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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우리 부부가 함께 하는 취미생활

by 일본의 케이 2018.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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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애기..안뇽,,,]

한마리씩 뜰 때마다 깨달음은 작별인사를 했다.

5년이상 키우고 관리해 왔던 열대어 쿠피와 

미키마우스플래티, 네온테트라 를 

정리하기로 했다.

애완견을 사기 위해 매주 돌아다니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그러다 마침내 결정을 했다.

애완견은 주택을 하나 마련하고 기르기로하고

그 대신 열대어가 아닌 해수어를 키우자고

합의를 하고 수조에 있는 열대어들을 모두

아쿠아센터에 가져다 주기 위한 작업을 

아침부터 하게 되었다.


[ 지난주에 태어난 완전 애기도 줘버릴거야?

당신이 이 치어 받느라 고생했잖아.. ]

[ 괜찮아, 한마리도 빠짐없이 다 갖다 줄거야 ]

[ 역시 피도 눈물도 없어...]

들릴듯 말듯 깨달음은 내게 한소리 했지만

내 결심을 변함 없었다.

그동안 한여름엔 더울까봐 전용 선풍기도 달아주고

치어를 편하게 낳으라고 인큐베이터도 사이즈별로

 걸어주고, 먹이도 최상급으로 주문해서 먹이고 

해외여행 갈 때마다 예쁜 산호들을 사서 넣어 줬고

긴 여행을 떠날 때면 일주일 분량의 여행용 먹이를

주며 귀엽게 귀하게 참 많이 노력하고 

예뻐하며 키웠던 열대어를 정리하고 있다.

5년동안 키우면서 사 모았던 장비와 장치들을 

 어찌해야할지 몰라 만지작 거리자

 깨달음이 버리지 말라며 못을 박는다. 


환경이 좋았는지 우리집에 오는 열대어들은

매달 새끼를 낳았고, 새우들도 번식을 

왕성하게 했었다.

그런 애들과 오늘로 모두 작별을 한다.

아쿠아센터에 갔더니 점장이 보고 금방 알아차린다.

[ 또 이렇게 많이 낳았어요?,,...]

[ 네...]

옆에서 깨달음이 우리는 암수를 격리시켜도 

새끼를 낳는다며 자랑하듯 얘길 했다.

[ 이제 해수어를 키워 보려고요,,,]

[ 그러세요? 해수어는 좀 까다롭긴 하지만

두 분은 잘 키우실 거라 믿습니다.

그럼 먼저 해수를 준비하셔야해요 ]

점장이 이끄는대로 필요한 물건, 장치 들의

설명을 듣고 그것들을 구입했다.


집에 돌아온 깨달음은 수조를 씻고 

난 해수를 만들었다.

실은 햄스터를 키우겠다는 걸 깨달음이 

강력하게 반대를 했고 타협을 거듭한 결과

 해수어를 키우기로 결정한 것이다.

욕실에서 수조를 닦고 있는 깨달음에게 

살며시 다시 말을 꺼냈다.

[ 난,아직도 햄스터 키우고 싶은 마음이 남았어 ]

[ 니모랑 미니복어, 해마 키우기로 했으니까

햄스터 얘긴 그만 해..]

[ 햄스터 진짜 이쁜데..]

[ 왜 끝난 얘길 자꾸 해. 정말 키우고 싶으면

당신 방에서 키워..난 쥐가 싫어..

냄새나고 소리나고 그러잖아,,,]

[ 쥐과인 건 확실한데...그래도 달라..]

[ 시끄럽고 새끼도 많이 낳는다면서,,

그 새끼가 불어나면 어떻게 할꺼야? 

그니까 그냥 단념해...]


[ 햄스터,당신하고 닮아서 귀엽게 생겼는데 ]

[ 내가 쥐새끼 닮았다고? ]

깨달음이 정색을 하며 날 쳐다봤다.

[ 아니..귀엽다는 거지..]

[ 그래도 안 돼. 정말 키우고 싶으면 내 눈에

보이지 않게 당신 방에 가둬놓고 키워..]

[ 애완견 대신 열대어는 날 만족시켜 주지 않는다고,

만지고 싶고 같이 놀아주고 싶은데...]

[ 쥐를 만지고 싶다는 게 이해가 안돼 ]

[ 쥐처럼 안 생긴 얘들도 많아~]

[ 그래도 안돼 ]  

깨달음 머릿속에 쥐로 인식된 햄스터는 그 종류가

어찌되었든 받아들이기 힘든 동물인 것 같았다.

몇년전, 동생네가 햄스터를 키웠을 때 

조카가 깨달음에게 만져보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케이지에 손을 넣고 

아주 징그러워하면서 만졌었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아무리 얘길 해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접고 다시 해수에 염분을 측정했다.

수조를 깨끗이 씻고 나온 깨달음이 말을 건다.

[ 해마도 귀여운 새끼들 많이 낳는다고

하니까 당신이 또 열심히 키우면 재밌을 거야, 

그리고 이번에 한국에 가면 진돗개를 한마리 사서

어머님집에 키우라고 드리는 게 어때? ]

 [ 엄마집 아파트잖아,,]

[ 아,그렇지.그럼 제주도 큰 형님댁에 두면 되겠네.

우리가 한국 갈 때까지 키우게 암수로 사드리면

좋겠다. 형님네가 키우면서 새끼들을 낳고,,그럼

우리가 그 새끼들을 키우면 되지 않을까? ] 

[ 큰 언니네 두번 다시 애완동물 안 키운다고 했어

먼저 보내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할말이 없는지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마지 못해

다시 말을 꺼냈다. 

[ 쥐새끼를 정말 키우고 싶어? ]

[ 쥐새끼라고 하지 마...]

[ 난,솔직히 물을 것 같애..징그럽고,,냄새도 좀

심하고,,,그래서 싫어..]

[ 알았어.. 안 키워...]

[ 햄스터 수명도 짧다며? ]

[ 열대어도 짧아,,1년정도, 아무튼, 당신이

싫어하니까 안 키울래..]

[ 해마는 주문해 두었으니까 해마 데리고 와서

우리 잘 키워보자 ]

[ 알았어..]

(야후에서 퍼 온 사진)


우린 다시 조립을 하고, 조명을 설치하며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고보면 우리 부부는 취미생활이 그래도 

많이 맞는 편이다. 영화감상, 공연감상. 

여행다니기, 맛집 찾아다니기 등,,

아이가 없어서 둘만의 시간이 많고

서로가 하고싶은 게 꽤 닮아 있다. 

스포츠면에서 보면 둘다 골프에 재미를 못 느껴 

그만 두고, 수영은 한참 즐겼는데 내 귀가 민감해서

중이염을 자주 일으키는 바람에 그만뒀다.

 볼링은 가끔 내기 경기를 하기도 하고

빠칭코나 게임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주말이면 함께 운동을 하고 영화도 보고 

저녁엔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와인잔을 기울린다.

한달에 한번쯤은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갤러리나 미술관 방문도 자주한다.

이렇게 나열해보니 우린 함께 하는 게 참 많다.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취미가 많다는 건

대화할 시간도 많고,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왜 우리 부부는

 자주 싸우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취미생활을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가 봤을 때

 깨달음은 햄스터를 무서워하는 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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