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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31

나이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금요일부터 이곳은 연휴였다. 깨달음은 거의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은 채 일에 몰두했다가 저녁을 먹고 나면 혼자 넷플릭스를 보고 잠이 들었고 나는 나대로 토요일엔 약속이 있어 잠깐 나갔다가 온 게 전부였다. 오늘도 여전히 낮기온은 25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비가 올 것처럼 꾸무럭거리기도 하고 반짝 해가 비치는 늦은 오후, 우린 산책을 나왔다. 오다이바는 요사코이(夜さ来い) 마쯔리로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포장마차에서 품어내는 음식 냄새로 축제분위기였다. 낮은 더워서인지 아이들이 첨벙거리며 놀고 있는 곳에 깨달음이 수제비 뜨기를 하는데 옛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며 두 번 하고 그만뒀다. 나 혼자 산책으로 나올 때마다 앉아서 명상을 했던 곳에 오늘은 깨달음이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쉬었다. [ 생맥주 한 잔 .. 2023. 11. 7.
일본의 이 문화는 여전히 불편하다 깨달음은 내가 없었던 주말에 빠지지 않고 영화감상을 했단다. 토요일은 아침부터 집을 나서서 상영시간에 맞춰 신주쿠(新宿)에서 시부야(渋谷)로 옮겨가며 보기도 하고 배우 최민식 씨가 주연으로 나온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보려고 평일날, 개봉관을 가기위해 퇴근을 일찍하고 유일한 취미생활 즐겼다고 한다. 이번주도 깨달음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집 근처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어가며 2시간 30분간의 상영시간을 지루함 없이 보고 나왔다. 그리고 근처 라멘가게에서 쯔케멘(つけ麵)을 먹으며 영화후기를 서로 얘기하다 약속이나 한 듯 가게를 나와 암반욕(岩盤浴)을 하러 갔다. 한국의 찜질방과 같은 느낌의 목욕시설인데 한국처럼 다양한 찜질방으로 구성되어 있는 건 아니고 암반욕과 천연돌이 깔린 방이 나뉘어져 있고 .. 2023. 5. 23.
조금만 더 무뎌지자, 그래야 산다 1년 4개월 만에 입술 헤르페스가 생겼다. 대상포진이 생겼던 2021년, 그 해 겨울을 끝으로 잠잠하더니 다시 나타났다. 10명 중 3,4명이 가지고 있다는 재발성 구순포진은 흔한 질환이긴 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한번 감염되면 평생 그 사람의 몸속에 존재했다가 스트레스나 피곤함, 특히 면역력이 떨이지면 바이러스가 활성화돼서 입술에 물집이 생긴다. 스트레스와 영양섭취의 불균형에서 오는 거라는 걸 알기에 잘 챙겨 먹고 신경을 쓴 덕분에 1년을 넘게 잘 넘어갔는데 몸이 다시 신호를 보내왔다. 물집이 생기고 일주일이 지나자 물집에 딱지가 생겨 거의 나아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혓바늘이 돋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는 먼저 입술 상태를 확인하고는 거의 다 나았는데 오늘은 왜 왔냐고 물었다. [.. 2023. 2. 27.
요즘 남편의 하루는 이렇게 바뀌었다. 예배를 마치고 점심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며 터벅터벅 걸어 나오다 역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결정했다. 늘 지나칠 때마다 분위기가 괜찮아 한 번쯤 와봐야지 했던 곳이었다. 호텔 로비엔 외국인들이 체크인을 하려고 길게 줄이 서 있었다. 샐러드를 먹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깨달음이 여기 사우나가 있는지 검색을 하다가 한국 찜질방 같은 곳에서 하루종일 땀을 빼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자주 애용하는 암반욕 사우나도 좋지만 한국처럼 여러 방으로 나눠진 곳에서 땀을 빼면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요즘 깨달음은 많이 바쁘다. 작년 연말, 깨달음 회사를 앞으로 맡아야 할 야마무라(山村) 상이 심부전 진단을 받았고 그 직원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자기가 일을 대신 하다 보니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도면을 수정하고 체크하.. 2023. 2. 12.
