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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한국에 왜 사과해야하는지 묻는 일본인 친구에게

by 일본의 케이 2018.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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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짱,,오랜만이야~~]

자리에 앉자마자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마호짱은 오늘 꼭 먹으려 벼르고 

있었던 김치찌개와 치킨을 주문했다.

[ 전철 안에서 꼬르륵 소리가 계속 나는 거야,,

치킨 먹을 생각에..근데, 케이짱 살 빠졌네..]

[ 응,,]

아직 미혼이고 마흔을 코앞에 둔 마호짱은 내게 

한국어를 배울 정도로 한국문화, 한국음식,

특히 케이팝을 너무 좋아한다.

노래가사를 이해하고 싶어서 배우기 시작한

한국어는 친구들과 한국여행을 

다니는데 마호짱이 적극적으로 가이드를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음식이 나오고 마호짱은 [ 잘 먹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는둥마는둥, 앞접시에 덜어 허겁지겁 

먹다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급하게 한 장 찍고

닭다리를 잡아서는 아주 맛있게 뜯었다.

[ 그렇게 맛있어? ]

[ 응,,지금 한국 안 간지 1년이 지났잖아..

회사가 바빠서..직원이 2명이나 그만 둬서

 휴가를 뺄 수가 있어야지....

이렇게라도 먹으니까 살 것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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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짱 왜 안 먹어? ]

[ 응,,나는 괜찮아,,많이 먹어..]

후라이드치킨을 혼자 거의 다 비운 마호짱은

아주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고

남은 김치찌개를 가져가고 싶다며 스탭에게

용기를 얻어 깨끗이 퍼 담았다.

 집에 가서 우동을 넣어 먹을 생각만 해도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그렇게 배불리 먹고 우린 커피숍에 들어가 몇 가지

 선물들을 건냈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거라며 

마스크 팩, 김부각에 연신 뽀뽀를 했다. 

[ 이거 평창올림픽 마스코스잖아~~

케이짱 고마워~~~진짜~~

역시, 케이짱 뿐이야~~]

그렇게 자연스럽게 평창올림픽에 얘기를 했고, 

이상화선수와 일본선수의 우정,,

컬링선수들의 유행어, 선수촌 음식,,

북한 응원단들의 미모,그런 대화들이 오가다 

남북대화, 통일, 아베총리, 데모, 촛불집회,,

얘기들을 하며 차를 마셨다.

그리고 한국에 가고 싶다는 얘기를 하다가

어느 기사에서 봤다며 한국 대학생들이

지금도 일본에 사죄를 하라고 한다는 내용을

 읽었는데 마호짱은 솔직히 뭘 어떻게 사과를 

해야하는지 언제까지 사과를 해야 한국사람들의

 화가 풀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서로가 친해졌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아서

 어쩔 땐 복잡한 생각들이 들기도 한단다.

 

[ 케이짱, 나는 그냥 친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

나뿐만 아니라 한국문화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도 진짜 많아,, ]

[ 알아,,근데 미호짱 내가 알기 쉽게 이해시켜줄게,

왜 한국인들이 사과하기를 원하는지..잘 들어 봐,

 잘 살고 있는 한국인 집에 일본인들이

느닷없이들어와서 집안을 장악하고 부모, 친척, 형제들을

 감금시키고 때리고 죽이고 강제 노역을 시켰고, 

이모, 여동생들은 유린하고 강간하고 그랬어.

그것도 36년간, 그걸 잊을 사람들은 없을 거야,

그런데 더 용서할수 없는 건 돈을 조금 주면서

기술도 가르쳐주고 길도 넓어줬으니까 

감사하고 살아라며 자신들은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고 그러잖아,,..마호짱 가족들이

눈앞에서 그렇게 당했다면  용서할 수 있어?

  그리고,옛날엔 진심으로 사과한 총리도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아예 언급조차도 하지 않거나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정을 하고 그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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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표정으로 아무말 없이 커피잔만 만지작 

거리던 마호짱이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 많이 잔인하고 잔혹했네..,.]

[ 맞아,,너무 아팠어..36년이란 세월동안 ]

[ 그래서,,진심어린 사과를 원하는 것이구나,,

 있었던 일들은 모두 인정하는 게 먼저겠네..]

[ 인정하게 되면 어떻게든 사과를 해야되니까

인정하지 않을려고 하는 거겠지....]

[ 거기서부터 잘못 된 거네..]

말을 많이 아끼는 듯 보였다. 

 

7년 가까이 마호짱을 만나오면서 이런 얘길 

나눈 건 오늘이 솔직히 처음이다.

마호짱은 원래 정치, 경제에 관심이 없다고

늘 얘기했었고, 주변에서 한국인을 안 좋게

얘기하면 앞장서서 그렇지 않다고 했는데

솔직히 과거 한일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고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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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자기가 좋아하는 케이팝, 그리고 음식들이

너무 좋았던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을 했는데 인터넷에서 떠도는

한국을 폄하하는 이상한 기사들을 접하게 되면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인지,,

헷갈리기도 했고,그래서 오늘은 큰 마음 먹고 

내게 물어본 거라고 한다.

내가 비유했던 가족들의 고통을 듣고 보니

미운 마음이 쉽게 가시질 않을 것 같다는

생각과 무엇을 사과해야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한다. 그래도 자기처럼

 한국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기억해 주고 다음에 한국에 같이 가게 되면

 서대문 형무소라는 곳을 데리고 가달라고 했다.

풀어야할 숙제가 자꾸만 늘어가는 한일관계이지만

이렇게 조금씩 진실이 무엇인지 아팠던 시간들을

알게 되고, 알려고 하는 사람이 내 주위에 있어서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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