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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이 일본인이여서 못 고치는 습관

by 일본의 케이 2018.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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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이 늦였던 우린 택배박스에 들어있는

커다란 소포를 둘이서 들고 왔다.

내가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깨달음이 

벌써 박스를 풀고 하나씩 꺼내고 있었다.

 

[ 내가 좋아하는 오미자다~]

콧노래가 계속 되고 자기 것이라 생각 되는 것은

오른쪽 허벅지쪽에 가깝게 놓아 두며

소포 밑에 깔린 보자기를 보고는 씨익 웃는다.

[ 이건 누가 보낸 걸까? 너무 좋아~~ ]

[ 언니랑 동생이 추석선물이라고 보낸 거야 ]

[ 오~~내 건강을 이렇게 챙겨주시는

처형과 처제에게 어떻게 감사를 드리지? 

제주도에서는 천혜향도 보내주셨잖아,

11월에 가면 내가 아주 맛있는 저녁 멋지게

사드린다고 꼭 전해 드려 ]

[ 알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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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한약이지? 홍삼즙이야? ]

[ 응,근데 당신 혼자 다 먹으라는 건 아닐거야,

나랑 같이 나눠 먹으라는 뜻도 있어 ]

[ 아니지,, 이건 나한테 준거지 ]

[ ............................... ]

[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으니까 건강하라고

보내주신 게 분명해.. ]

[ 나 같으면 약한 아내에게 줄 것 같은데

아무튼 당신은 먹는 것에는 양보를 안 하더라 ]

[ 당신은 젊으니까,,,늙은 내가 먹을 게 ]  

[ 아팠던 건 나야,,당신은 건강검진 해도 아주

문제 없다고 했다며...나는 환자였던 사람이야

그러니 내가 먹는 게 맞지 않을까?  ]

[ 아니야, 나는 직원들 때문에 머리가 너무 

아프니까 내가 마셔야 될 것 같애 ]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깨달음 눈빛이 점점 강렬해졌다.

[ 이거 비싼 거 아니야? ]

[ 깨달음,그런 소리는 하는 거 아니야 ]

[ 맛을 봐야겠어 ]

잽싸게 하나 꺼내 말릴 틈도 없이 마시는 깨달음.

[ 힘이 바로 생기는데? 홍삼 액기스가 아주 찐 ]

[ 맛있어? ]

[ 음, 아주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어 ]

깨달음이 한 봉을 맛있게 쭉죽 빨아 먹는 동안

난 할 말을 잃고 그냥 내 방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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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저렇게도 자기 몸만 생각할까..

결혼 초부터 자기 것에 선을 확실히 긋더니 

8년을 같이 살아도 역시 자기 몸만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깨달음이 얄미웠다.

쥐포가 보내져 와도 자기 것, 과자도 자기 것,

박0스도 자기 것, 한국에서 보내져 오는 것은

모두 자기 것으로 착각하고 있고 한번 그렇게

자기 거라 찜해 놓은 것은 내가 손을 대거나

먹으려 하면 꼭 이렇게 말을 했었다.

[ 이거 내 거 아니야? ]라고,,

같이 좀 먹으면 안 되냐라고 쏘아붙히면 

[ 내 건데....]라고 다시 반복했었다.

재일교포 추성훈 씨가 한국에서 유도생활하던 시절

합숙소 냉장고에 넣어둔 자기 우유나 간식을

한국 선수들이 꺼내 먹는 게 너무 싫어서

  이름을 적어두고 그랬다는데 깨달음도 자기 것에

 누군가 손을 댄다거나 그게 아내일지언정 

일단 자기 것으로 인식이 되면 

꼭 확인시키는 버릇이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깨달음 방에 가봤더니

뭔가 정리 중이였다.

 

[ 뭐 해? ]

[ 응, 영수증 처리중이야 ]

[ 직원들 거야? ]

[ 응 ]

잘자라는 말을 하고 돌아서려는데 가방에 넣어져 

있는 한국 과자들, 이것도 자기 거라고 자기 방에

둔 것을 하나씩 회사에 가져가서 먹는 깨달음이다.

[ 직원들도 좀 주면서 먹는 거지? ]내가 물었다.

[ 응, 일단 과자통에 넣어두는데 내가 거의 다 먹어]

[ 같이 나눠 먹어, 혼자 먹지 말고 ]

[ 한국에서 온 귀한 거니까 아껴 먹을 거야 ]

아껴 먹는 다는 말이 내 귀에는 

직원들에게 안 준다는 소리로 들렸다.

나누는 마음이 전혀 없는 게 아닌데

한국식처럼 같이 먹고 나눠 먹는 게 어릴적부터

습관화 되지 않아서인지 거부감이 있는 듯 했다.

집에서 내가 큰접시에 메인요리를 놓아도

 자기 것으로 알고 자기 앞에 두고 

먹는 경향이 있다.

 

 언젠가 친정집에서 식사를 할 때,

구운생선이 사람 숫자대로 나오지 않아서

먹기가 곤란해 했다. 한 사람 앞에 한마리씩 

정해진 양이 없이 그냥 같이 먹는 게

어색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이자카야에 가서

 생선구이 시켜 같이 술안주로 먹는 것은

괜찮은데 식사 때는 자기 반찬, 자기 국,

자기 생선처럼 자신의 몫이 따로 있는 게

 익숙하다고 했다. 

같이 나눠 먹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솔직히 어릴적부터 집에서도 동생과 

늘 똑같이 정해진 양의 간식을 먹었고 

학교(급식)에서도 급우들이 같은 것을 똑같이 

배분해서 먹었기에 하나를 가지고 둘이서 나눠

 먹었던 억이 거의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콩 한쪽도 나눠먹는 다는 속담을

설명했을 때 한국에서는 정으로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같이 먹으려고 반쪽으로 나누지만 

일본에서는 서로 분열, 분쟁을 일으켜서는

 안되기 때문에 

아주 똑같이, 어느 한쪽이 

많거나 적지 않게 나누는 개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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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자기 것에 집착하는 일이 생길 때면

니 것 내 것 없이 나눠주고 퍼주고 그러는 게 아

상황과 상대에 따라 그러지 말아야할 경우가 

있음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주면 알겠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고쳐지지 못하고 있다.

어릴적부터 니 것, 내 것을 철저히 분리 시키고

인식시키는 교육을 받아서인지 좀처럼 바꿔지지 

않는 모습을 볼 때마다 

습관, 문화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먹탐이 많아서라고 단정하기에는

콩한쪽도 나눠 먹고 자라 온 나에게

깨달음이 가지고 있는 습관은 전형적인

일본인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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