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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35

남편도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 이케부쿠로(池袋)에서 열린 전국 물산전(物産展) 해년마다 갔던 터라 올 해도 초대장이 왔길래 갔는데 기분 탓일까 해를 거듭할수록 방문객이 줄어들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맛볼 수 있는 특산물은 물론 여기저기에서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는 맛집 중에 맛집들이 모였는데도 방문자들은 출품자들보다 적었다. 이벤트 관계자와 도우미가 어색하게 서 있고 푸드코트에도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다. [ 이러다 이 행사도 곧 문을 닫겠는데...] [ 응,, 맛있는 게 많이 있긴 한데.. 뭐가 문제일까...] [ 홍보가 부족한 것도 있고 다른 이벤트에 비해 끌림이 없다는 거겠지 ] 우린 달달한 몽블랑을 사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아마다덴키(ヤマダ電機)로 옮겼다. 지난번에 가스레인지가 고장이 나서 바꿨는데 이번에는 화장실 비대기(ウォ.. 2023. 11. 20.
내 생일날, 남편이 털어놓은 고백 마지막 기항지는 나가사키(長崎)였다. 나가사키는 여행으로 세 번이나 왔던 터라 하선을 할까말까 망설이다 일단 안 내리는 걸로 하고 아침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거의 잠들 때까지 먹고 마시고를 반복하는 크루즈생활은 장점이며 단점이다. 운동기구에 따라 두 군데로 나눠진 스포츠짐은 유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는 서양인과 동양인 두 그룹으로 나눠져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매일 아침과 저녁은 코스로 정찬을 먹고 뷔페는 거의 24시간 풀가동이 되어 언제든지 골라 먹을 수 있고 수영장에는 피자와 햄버거가 냄새로 식욕을 자극하고 오후엔 티타임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달달한 디저트와 음료, 아이스크림들이 유혹한다. 그러다 보니 입이 한시도 쉴 틈이 없고 우린 특히 가는 곳마다 술을 마시다 보니 안주거리를 다운받은 어플로 주문.. 2023. 9. 25.
애정결핍이라고 하니... 신주쿠역(新宿駅) 개찰구를 나오자 온통 북소리와 경쾌한 음악소리가 도로를 점령한 채 축제열기가 뜨거웠다. 4년 만에 열린 신주쿠 에이사(エイサー) 축제가 있는 줄 모른채로 미션 임파서블을 보기 위해 나왔는데 사람들로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거기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에이사 축제는 유명한 오키나와(沖縄) 전통행사로 크고 작은북을 치면서 남녀춤꾼들이 오키나와 민속악기인 산신(三線)에 맞춰 거리를 돌며 북과 함께 춤을 추는 축제이다. 둥, 둥 울리는 북소리도 그렇지만 그에 맞춰 절도 있는 춤을 선보이는데 음악도 그렇고 보는 이들도 같이 신명이 나게 만든다. 3시간의 긴 영화를 보고 나온 우린 일단 북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았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한 팀이 되어 창의적인 춤을 추기도 하고 익살맞은 춤도 추는데 .. 2023. 7. 31.
비행기 이륙 전, 남편이 급하게 보낸 카톡 아침부터 깨달음은 생선구이와 청국장을 주문해 맛있게 먹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뭘 하며 보낼까 나름 계획을 세운 깨달음이 아침식사를 마치고 첫 번째로 동대문 성벽을 가보고 싶다고 했다. 일단 나도 처음 가보는 곳이라 어떤 코스가 좋은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는지 찾아보고 동대문역으로 향했다. 성벽을 따라 가파른 언덕 걸어 오를 때마다 밥을 너무 많이 먹은 게 후회된다며 숨을 몰아쉬었다. 성벽 구멍으로 고개를 내밀고는 마치 부산의 달동네 같은 느낌이 들고 풍경이 정감이 간다며 고개를 쳐 박은채로 계속해서 밖을 내다봤다. 셩곽을 타고 올라갈수록 다리가 아프다며 커피숍을 찾았는데 깨달음이 가고 싶다는 가게는 리뉴얼 중이어서 다시 마냥 걸었다. 중간지점에서 더 가기를 포기한 깨달음은 허벅지가 터질 것 .. 2023. 4. 19.
