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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68

시부모님 1주기, 모든 걸 덮었으면 좋겠다 늘 그렇듯 우린 아침 일찍 신칸센을 탔다. 전날 잠을 설친 탓인지 아침부터 더운 탓인지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서방님에게서 시부모님 1주기를 한다며 날짜를 알려온 온 것은 2주 전이었다. 우리 스케줄도 묻지 않고 통보만 해 오는 서방님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냥 그러러니하자 했다. 시부모님도 두 분 모두 돌아가시고 서방님을 볼 날이 앞으로 얼마나 있겠냐 싶은 것도 있고 언제가 될지 모를 마지막까지 가족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나만의 인간관계 마무리를 유지하고 싶었다. 나고야에 도착해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뛰는데 등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깨달음도 땀 범벅이 된 채로 버스에 올라타 바로 쓰러지듯 잠을 청했다. 배가 고파왔지만 점심을 먹을 시간이 없었고 버스안에서 뭘 먹는.. 2023. 7. 10.
시부모님의 유산과 시동생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우편함에 들어있는 소포상자를 꺼내 깨달음 방에 두었다. 서방님에게서 온 것이었는데 묵직한 게 두꺼운 책이 들어있는 느낌이였다. 그렇지 않아도 서방님이 지난주 깨달음에게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들어놓았던 보험 증서를 회사로 보내왔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회사가 아닌 집으로 뭘 보낸 건지 약간 궁금하기도 했지만 시댁일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던 터라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퇴근하고 돌아온 깨달음에게 저녁을 차려주고 난 할 일이 있어 내 방에서 파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일을 그만두어도 직책만 없어질 뿐 보란티어로 앞으로도 얼굴은 계속 보고 지내야 하기 때문에 마무리도 깔끔하게 뒷정리를 해야 했다. 내가 원하고 노력해서 쓰게 되는 감투는 감사하지만 어쩌다 보니 얻게 된 감투는 늘 내 .. 2023. 3. 23.
부모는 늘 자식을 후회하게 만든다 신주쿠에 볼 일이 있어 나갔는데 깨달음이 자기도 오겠다고 해서 기다렸다가 이세탄 백화점 지하로 내려갔다. 마른 생선을 좀 살 요량이었는데 입구에서부터 웬 사람들이 가득하던지 뭔 일인가 했는데 화이트데이였다. 10대부터 70대까지 남자분들이 초콜릿을 사기 위해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매장에 다들 줄을 서고 있었다. 두리번거리던 깨달음도 화이트데이인걸 이제야 알았다며 기웃거리더니 내가 좋아하는 화이트초코가 있는지 찾아보란다. [ 깨달음, 나 괜찮아, 우리 원래 잘 안 챙겼잖아] [ 그래도 왔으니까 하나 골라 ] 맛있게 생긴 걸로 하나 사자는 말에 뭐가 있는지 보려는데 사람들이 유리 진열장에 줄을 서서 기다리느라 뭘 파는지 제대로 보기도 힘들어 그냥 괜찮다고 생선코너 쪽으로 이동했다. 원래부터 발렌타인이나 화이트.. 2023. 3. 15.
일본의 신정 연휴는 대략 이렇다 2022년 마지막날, 우리 대청소를 마치고 찜질방을 다녀와 소바집에서 한 해를 마감하는 소바를 먹었다. 오미소카(大晦日 그 해 마지막날)에 이처럼 소바를 먹는 풍습은 애도시대 때부터였다. 한 해 동안 있었던 나빴던 기운들을 다 끊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뜻으로 먹는다. 소바자체가 다른 면에 비해 끈기가 없이 잘 끊어지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우동으로 대신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다. 소바집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 얼른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세치( お節신정에 먹는 음식)를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래도 구색을 맞춰야 될 거 같다며 깨달음이 자기가 먹을 1인용 세트를 사서 찬합에 썰어서 넣었다. 나는 그동안 나물과 전을 지지고 야채조림, 해물찜을 만들어 구절판에 담았다. 1월 1일, 아침, 갈비와 잡채를 만.. 2023. 1. 2.
시아버지를 떠올리던 날 세탁기를 돌려놓고 난 냉장고를 정리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를 김치냉장고에 나눠 넣어두려고 소분을 하는 중이었다. 초인종 소리와 함께 배달원이 내게 건넨 흰 상자엔 깨달음 이름이 적혀있었고 그 바로 위에는 우체국 주소가 적혀있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마지막 날을 아쉬워하며 보내던 날, 같은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매일 2번씩 왔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전화를 걸었더니 우체국 직원이었다. 시부모님이 요양원에 들어가셨을 때, 우린 두 분이 제철 먹거리를 드실 수 있도록 후루사토카이(ふるさと会)에 신청을 했었다. 지역 특산물인 과일이나 생선, 도시락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아 두 분이 매달 받아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번 달, 아버님 요양원에서 배달을 갔다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돼서 어떻게 하면 좋.. 2022. 10. 22.
