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주전, 후배가 가져다 준 DVD를 요즘 난
시간이 날 때마다 틀어 놓고 보고 또 보고 있다.
바로 [응답하라 1994]이다.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손호준]이 TV에 나오는 걸 보고
참 잘 생겼다는 말을 시작으로 1994 얘기가 나왔고
내가 못 봤다고 하니까 여동생이 1편만이라도
봐 보라고 보여줬었다.
상당히 충격적이였다.
대사들도 그렇고 너무 리얼한 삶과 청춘의 냄새가 나서,,,
내 20대 초반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듯한
명장면들이 너무도 많았다.
주인공들의 대화, 고민, 아픔, 그리고 첫사랑,,,,,
너무 재밌는 것 같아서 후배에게 부탁을 했더니
최상 화질로 구워다 주었고 그래서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틀어 놓고 있다.
대사를 다 외울 정도로,,,
특히 아빠역의 성동일의 대사는
내 어릴적, 우리 동네에 살았던 옆 집 아저씨의
거친 전라도 말을 그대로 베껴놓은 것같아
더더욱 정감이 갔다.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주옥같은 노래들도
그 당시의 기분으로 되돌아가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너에게 원한 건, 너에게, 너를 향한 마음,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아마도 그건, 사랑할수록,
이밤의 끝을 잡고, 내 눈물 모아, 그대 눈물까지도,,,,,
이 노래들을 들으며 잠이 들었고,,,
이 노래들로 첫사랑의 상처를 달랬고,,,
솔직히, 난 드라마에 나오는 나정역의 고아라를 빼고
다른 배우들은 거의 알 수가 없었다.
서태지를 좋아하는 도희, 삼천포, 쓰레기, 빙그레도 몰랐지만
각 캐릭터에 딱 들어맞는 연기력,
거침없는 욕설, 그것도 억센 전라도 사투리가
날 사로잡았고, 그 시절 소품들, 복장,,,
특히, 해태역을 맡은 [손호준]은
지금 내가 [조인성]다음으로 좋아하게 된 배우가 되었다.
나역시 같은 전라도(광주)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룸메이트 삼천포와 어쩌면 궁짝이 그리도 잘 맞는지
보면 볼수록 둘 다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 같다.
부산,,마산,,,나에게도 추억이 많은 곳이다.
1994년 그 시절, 내 남자친구가 부산 출신이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직장인이 될 때까지
부산, 광주를 오가며 7년간의 연애를 했었기에
부산과 마산, 경상도 사투리까지 나에게 있어
참 뜻깊고 정이 많이 가는 곳이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내게 청혼을 해 온 그에게 난 결혼이 아닌 공부를 선택하겠다고 하고,,
그렇게 나와 헤어진 다음해, 선을 보고 결혼을 하고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고 했다.
그의 친구들을 통해 들었던 말로는 나를 만났던
10년전 이후로는 거의 한국에 나오질 않는다고 했다.
10년전,,,부산에서 학회 세미나가 있었다.
그래서 겸사겸사 다시 찾아갔던 부산,,,,
그의 친구들과도 우정이 깊었던 터라
오랜만에 온 날 위해 예전처럼 다 함께 모였다.
기혼자가 된 친구들은
와이프와 아이들까지 데려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기적인지, 그 첫사랑도
마침 캐나다에서 부산에 잠시 들어와 있었고,,,
내가 부산에 있다는 걸 자기 친구에게 알려야할지
망설이던 친구들은 나 몰래 전화를 했고
그는 날 보고 위해 늦은 밤길에 달려오고,,,
그래서 우린 잠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칠봉이처럼 여전히 그는 키가 컸었다...
달고 쌉쌀했던 그 첫사랑을 마지막으로 보았던 밤이였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깨달음도 내가 집에 있을 때면 늘 틀어 놓은 탓에
일어 자막없는대로 대충 내가 설명해 준 스토리와
주인공들 캐릭터, 애정관계를 이해하고
대사는 못 알아 들어도 화면을 즐겨보며
대충 혼자서 알아듣고 맘대로 스토리도 만들어가면서 본다.
오늘 아침엔 늦잠이 자고 싶어
내 방 침대위에서 뒤척뒤척 빈둥빈둥 하고 있었더니
빼꼼하게 열린 문틈에 대고
[ 음메~~~음메~~]하고 소리를 내면서 서있었다.
[ ..................... ]
지난 주 라면집에서는 라면 국물맛을 한 번 떠 먹어 보더니
맛이 없었는지 라면에 대고 [ 음메~~~]라면서
내 얼굴을 보며 동의를 구했다.
그 외에도 황당한 일이나 어이없는 일이 있으면
[ 음메~~~]하고 응답하라에서 나오는 상황처럼
염소소리를 낸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어제는 18화를 보면서 운전면허 따기 위해
칠봉과 나정이가 몇 번이나 시험 치리른 걸 보고
내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또 떨어진 거 맞냐고 물으면서
재밌게 보면서 자기 생각에는 남편이 칠봉일 거라고
볼 때마다 같은 소릴 했었다.
일어 번역판이 나오면 빌려 보자고 했더니
만약에 이 드라마가 일어판이 나온다해도
각 지방의 특색적인 사투리에서 담긴
정과 뉘양스가 전달되지 않아서 재미 없을 거라고
그래서 자긴 무슨 말인지 몰라도
이렇게 무번역판이 더 느낌이 온다면서
거리 풍경, 집안 분위기의 옛스러움이 자긴 좋단다.
내가 1994를 계속해서 보는 이유는
아마도 내 청춘의 시간들을 다시 상기시켜 주는 요소들을
듬뿍 담고 있어서일 것이다.
이번주부터 [응답하라 1988]이 시작된다고 하던데
내 풋풋했던 그 시절들을 또 얼마나 많이 재현해 주실까
참 많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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