결혼 10년이 넘으면 이렇게 변한다 3일 연속 여긴 비가 내린다. 만개한 벚꽃을 보기 위해 빗속에서도사람들은 우산을 받쳐 들고 벚꽃 명소에 모여들었다. 우리 부부는 이번달까지 마감해야 할 일들이 많아 각자 자기 방에 꼼짝 않고 박혀서 일을 하다 해가 져서야 피로도 풀 겸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왔다. 쌀쌀한 날씨에는 따끈한 소주 오유와리(お湯割り)가 제격이다. 눈앞에서 바로바로 구워주는 제철 야채들은 달달한 육즙이 터져나와 술이 물처럼 들어간다. 깨달음은 연이은 프레젠테이션이 있어 직원과 연습을 하는데 자기가 지적한 부분을 수정하지 않고 고집을 피워서 머리 아프다고 했다. [ 당신이 프레젠 하는 법을 알려주면 좋은데 ] [ 나는 내 일에만 잘해.. 건축은 몰라 ] [ 아니, 프레젠 방식을 모른 것 같애.. 아무리 설계디자인이 좋아도 오너에게.. 2023. 3. 26.
조금만 더 무뎌지자, 그래야 산다 1년 4개월 만에 입술 헤르페스가 생겼다. 대상포진이 생겼던 2021년, 그 해 겨울을 끝으로 잠잠하더니 다시 나타났다. 10명 중 3,4명이 가지고 있다는 재발성 구순포진은 흔한 질환이긴 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한번 감염되면 평생 그 사람의 몸속에 존재했다가 스트레스나 피곤함, 특히 면역력이 떨이지면 바이러스가 활성화돼서 입술에 물집이 생긴다. 스트레스와 영양섭취의 불균형에서 오는 거라는 걸 알기에 잘 챙겨 먹고 신경을 쓴 덕분에 1년을 넘게 잘 넘어갔는데 몸이 다시 신호를 보내왔다. 물집이 생기고 일주일이 지나자 물집에 딱지가 생겨 거의 나아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혓바늘이 돋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는 먼저 입술 상태를 확인하고는 거의 다 나았는데 오늘은 왜 왔냐고 물었다. [.. 2023. 2. 27.
5년간의 아쉬움을 떨쳐버린 날 예배를 마치고 깨달음이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했다. 자기 회사가 공사를 하려다 못한 곳을 다시 한번 가서 보고 싶단다. 00역 앞에 세워진 쇼핑몰과 상업시설이 함께 있는 지하 2층 지상 41층의 타워맨션으로 그 공사를 따내지 위해 5년간 공을 들였지만 끝내 남의 회사로 넘어갔던 씁쓸한 기억의 건물이라고 했다. 왜 갑자기 가고 싶은 건지 물었더니 자기 회사와 같이 공사에 참여하려고 했던 거래처 사장님과 오랜만에 저녁을 먹으며 그때 일을 회상했었는데 함께 했던 5년의 시간을 다시 상기시켜 보고 싶어 졌단다. 역에 도착하자 깨달음은 감회가 새로운 듯 천천히 둘러보며 완공때 몇 번 왔을 때와 별로 변한게 없다며 건물 구석 구석을 살폈다. 2019년 완공 되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며 이곳에 올 때마다 그 .. 2023. 1. 23.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산다 집 근처 우체국은 영업시간이 끝난 상태여서 본점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시부모님이 계시는 요양원에 보내드릴 소포를 들고 줄을 서 있는데 우편물 취급이 일시정지된 나라가 적힌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항공편은 되고 선편은 되지 않는 나라, 선편은 되지만 항공편은 안 되는 곳 등,, 지구촌 곳곳을 코로나가 점령하고 있다는 끔찍한 생각이 잠시 들었다. 우체국을 나와 자전거로 근처 강둑을 한 바퀴 천천히 돌았다. 외출도 삼가야 하는 긴급사태 선언 중이다 보니 일을 보러 가끔 집 밖을 나가게 되면 그냥 공원 주변이나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곳을 찾아 배회하듯 걷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보기도 한다. 집에 들어서자 깨달음이 거실에 놓인 박스를 가리키며 카나마루(깨달음 대학 동기)가 보낸 .. 2021. 1. 23.