아침 밥상이 서로 다른 이유 [ 케이야,, 너 요즘 많이 바빠?] [ 아니..별로 안 바빠 ] [ 근데 왜 자꾸 입술에 물집이 생기는 거야? 뭐가 그렇게 스트레스야 ? 정말 잘 먹고 다니는 거야? ] [ 잘 먹고 있어...] [ 니가 청국장 먹고 싶다고 할 때마다 내가 짠해 죽겠다.. 보내 줄 수도 없고,,] 블로그에 병원 간 얘길 올리면 어김없이 가족, 지인들이 우려의 목소리로 전화를 한다. [ 뭐 좀 보내줄까? ] [ 아니야,,여기도 다 있어 ] [ 근데..뭐가 그렇게 널 힘들게 하는데... 말 좀 해 봐,,한국에 올 수도 없고,,] 친구는 끈질지게 물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저녁까지 뭘 먹고 다니는지 청국장이든 뭐든 어떻게든 보내볼 테니 뭐든지 말하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난 매일 미역국을 먹는다. 산모도 아닌데 벌써 일주일째.. 2021. 12. 24.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간절히.. 저녁부터 입술이 이상하다 싶더니 아니나다를까 아침에 일어나니 물집이 생겨 있었다. [ 깨달음,,,입술이....또,,..] [ 또 생겼어? 왜 그러지? 지난주에도 생겼었잖아, 어디 봐 봐 ] 지난주 아랫입술에 났던 물집이 다 나아가자 오늘은 윗입술 정중앙이 부풀어 올랐다. 거기에 오른쪽 콧 속에도 물집이 잡혀 있었다. 구순포진, 입술 헤르페스이었다. 10명 중 3,4명이 가지고 있다는 재발성 구순포진은 흔한 질환이긴 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한번 감염되면 평생 그 사람의 몸속에 존재했다가 스트레스나 피곤함, 특히 면역력이 떨이지면 바이러스가 활성화돼서 입술에 물집이 생긴다. 지금껏 물집이 생길 때마다 좀 피곤한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이번에 콧속까지 생긴 걸 보니 올여름 생겼던 대상포진과 연관성이 있는 .. 2021. 12. 21.
잠시 쉬어야겠습니다 [ 오~많은 일이 있었네요.응급실을 두 번이나,, 불행이 계속되네..별 일 아니어서 다행인데 다리는 왜 또? 뭔 일이래요? 힘드시겠다~~] 젊은 의사는 나를 자기 친구 대하듯 즐거운 표정을 해가며 물었다. 갑상선 정기검사를 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리 엑스레이를 찍는 날이어서 하루 앞당겨 갑상선 진료도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진료 첫날부터 서글서글했던 젊은 의사는 검사 결과를 보면서 갑상선은 아무런 문제를 안 일으키고 얌전해졌으니 다른 곳을 빨리 고치라며 또 까부는데 그 모습이 왠지 얄밉지 않았다. https://keijapan.tistory.com/1478 도쿄 올림픽 유니폼을 받아오던 날 스케줄 변경을 두 번이나 했다. 내 움직임과 올림픽 위원회측의 시간이 자꾸만 엇갈려 5월초에 받을 예정이.. 2021. 6. 23.