한국의 가족과 3년만에 만난 남편 김포공항에 도착해 택시를 타려는데 깨달음이 지하철을 타고 싶다고 했다. 3년의 공백이 있었으니 지하철을 타고 사람들도 구경? 하고 오랜만에 한국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30분이 넘도록 5호선을 타고 오는 길에 오고 내리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던 깨달음이 한국사람들도 일본처럼 좌석 가장자리를 앉으려고 한다고 자리가 비면 다들 거기로 옮겨간다며 예전에는 못 봤던 풍경이란다. [ 아니야, 10년 전에도 그랬어 ] [ 그래? 난 왜 못 느꼈지...]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깨달음은 바로 리모컨을 들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프로를 찾았다. 가족들과의 약속시간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갈 수 있다고 했더니 된장찌개 먹으러 가자고 했다.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그 집 된장찌개를 먹.. 2022. 10. 13.
시어머니와의 마지막,,, 49재 우리도 20분이나 빨리 도착했는데 서방님 가족들은 미리 와 있었다. 요양원에서 아버님을 모시고 오신 서방님이 법당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업겠다고 하자 아버님이 기어서라도 당신이 가겠다고 하셨다. 어머님 49재를 위해 직계가족들만 다시 모였고 장례식 때는 화장터까지만 함께 하셨던 아버님이 이번에는 이승과의 마지막이니 잘 가라는 말을 하고 싶다며 참석을 원했다. 법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휠체어를 태운 채로 모두가 힘을 모아 들어 올리자고 스님이 제안 하셨지만 아버님이 당신이 그냥 올라가 보겠다고 하신다. 정각 1시, 스님이 징을 치며 법문이 울려 퍼지자 3살짜리 증손녀는 엄마 손을 꼭 잡고 불안한지 얼굴을 찡그렸다. 엄마가 얼른 가방에서 장난감을 꺼내 손에 쥐어줘도 처음 듣는 소리여서인지 끝내 울음을 터트렸.. 2022. 5. 31.
시어머니가 위독하시다 금요일, 7시 50분 신칸센을 타고 시댁으로 향한 깨달음에게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내가 일 때문에 도저히 함께 갈 수 없으니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자주 알려달라고 했었는데 오후 1시가 넘어서 코로나 항원검사기와 함께 요양원에 도착했음을 알려왔다. 어머님이 위독하다는 요양원 측의 연락을 받고 서방님은 목요일부터 밤샘을 하셨고 깨달음은 이 날에서야 출발을 했다. 들릴 듯 말 듯 여린 숨소리를 내쉬며 몸을 비틀고 계신다는 어머님.. 서방님이 아버님을 모시러 간 동안 깨달음과 잠깐 통화를 했다. [ 의사 말이 오늘이 고비라네..] [ 그럼,, 나도 일 끝내고 바로 갈게 ] [ 아니...돌아가시면 그때 와도 괜찮아..] [ 뭔 소리야, 바로 가야지 ] [ 아니야,,, 내가 연락할게..] 생각보다 많이 .. 2022. 4. 11.
시부모님..그리고 난 며느리 우체국 아저씨가 오전에 가져다 주신 과일박스를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깨달음에게 과일이 택배로 왔다는 말만 전했고 깨달음의 부탁은 들었지만 내 손이, 내 마음이 미동치 않아 그냥 무시하고 내 일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왜 기분이 밝지 않은지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짜증이 난 건 분명했다. 깨달음을 생각하면 짜증을 내선 안 되고 짜증을 낸다는 자체가 실례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내 머릿속은 불편한 생각들이 가득 차고 있었다. 깨달음 부탁은 이거였다. 과일과 함께 내게 우메보시( 梅干し매실절임)를 아버님께 보내달라는 거였다. 월요일에 깨달음이 보낸 우메보시의 염분이 10%여서 좀 짰다며 8%를 드시고 싶다고 하셨단다. 오늘은 시간이 안 되니 내일 보내드리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기다리실 테니 오늘 보내드렸으.. 2022. 1. 20.
자식들도 실은 조금 힘들다 새벽 4시 반부터 깨달음 방에서 소리가 났다. 불이 켜진 방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출장을 가기위해 가방을 미리 싸 둬야 했는데 피곤해서 그냥 자버린 바람에 아침에 짐을 챙기는 중이라고 했다. [ 아침은 어떻게 할 거야? ] [ 역 앞에서 먹을 생각이야 ] 속옷과 양말을 넣고 있는 깨달음 얼굴이 살짝 부어있었다. 현관을 나서는 깨달음에게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하자 [알았어요]라고 한국말로 대답했다. 히로시마에서 (広島) 오픈을 앞둔 빌딩의 최종 검사가 있는 날이었다. 검사를 마시면 바로 시골( 이가-伊賀)로 내려갈 예정이라 했다. 시댁 집이 팔린 이후,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서방님과 메일을 주고받았는데 뭐가 시원치 않은지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고 싶어 했다. 오전이면 검사가 끝날 거라 했는데 오후가.. 2021. 12. 6.
