나라라 생각코 살아왔었다.
하지만, 20년을 넘게 살아보니 그건
그저 인간관계의 깊이를
보여주는 겉과 속이 다른 얘기였다.
서로 잘 모르는 관계나 친분이 두텁지 않지만
앞으로도 봐야 할 상황에 놓여 있으면
억지로라도 받은 만큼 돌려준다.
하지만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기브엔 테이크는 거의 없다.
즉, 기브엔 테이크는 대략 두 번까지만
오가고 그 이후는 사라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친해졌다고 생각되면 그냥 받기만 하고
주지 않는다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한 사이에서도 계속해서 기브엔 테이크를
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는데 남에게
신세 지는 걸 아주 불편해하는 성격의
소유자들에게 해당되며 그런 사람은
지금껏 일본생활을 하면서
내 주변에 딱 한 명 존재하고 있다.
그 사람은 10개를 주면 10개를 정확히
돌려주는데 바로 깨달음 선배이다.
깨달음에게 한국과 한국문화를 처음으로
알려주고 즐기는 방법까지 가르쳐준 선배다.
올 연말에 맞춰 김치를 보내드렸더니
이번에는 반건조 생선을 한 박스 보내왔다.
이 선배는 자신의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한 달이나 지나서야 연락을 했고
깨달음이 부조금을 드렸는데 강하게
거부하신 분이었다.
시부모님 돌아가셨을 때 자신도 부조금을
하지 않았으니 받을 이유가 없다가 이유었다.
원래 일본인들은 작은 것도 나눠먹는
그런 문화의 인간관계를 만들지 않아서
안 주고 안 받기를 하는 게 아닌
두 번 이상 받으면 굳이 안 돌려줘도
괜찮을 거라 슬그머니 넘어간다.
나도 이곳에서 살아가면서 알게 되었다.
기브엔 테이크는 일본인들 사이에선
아주 당연하게 정착된 문화라
생각했는데 그 개념이 깨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친한 사이라 하더라도 받으면 꼭
돌려주는 게 예의로 생각했는데
그건 내 착각일 뿐이었다.
깨달음 회사가 지금처럼 잘 운영되는 동안에는
거래처에서 이렇게 매해 추석과 설에 맞춰
오추겐( お中元)과 오세보(お歳暮)가
앞으로도 들어올 것이다.
뒤늦은 설날 상차림을 하고 식사를 하면서
갈비를 보내준 거래처가 어디였는지
확인을 하는 깨달음 표정이 꽤 만족스러웠다.
일본의 이 문화는 여전히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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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없는 사람들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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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친하면 친할수록 이해타산 없이
더 나눠주고, 더 퍼주는 경향이 있지만
이곳은 친해질수록 배려나 예의를
표하지 않고 지나가 버린다.
앞으로 이 상대와 어떤 관계가
지속될지 미리 파악하고 손익을
떠올리며 기브엔 테이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