남편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지난주, 신문응모에서 당첨된 서프리멘트(supplement;영양보조식품)가 도착했다.참깨에 들어있는 지용성 리그난 성분의 세사민 캡슐이였다.늘 그렇듯 깨달음과 똑같이 응모했지만 나만 당첨이 되었고 우편함에서 가져올 때부터 뽀루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자신에겐 이런 행운들이 전혀 없다는 걸 받아들이면서도 왠지 게임에서나한테 진 것같고, 역시 자긴 운이 없는 사람임을 재확인 받는 것 같아 기분이 다운된단다. [ 깨달음, 이거 당신이 먹어, 나보다 더 세사민이 필요할 것 같으니까 ][ 아니야, 난 그런 서프리멘트 안 먹어도 건강해]여러말 하지 않고 포장을 뜯어 깨달음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슬쩍 한번 쳐다보고는 자긴 이 세사민이탐나는 게 아닌 내가 가지고 있는 행운들이부럽다며 다시 내게 돌려주고는 복용해보고 .. 2020. 8. 20.
이젠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한국 영사관앞은 언제나처럼 경찰들이 지키고 있었다. 혐한이 시작되면서부터 일본경찰들은 의무적?으로이렇게 한국의 대사관과 영사관 앞에서 행여나 일어날지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근무중이다.그래도 버스가 한 대인 걸 보니 최근엔 우익들도코로나로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모양이였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7월에 한국에 들어가야했는데 가지 못해서 내가 해야할 일을 지금 언니가 대신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그래서 인감증명을 한국에서 발급받을 수 있게위임장을 받아야해서 영사관에 온 것이다.내 일을 대신 부탁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싫고언니를 귀찮게 해야하는 내 입장이 싫고,여러모로 내 일로 인해 주변사람에손을 빌리는 게 너무너무 싫은데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한국행 비자를 받기 위해 서류를 제출하는 일본인 여대생들.. 2020. 8. 7.
시부모님에게 우리가 해드릴 수 있는 것,, 깨달음은 아침일찍 혼자서 출장을 떠났다.이곳은 오늘이 춘분의 날로 공휴일이다.애초의 계획대로라면 나도 함께 깨달음과동행해서 시부모님이 계시는 요양원에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도 요양원측에서면회사절을 원했고 그래서 나는 가지 않고깨달음만 나고야 현장에 검열이 있어 가야한다고 했다. 코로나가 발생하면서부터 우린 시부모님을뵙지 못했다. 많이 기다리실 아버님을 생각해 면회가 되지 않는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기 위해 전화를 드렸다. [ 아버님,어떡해요,이번에도 면회가 안된다네요 ][ 그래...어쩔 수 없지..][ 답답하시죠?,, ][ 아니,,우린 그냥 이 안에만 있으니까답답한지도 모르고 있단다 ]아버님은 뉴스를 통해서 봤다며 여기저기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젊은 사람들이안 됐다고 나보고 한국에도 못 가지 않냐고 물.. 2020. 3. 21.
시부모님, 그리고 난 역시 며느리 나고야에 도착한 우린 바로 헤어졌다.깨달음은 현장에 가야했고 난 그 미팅이 끝날 때까지 시부모님께 드릴선물을 사야한다. 깨달음은 연말을 앞 두고, 미리 점검해야할 현장이 많아져이동, 출장이 잦아졌다.대략 몇시에 끝날지 예상은 하고 있지만상황의 변화에 따라 우리는 서로 따로따로움직이자고 미리 말을 해둔 터였다.나고야역에 있는 다카시마야 백화점에는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쌓인 사람들로북적거렸고 나도 그들처럼 연말 기분을 사진 속에 담았다. 지하매장에 들러 좋아하시는 간식거리를 몇 가지 사고 소고기 덮밥도 사고,,깨달음에게 연락이 없어 혼자서 점심을 먹었다.정작 본인은 혼밥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데가끔 지나는 사람들이 날 힐끔 거렸다.쇼핑과 식사를 끝내고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사고커피숍에 앉아 따끈한 코코아를 마시며.. 2019. 11. 18.
