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이야기

친구가 없는 사람들의 특징

by 일본의 케이 2023. 9. 5.
728x90
728x170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코로나

핑계로 돌리는 것도 우스웠다. 

약속날짜도 내가, 약속장소도 내가 결정해 주길

원해서 예약을 하고

좀 이른 저녁에 그녀를 만났다.

꼭 필요할 때만 연락을 하는 그녀를 보는 날도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보자마자 호들갑을 떨며 내 팔을

잡아 끄는 것도, 앉자마자 자기 얘길 하며

감정이 격해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는 것도

웃을 때 손뼉을 치는 것도

내가 깨달음과 어떻게  만났는지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묻는 거마저도 변함이 없었다.

지난번 만났을 때 했던 말들은 기억하지

못한 채 자기 말만 하는 그녀는 그대로였다.

[ 케이야, 너 다리는 다 나았어? ]

[ 다리? 골절상 입은 거 벌써 2년전이야..]

[ 아,,그랬지..내가 깜빡했다 ]

[ 뭘 깜빡이야, 6개월전에 만나놓고,,

사람 말을 좀 기억하지 그러냐,,.

건성건성 듣지 말고....]

[ 미안, 미안,,]

[ 병원은 아직도 다녀? ]

[ 코로나 때는 뭔 일인지 안정적이고 좋았다가

또 이렇게 일을 시작하니까  불안해서인지

그렇지 않아도 병원 가서 약 받아왔어 ] 

내  블로그에 그녀가 등장한 건 처음이기에

간략히 소개하자면 모교회에서

알게 되었고 싱글맘이다. 

[ 난,, 친구가 없어.. 너 밖에..

왜 난 친구가 없을까... 넌 많은데...]

매번 같은 소릴해서 지겨운 마음에

친구고 뭐고 다 필요 없는 거라고 인간은

원래 혼자니까 외로워하지 말고

혼자 잘 버텨야 한다고, 코로나 기간 동안

잘 지낸 걸 보니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증거라며 약한 소리

그만하라고 쏘아붙였다.

[ 건성건성 듣는 습관부터 고치라고 했잖아 ]

[ 난 잘 듣는다고 듣는데...]

[ 진심으로 안 들어서 그래..]

[ 아닌데..나,,진심으로 듣는데..]

[ 케이야,, 화났어? ]

[ 그냥,, 너라는 사람을 잘 모르겠어서..

너 인스타 보니까 힐튼에서 식사하던데?

그리고 무슨 애견 이벤트에도 참석하고 ]

[ 응,, 그냥 예전에 동료랑 연락돼서..]

[ 그것 봐, 넌 잘 살고 있는 거야,

입으로는 외롭네, 죽네 사네하면서도

할 거 다 하잖아, 넌 외로운 게 아니야,,

얼마든지 혼자 잘 살 수 있고, 지금도

잘 살고 있으니까 스스로를 가련한 사람,

불쌍할 사람 틀에 끼워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받으려고 하지 말라는 거야. 

팔자가 사나운 비련의 주인공처럼

행동하는 건 이제 그만해..  ]

728x90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난 화가 난 것이였다.

하지만 난 화가 난 게 아닌 

늘 같은 생각 속에 빠져 있는 그녀가

현실을 직시했으면 했다.

 [ 케이야,,너도 알다시피 내가 감정기복이

심하잖아,,그래서..]

[ 그래,,알아,,근데..나도 지친다..

너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알수록 믿음이 안 가...]

그녀는 항상 우울해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 

행여나 상대가 자신을 싫어할까 봐

NO라고 말하지 못하고 뭐든지 받아들이고

행동했다.  자기 생각이나 주장은 있지만

차마 입으로 뱉지 못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야 후회하고 억울해했다.

 

300x250

[ 내가 찌질해서 친구가 없나 봐,,]

 [ 아니.. 네가 친구가 없는 건 찌질해서가

아니라 상대에게 신뢰감을

주지 않아서라고 생각해  ]

[ 어떤 거? ]

지난번 만났을 때도 조목조목 뭐가 문제인지

상세히 다뤘던 테마인데 오늘도 어김없이

처음 듣는 것처럼 물었다.

반응형

그래서 오늘은 딱 한 가지로 축약해서 말했다.

 친구를 만들기 전에  마음과 마음을 터놓는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사소한

약속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자신이 말한대로 행동하지 않고

매번 그 약속을 어기고 쉽게 지나쳐버리면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고 했다.

[ 00야, 그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야,,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그게 누구든,,,,

아주 하찮은 약속일지언정,,..]

 

가끔은 남사친이 더 편할 때가 있다

류(劉)상을 만나러 요코하마(横浜) 차이나타운을 찾았다. 작년부터 만나자고 했던 약속이었는데 코로나로 몇 번 미뤘었다. 하지만 더 이상 미뤘다간 두 번 다시 얼굴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런치

keijapan.tistory.com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와서 그녀는 어딘가로

전화를 부지런히 했다.

연신 미안하다며 핸드폰이 고장이였다고

고개를 굽신거리며 사과를 했다.

아마도 그녀는 나한테 그랬듯이 

며칠간 연락없이 카톡을 씹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카톡을 보내도 2,3일 연락 없다가

자기 기분이 내킬 때면 연락을 해왔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면 핸드폰이

고장이 났거나 불통이었다는 뻔한

거짓말을 했었다.

 

일본에도 금수저, 흙수저가 있다

친구가 코로나가 걸린 걸 그녀의 카톡 프로필을 보고 알았다. 통화를 할까하다 괜찮냐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보이스톡이 울렸다. 남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자기가 걸렸다고 그래도 무증상에 가까

keijapan.tistory.com

자기가 필요할 땐 하루에 열두 번이고

우는 소릴 하고 멀쩡한 날은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처럼 밝게 웃고 떠들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듯이

그런 그녀의 인간관계 패턴은 믿음을 

쌓아가기 힘든 요소가 많았다. 

 

새벽에 울린 카톡...

건강검진을 하러 찾은 병원엔 크리스마스트리가 외롭게 서 있었다. 좀 더 풍성하고 좀 더 따뜻함이 묻어 나오게 장식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진찰실로 향했다. 옵션으로 신청했던 검사까

keijapan.tistory.com

이 블로그에 그녀와 있었던  모든 일들을

털어놓을 수 없지만 이제 더 이상 

그녀의 어리광을 받아줄 수 없을 것 같다.

새로운 친구 만들기는 어렵다는 걸  본인도

잘 알고는 있겠지만 마지막 바람이라면

앞으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는 

믿음직하고 참 괜찮은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