부부싸움을 푸는 남편만의 방법 아침 일찍 거실로 나가보니 내 노트북 위에 편지가 놓여있다.열어보지 않아도 분명 반성과 후회, 사과의내용일 거라는 예측은 할 수 있었다.부부싸움이 있는 다음날이면, 깨달음은 늘 이렇게 곱게 편지를 써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특히 자신이 많이 잘 못한 것 같은 생각이 지배적이면어김없이 반성문?과 같은 편지를 쓴다. 첫 줄부터 [미안해요]라고 시작된 걸 보니아주 많이 미안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자기가 내 입장을 잊은 채 이기적이였던 것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한다는 글이 적혔고 중간엔 [사랑해요]라고 급하게 써넣은 듯한 문구도 나왔다.그리고 마지막장엔 00레스토랑에서 다시 한번자신의 진심을 얘기할테니 꼭 나와달라는 부탁도 첨부되어 있었다.그래서 나간 곳은 게전문집(かに道楽) 이였고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맞은편 대기.. 2020. 9. 10.
블로그의 댓글, 그리고 우리 부부 2주전, MRI촬영을 했다. 저녁이 되면 뒤통수쪽에 두통이 있었지만 굳이 MRI를 할정도는 아니였다. 하지만, 대비차원에서 해 두는 게 좋다며 깨달음이 강하게 추천을 했다. 5년전에 한 번 했던 기억이 있어서 별 거부반응은 없었는데 촬영까지 꽤나 시간이 걸려 오후 늦게까지 병원에 있어야만 했다. 촬영을 마치고 40분쯤 지나 결과가 나왔는데 이상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왼쪽 뇌혈관에 2미리정도 혈관이 돌출되어 있다며 혈압 올리는 일은 삼가하고 늘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라신다. 또 저녁에만 찾아오는 두통의 원인은 갱년기증상의 하나일 수 있다는 말에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병원을 빠져나오며 모든 걸 갱년기탓으로 돌리고 싶어하는 의사들의 심정을 이해하기로 했다. 오늘은 깨달음이 지난번 수술 때, 전부 배출시.. 2019. 9. 11.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가 아니다 예배를 마치고 깨달음이 갈 곳이 있다고 했다.목적지가 어딘지 말은 하지 않은채 구글페이지를 열어 지도를 찾고 있었다. 소바가 맛있는 곳이 있으니까 먼저 먹고 가자고앞장을 섰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에비스였다.[ 사람이 진짜 많네, 무슨 축제있어? ][ 응, 오늘 여기에서 하와이축제를 해 ][ 아,, 하와이....]레스토랑앞엔 긴 줄이 서 있었고우리 뒷줄을 선 하와이 현지인 4명이 미리 받은 메뉴판을 열심히 보고 있었다. [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좀 사 ][ 필요한 거? 나는 없는데 ][ 왜 없어? 하와이에서 입을 옷을 사는게좋을 것 같은데,, 잘 봐 봐 ]깨달음이 왜 이곳에 오자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이달 말에 하와이 여행이 잡혀있다.결혼 8주년 기념으로 결정한 하와이인데 난 아무런 흥미를 못 .. 2019. 6. 4.