일본인들도 많이 우울하다 긴쟈에서 깨달음이 기다리겠다고 했다.언제나처럼 밝은 목소리였는데 밖에서 보자는 이유가 짐작가지 않는다.카운터석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깨달음이입구쪽에 날 보고 가볍게 손을 든다.무슨 일이냐고 물으려는데 메뉴를 내밀며먹고 싶은 거 시키라며 자기는 술 잔을 들었다.적당히 주문을 하고 건배를 하는데깨달음은 계속해서 침묵을 지킨다.나도 그냥 음식평을 하다가 변해버린 긴쟈거리, 예전에 우리가 즐겨 다녔던 야키도리(닭꼬치)집의 근황을 나누다 물었다. [ 오늘 여기서 미팅 있었어?][ 응 ][ 근데,,,왜 술 마시고 싶은 거야? ] [ 그냥,,,,,,]깨달음 회사에 옛직원인 니시무라 상이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시도를 했단다. 내가 석사과정일 때 디자인 의례를 받고 깨달음 회사를 처음 찾아갔던 날, 내게 녹차를준비해.. 2019. 10. 3.
노후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들 주말을 이용해 잠시 오사카에 다녀왔다.깨달음이 꼭 보고 싶다는 현장이 있었다지난 입찰에서 자신의 회사를 이긴 곳인데 그 현장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했다.장소는 바로 도톤보리에 있었고 현장에 도착해서는 잠깐 둘러보고 금방 돌아왔다.[ 왜 금방 끝났네..나는 좀 걸릴 줄 알았는데 ][ 응,,이미 떠난 물건 봐 봐야 속만 상하고,,이곳에 멋지게 호텔을 지을 생각이였는데..]약간은 아쉬운 듯, 약간은 시원섭섭한 듯한애매한 표정을 하고는 다시 현장을 뒤돌아보았다. 좀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엔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한국사람이 진짜 별로 없네, 예전에 비하면]깨달음이 두리번 거리며 한국말이 들릴 때마다나한테 저기있다고 알려주었다. [ 굳이 나한테 알려주지 마 ].. 2019. 8. 27.
해외에서 갱년기를 이겨낸 나만의 방법 종합병원은 종합병원만의 분위기가 있다.특히, 50년이상 된 병원이나 리폼을 여러번 해 온 듯한 병원은 먼저 냄새가 다르다.새 것 같지만 감출수 없는 옛 향취같은게곳곳에 배어 있다. 곱게 덧칠한 페인트가 바탕색과 어우러져 미묘한 색을 만들어 가는데는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인생의 3분의 1을 이곳에 살다보니 나만의 색을 띠지 않고 이곳의 색에 맞춰서 애매한 칼라로 비춰지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난 대기번호판을 뒤집었다가 바로 세우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반복행동을거듭하며 내 순서를 기다렸다. 이 검사가 끝나면 정밀검사를 위해 다른 병원으로옮겨가야 하는데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모든 일은 받아들이기 나름이라고,나쁜 것도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 2019. 2. 8.
시부모님, 그리고 남편의 모습 신칸센 창가에 후지산이 보인다며깨달음이 나보고 사진을 찍으란다.별로 그럴 기분이 아니라고 했더니새해 처음보는 후지산은 행운을 불러주니까사진을 찍는 게 좋을거라고 했다.[ 깨달음,당신이 찍어..난 별로 관심없어 ][ 새해에는 뭐든지 처음 먹고, 처음 보고처음 가는 곳, 1월 1일날 꾼 새해 첫 꿈도그래서 중요한거야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었지만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나고야에 도착, 시댁행 버스에 탔는데운전수 아저씨가 설연휴여서 예정시간보다더 걸릴 거라며 양해를 바랬다. 깨달음이 서방님과 명 번의 통화를 하고어머님이 입원하신 병원에 도착했을 때병원에는 간호사 몇 명밖에 없었다. [ 엄마, 나 왔어 ]깨달음이 옆으로 누워계시는 어머니를 불렀다.[ 음,,깨달음 왔구나,,미안하구나,, ]나를 쳐다보시고는 차.. 2019.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