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이야기

블로그와 이웃님, 그리고 우리 부부

by 일본의 케이 2018. 5. 8.
728x90
728x170

연휴 마지막 날 우린 교토로 향했다.

신축호텔의 부지확인과 완공을 마친 호텔까지

모두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현장에 도착해 사진을 찍느라 바쁜 깨달음 

표정이 그렇게 밝지 않았다.

신축부지의 맞은편에 벌써 호텔공사가

시작되고 있었고 교토역 근처에서도

10곳이나 새롭게 호텔을 계획중이라는

얘길 택시 운전수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도로를 건너 사진을 찍으러 가려다가 나에게

커피숍에 들어가 있으라며 손짓을 했다.

알겠다고 대답을 하고 난 그 주변을 둘러봤다.

약 20분이 지났을 무렵 깨달음과

택시를 타고 다시 교토역으로 돌아가

 나라행 전철을 탔다.


교토역엔 외국인 관광객들이 내국인보다

더 많았다. 전철에 타자마자 난 눈을 감았다.

전날부터 편도가 부어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지만

깨달음에게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깨달음이 묻는다.

[ 나라를 몇년만에 가는 지 알아? ]

[ 응, 8년만이지..결혼 허락 받으러 

시댁에 갔다가 들렀지

[ 그럼, 당신 사슴공원에서 엉덩이를

 물렸던 기억 나? ]

[ 응 ]

[ 도다이지(동대사-東大寺)에도 갔었지? ]

[ 응 , 당신이 피곤하다고 해서

인력차 탔었잖아, 내가 돈 내고,,]

[ 그런 것도 기억해?..]

[ 응,비쌌거든,,8 천엔(한화 약8만원)이나 

했으니까...]

내가 금액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자

조금 당황한 얼굴로 화제를 바꿨다.

[ 오늘은 그 때 즐거웠던 기억들을 다시 

상기시키기 위한 추억여행이야...  ] 

나라에 도착하는 1시간동안 우린 8년전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며 대화를 나눴다.



사슴공원에는 사슴들이 무리를 지어 누워있었고.

사슴용 센베를 사서 건넸지만 전혀 먹으려 

하지 않았고 더 달라고 사람들을 물거나 

귀찮게 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깨달음이 한국말로 [ 먹어, 먹어]라며 입에 

갖다 댔지만 고개를 휙하고 돌려버리기 일수였다.

 열심히 먹이려는 깨달음이 안스러울 정도로

사슴들에 태도는 아주 완고하고 

단호하기까지 했다. 이젠 질렸다는 듯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거부를 하고

쳐다도 보지 않는 사슴들이 낯설어 보였다.

[ 그동안 얘들이 너무 많이 먹었나 봐,

관광객들이 날마다 주니까 아주 건방져졌어 ]

[ 이렇게까지 거부할지 몰랐네....]

[ 우리가 안 온 8년동안 얘네들이 완전 변했네 ]

센베를 가방에 넣으며 사슴을 째려보는 

깨달음이 귀여웠다.



동대사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와카쿠사산쪽으로 걸어가자 그쪽에 있는

사슴들은 다행히 깨달음이 주는 센베를

잘 받아 먹었다. 

  [ 먹어요, 먹어요]하면서 센베를 주는

 깨달음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 여기에 있는 얘들은 아직 순진한 것 같애,

밑에 있던 얘들이랑 완전히 달라,,

당신도 좀 줘 볼꺼야? ]

[ 아니...] 


산비탈을 내려오며 깨달음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 8년전에는 모든 게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은 별 느낌이 없네.. ]

[ 그니까,,사슴도 변하고 우리도 변했나 봐...]

[ 다음은 어디갈까? ]

[ 특별히 가고 싶은데가 없어..]

괜시리 허탈한 마음을 안고 우린 말없이

 터덜터덜 산을 내려와 다시 도쿄행

 신칸센에 몸을 실었다.

실은 교토에서 하룻밤 묵을 계획이였는데

내가 돌아가자고 했다.


신칸센 안에서 깨달음은 도면 체크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가도 내게 열이 나는지, 

속은 괜찮은지 자꾸 물었다. 

[ 응,괜찮아,,,]

[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 연휴기간이여도

 긴급센터에 가면 의사가 있으니까... ]

[ 알았어, 아직까진 견딜만 해..]

아픈걸 표내지 않고 잘 해오다 교토역에서 

구토를 참을 수 없어 깨달음이 알아버렸다.

 도쿄에 도착해 우린 바로 택시를 타고

임시진료소에서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 바이러스 감염이네요..]

[ 감기가 아닌가요? ]

[ 네,올초에 유행했던 바이러스입니다,

일단 약을 처방할테니 연휴 끝나면 바로 

큰 병원에 가세요, 낫는데 시간이 좀 걸릴겁니다.

 잘 드시고 푹 쉬셔야 합니다 ]

[ 네..]

편도가 심하게 부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침을 삼킬 수도 없었다. 헛구역이 나며 

근육이 아파 걷기가 힘들었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는데 자꾸만 몸이

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 약 먹고 쉬어...]

[ 응,,미안해..깨달음..]

[ 아니야,,괜히 사슴 보러 가자고 해서

당신이 더 아픈 것 같애..]

[ 아니야,,,]

[ 물 가져올게 약 먹고 한숨 자,,]

[ 응... ]

[ 그리고 당신,울지 마,울면 모든 기운이 빠져,

알았지? 이번에 나으면 정말 휴양할 곳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애, 건강을 되찾으려면..

모든 일 다 접고 당신 휴양할 곳을 찾자,, ]

[ 알았어..]



물을 가져다 놓고 깨달음이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힘과 동시에 울컥 눈물이 쏟아졌지만

꾹 참았다. 울 때마다 내 자신이 자꾸만

무녀져가는 걸 느꼈기 때문에...

지금 내게 발생한 모든 일들을 받아들이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무엇보다

옆에 깨달음이 있음에 감사하자고 염불처럼

한참을 중얼거리다 잠이 들었다.


-----------------------

되도록이면 아픈 얘기는 쓰지 않으려고 하는

꼭 이렇게 일이 생겨 여러분들에게

알리게 됨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읽으면 힘이 나는 글, 

읽고 나면 기분 좋아지는 글을

 올리고 싶은데 요즘엔 전반적으로

 어두운 얘기가 많아졌네요..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약해져서는 

안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 있습니다.

 저와 깨달음은 항상 격려하고 위로해주시는

여러분들께 앞으로도 즐거운 모습,

 밝은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금방 나아 올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