마지막 나눔이 될 것 같아요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아마존에서 맥주가 배달되었다. 발송인이 적혀있지 않아 도대체 누구인지 내 지인과 깨달음 지인들을 찾다가 못 찾고 송장번호로 아마존 홈피를 검색하는데 깨달음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것 같더니 알아냈다며 나카무라 (中村)라고 했다. 지난달 내가 김치를 담아 친구들과 지인에게 나눔을 하고 난 뒤, 뒤늦게 깨달음이 혼자인 친구에게도 보내고 싶다고 하길래 월요일날 한국 김과 함께 챙겨 보냈던 분인 나카무라 상이었다. 가족들은 모두 오사카(大阪)에 살고 있고 홀로 도쿄에서 지내는 기러기 아빠인데 깨달음보다 5살이나 어리지만 혼자 산지 20년이 넘어서인지 정말 늙어 보인다며 만날 때마다 짠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 당신에게 너무 고맙다면서 해외여행 못 가니까 각국의 맥주를 보낸 거래 ] .. 2021. 11. 11.
2년만에 시부모님을 뵙던 날-2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린 다시 시댁으로 이동했다. 전날 아버님이 부탁했던 것들을 좀 더 찾고 그것들을 아버님이 계시는 요양원으로 보내드리기 위해서였다. 아버님이 마지막까지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하셨던 것은 두 자식들의 성장이 담긴 앨범이였다. 당신 죽기 전까지 실컷 보고 싶다면서 깨달음에게 부탁을 했었고 그 외에 물건들은 모두 필요 없다 하셨다. 취미로 즐기셨던 사진 찍기를 위해 애지중지 하셨던 고가의 카메라도 다 버리라 하셨다. 꼭 남기고 싶은 게 그거뿐이냐고 두 번이나 깨달음이 물었지만 단호하셨다. 그래서 앨범을 찾기 위해 이층에서 아버님 책상 서랍을 꼼꼼히 살펴 사진들을 모았었다. 깨달음이 사진첩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어머님 옷장 서랍에 것들을 모두 꺼내 처리하기 편하게 봉투에 넣었다. 내가 결혼을 .. 2021. 10. 14.
2년만에 시부모님을 뵙던 날. 4년전, 부동산에 내놓았던 시댁 집에서 연락을 받았다. 시부모님이 요양원으로 들어가신 후, 매입자를 찾기 힘들었는데 이번에 팔리게 되었다. 다음 주에 매매계약을 하고 10월 30일엔 집을 철거 할 거라 했다. 서방님에게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우린 집이 철거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가볼 생각으로 스케줄을 조절 중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긴급사태도 해제되고 했으니 시부모님과의 면허가 허락될 거라 믿고 미리 전화를 드렸던 어제, 어머님이 계시는 요양원 측에서 어머님 상태가 썩 좋지 않으니 되도록이면 빠른 시일 내에 오셔서 얼굴을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신칸센은 빈좌석이 없을 정도로 승객이 가득했다. [ 깨달음,, 지난번 집 때문에 서방님이랑 통화할 때 어머님 얘기했었어? ] [ 아니.. .. 2021. 10. 12.
아내로서 책임과 의무 골절되었던 뼈가 완전히 붙었다는 기쁜 소식은 들었지만 걸을 때마다 통증이 가시질 않았다. 골절 부분이 아닌 발바닥, 발등, 그리고 쪼그려 앉지를 못할 정도로 발목이 뻣뻣해져 있어 집 근처 병원을 찾았는데 인대손상인 발목 염좌라고 했다. 그날,,, 발목이 꺾이면서 뼈도 부러지고 발목 관절을 지지하고 있던 인대와 근육이 늘어나고 일부 찢어지며 변형이 생긴 것이였다. [ 그래서 이렇게 딱딱해진 건가요? ] [ 네,, 굳어져서 그걸 풀어야 되니까 재활치료하셔야 합니다 ] [ 얼마나 해야 정상으로 돌아올까요? ] [ 음, 부분 파열이니까 3개월 이상은 하셔야 될 것 같은데 꾸준히 안 하시면 6개월이 넘어갈 수도 있어요 ] 늘어난 채로 방치해두면 습관적인 염좌, 나아가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발목 보강 운동을.. 2021. 9. 14.
시아버님이 전화를 하셨다. 퇴근하고 온 깨달음이 오전에 아버님과 통화를 했는데 내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하셨단다. [ 무슨 일 있어? ] [ 아니, 별 건 아니고 당신이 보낸 소포가 잘 도착했다는 거였어 ] 일주일에 3번씩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과자나 과일을 챙겨 보내드린지 꽤 오래됐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니 그거라도 해야지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해오고 있다. 요양원 저녁식사가 끝날 무렵에 맞춰 전화를 드릴 요량으로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깨달음 전화벨이 울렸다. 아버님이셨다. 날씨 얘기를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었는데 내게 깨달음이 전화기를 건넸다. [ 케이 짱, 고맙다. 늘 챙겨줘서..] [ 아니에요. 아버님, 별 일 없으시죠? ] [ 응, 나야 너네들 덕분에 잘 있단다 ] [ 아버님,,외롭지는 않으세요? ] [ 응,,나는.. 2021.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