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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결혼 기념일, 사랑과 돈에 관한 고찰

by 일본의 케이 2018.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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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전, 3월 25일, 서로 퇴근하고 만나 우린

야간 접수가 가능한 신주쿠 구약소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고, 

그 시간부터 부부가 되었다.

 마흔이 넘도록 공부만 해오다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갈등이 없었다면 거짓이겠지만

 이곳 일본에서 자리를 잡고 살 것 같으면 

결혼을 하는게 안정적일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혼인신고를 했고, 그 해10월에 결혼식을 

올리고,,이렇게 8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신혼초에 자주 갔던 갓포요리집을 오랜만에

( 割烹料理-고급일식 코스요리)찾았다.

음식이 나오기 전, 깨달음이 결혼 기념일을 

맞이해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었다고 하트로 대신한다며 까불었다. 


[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나태해진 거 아니야? ]

[ 아니야,,,]

[ 바쁜 건 좋은데,,엉렁뚱땅 넘어가려는 건

별로 안 좋은 거야,,,알지? ]

가라앉은 내 목소리를 알아채고는

 앞으로는 잘 할테니 잘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정중히 숙였다.



작은 접시에 앙증맞게 담겨져나온 계절채소를 

시작으로 전체요리들이 하나씩 나오고,

음식을 설명할때마다 무릎을 꿇고 설명하는

젊은 요리인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 여긴 변한 게 없는 것 같애..]

[ 저 아들이 아마 3대째일거야,,

다른 형제는 00역앞에서도 영업하고 있어..]

[ 맛도 그대로야,,3대가 이어올 때까지 

음식맛을 관리하고 전승하는 게 쉽지

 않을텐데 참 대단해..]

음식의 맛도 좋았지만 정성이 느껴져서 

먹는내내 마음이 아주 편했다. 


1시에 시작한 코스 요리가 40분이 지났을 무렵

노릇하게 잘 구워진 도미구이를 가져와서는 

결혼기념일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셨다.

이곳 일본은 축하날이면 도미요리를 먹는다.   

[ 잘 구워졌어..진짜 맛있다..

근데 우리가 산 지,,벌써, 8년을 맞이하다니 

난,,한 20년 산 것 같은데...]

[ 나도 그래 20년 산 것 같애..]

그렇게 말이 끊어지고 다시 음식을 음미했다.

[ 당신은 결혼생활에 있어서 사랑이 먼저라고 

생각해 경제력이 먼저라고 생각해?] 

[ 왜 그런 걸 물어 봐? ]

[ 요즘 내가 여러명에게 받은 상담이거든,,]

[ 사랑이지,,결혼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건...]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랑을 택했다.



[ 당신은 사랑만 있으면 결혼생활이 

원만할 것 같아?

한국에서는 사랑도 돈이 없으면

문틈으로 샌다는 말이 있어..그리고 사랑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말도 한대....]

[ 무슨 뜻인지 아는데 경제력, 돈으로는

사랑을 못 사....,]

[ 왜 못 사?,,얼마든지 사랑도 사지,,]

[ 그건 사랑이 아니야,,,샀다고 생각되지만

그건 진짜 사랑이 아니야,,예를 들어 돈은 열심히

 구걸을 하면 누군가가 주기도 하지만 

사랑은 아무리 구걸을 해도 줄 수 있는게 아니야,

 혹 구걸해서 받는다고해도 그건 사랑이 아니고

동정이지..그래서 원하는 만큰 돈을 지불하고

 사랑을 사고 팔고 할 수 없는 거야,,

 억만장자라해도 자기가 원하는 사랑을 살 수

 있는 게 아니야,,사랑은 마음을 주는 거잖아,,

즉, 마음을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거지...]

[ 환심을 산다는 말이 있잖아..

그건 돈이 있으면 환심을 사기도 하고,,

그게 발전되면 사랑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해 ]

[ 환심은 사도 사랑은 못 사!  ]

[ ............................ ]


둘이서 팽팽히 자신의 의견을 나누는 사이

스테이크와 여러 음식들이 계속해서 나왔고

배 불러 못 먹을 것 같은 요리는 

전부 포장을 해주셨다.


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 난,,경제력이 최우선이라 말하기 그렇지만

먼저 바탕이 되어야지 사랑이 계속해서

 싹을 뜨고 성장하는 거라 생각해..]

이 말에 깨달음이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 그건,,현실적으로 맞는 말이야,,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도 알아,,

그러기 때문에 열심히 돈을 버는거지..,

사랑을 유지하고 싶다는 본능이 있어서..

그래도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사랑이 기본 베이스에 깔려 있으면

경제적으로 좀 어려운 일이 닥쳐도 헤쳐나가고

이겨나가는려는 인내력이 생긴다는 거지.

그러기 때문에 사랑이 꼭 필요하고 

사랑이 경제력보다는 먼저가 되야 한다는 거야 ]

우리가 열심히 얘기하는 사이

포장을 마친 음식들이 쇼핑팩에 담겨져

 테이블에 놓여졌다



[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사람과 사람사이,

특히 부부는 사랑이 제일 중요해..

사람은 한번 받은 사랑을 잊지 못해,,

자신이 사랑 받았다는 그 사실은 영원히 기억하고,

 죽을 때까지 그 기억만으로도 살 수 있어..

그게 사랑의 힘이야, 사랑은 그래서 위대한 거야,

사랑이 있으면 모든걸 이겨낼 수 있어..하지만, 

돈으로는 한계가 있고,,사랑을 이기지 못해 ]

깨달음의 마무리가 좀 애절하고 감성적이여서

난 그냥 이쯤해서 대화를 마쳤다.

사랑 받은 기억만으로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깨달음에게 냉혹한 현실을

알려주는 건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아서였다.

내 주위에는 지금 이혼을 고려중인 커플이

세 커플이나 있다. 

결혼생활에 뭐가 먼저인지 살아온 삶의 방식,

가치관이 각자 다르기에 돈으로 만족하고 사람,

사랑으로 만족하는 사람으로 나눠지겠지만

진정 부부에게 필요한 건 깨달음 말처럼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돈이 없다면 사랑이 버티기 힘들 것 같고,,

가게를 나오며 우린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사랑도 돈도 메마르지 않게

서로 노력하며 잘 살아가자고,,

그게 정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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