흔들려도 믿고 사는 게 부부이다 [ 다 챙겼어? ][ 응 ][ 2박 3일동안 같은 호텔이야? ][ 아니, 달라, 현장이 멀어서... ]홋카이도에 출장을 가는 깨달음은 언제나처럼자신의 옷가지를 가방에 챙겼다.주말이였으면 나도 겸사겸사 따라갈텐데 그러지 못했다.다음날 아침,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하는데현관 입구에서 까불까불 거렸다.[ 왜? 할 말 있어? ][ 집 잘 보고,,이번 출장은 이틀동안 늦게까지술도 마시고 그럴거야 ][ 응, 알아서 해. 적당히 마시면 되지. 그걸 왜 새삼스럽게 말하는 거야? ][ 그냥,,] 그렇게 출장을 떠나고 나도 바로 집을 나섰다.오후쯤 되서 점심 식사를 하는 중이라고성게알 사진을 보내왔다.내가 제일 좋아하는 성게를 혼자 먹으려니 괜시리 미안해진다고 다음에는 꼭 같이 먹자는내용의 카톡이였다.그리고 난 보내줘도 .. 2019. 5. 24.
남편의 생일날,, 내가 쓴 편지 지난 주말 우린 도쿄를 잠시 떠났다.니가타(新潟)는 아직도 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차장 넘어 보여지는 풍경은 한편의 수묵화 같기도 하고 도쿄와는 다르게 이곳은 겨울세상에 갇혀 있는 듯했다. 아침 7시, 신주쿠 출발행 버스투어를 참가하게 된 것은 마지막 눈을 보러가자는 깨달음의 느닷없는 제안이였다. 급하게 찾다보니 유일하게 빈 자리가 남은 투어는 이 곳 뿐이였다.아침, 점심, 저녁 세 끼가 포함된 버스투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 깨달음은 아주 만족스런 얼굴을 하고 여유롭게 신문을 읽었다. 아침으로 나온 생선정식을 먹고 난 후 쌀로 유명한 니가타산 쌀 퍼가기 이벤트에 참가했는데 남성 참가자가 별로 없어서인지 깨달음이 두 손으로쌀을 입빠이 떠 올리자 옆에서 보고 있던아가씨들이 자기 대신 해주면 좋겠다고 했.. 2019. 3. 13.
한일커플, 결혼 8년째 맞이하는 남편의 각오 건배를하며 깨달음이묻는다.[ 결혼 기념일에 어디 갈까? ][ 아무곳이나,,][ 뭐 갖고 싶어? ][ 생각해 볼게..당신은? ][ 나는 없어..][ 벌써 8년을 맞이하는데 기분이 어때? ][ 별,,느낌 없는데..][ 나도 별로 없어..]10월 2일이면 우린 결혼 8년째를 맞이한다.세월도 빠르다... [ 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우리는 지금도 왜 맨날 싸울까?..]내 질문이 대스럽지 않은듯 [ 그러게..우린 싸우면서정 드나봐..]라고 답했다. 우리 화제를 바꿔 지난주 깨달음이 잠시출장을 다녀오며 시부모님께 들었을 때의얘기를 나눴다.별다른 변화 없이 잘 계시는 게 고맙고어머님은 여전히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옷을입고 계셨고 아버님은 딱딱한 센배가 드시고 싶다고 해서 마트에게 간식거리를많이 사드리고 왔다고.. 2018. 9. 14.
날 울린 남편의 손편지 [ 어째, 지낼만 하냐? ][ 응,,엄마,,][ 밥은 언니랑 같이 먹냐? ][ 응,,][ 집은 괜찮고? 언니집하고 가깝다고? ][ 응,,][ 이참에 맛있는 거, 몸에 좋은 거 많이 먹고푹 쉬어라, 살도 좀 찌고,,][ 응,,엄마도 한번 놀러 와~][ 내가 뭐할라고 가것냐,,마음 편하게 푹 쉬면서 언니랑 맛있는 것 많이 먹고 다녀라~] [ 응,,][ 근디,,깨서방은 혼자 괜찮으까 모르것어.. 이렇게 오래토록 떨어져 있어도 혼자괜찮을랑가 모르것다..혼자서도 밥은 잘 챙겨 먹것지? 깨서방,,][ 그 사람 나 없어도 잘 해 먹어..][ 그래,.여기 있는동안은 다 잊어불고니 몸이나 생각하고 지내라~][ 알았어.. 엄마,,]전화를 귀에 댄채로 츄리닝을 걸치고숙소를 빠져 나와 지는 해를 붙잡으려는 욕심으로 바다내음이.. 2018. 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