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3월 25일, 서로 퇴근하고 만나 우린
야간 접수가 가능한 신주쿠 구약소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고,
그 시간부터 부부가 되었다.
마흔이 넘도록 공부만 해오다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갈등이 없었다면 거짓이겠지만
이곳 일본에서 자리를 잡고 살 것 같으면
결혼을 하는게 안정적일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혼인신고를 했고, 그 해10월에 결혼식을
올리고,,이렇게 8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신혼초에 자주 갔던 갓포요리집을 오랜만에
( 割烹料理-고급일식 코스요리)찾았다.
음식이 나오기 전, 깨달음이 결혼 기념일을
맞이해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었다고 하트로 대신한다며 까불었다.
[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나태해진 거 아니야? ]
[ 아니야,,,]
[ 바쁜 건 좋은데,,엉렁뚱땅 넘어가려는 건
별로 안 좋은 거야,,,알지? ]
가라앉은 내 목소리를 알아채고는
앞으로는 잘 할테니 잘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정중히 숙였다.
작은 접시에 앙증맞게 담겨져나온 계절채소를
시작으로 전체요리들이 하나씩 나오고,
음식을 설명할때마다 무릎을 꿇고 설명하는
젊은 요리인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 여긴 변한 게 없는 것 같애..]
[ 저 아들이 아마 3대째일거야,,
다른 형제는 00역앞에서도 영업하고 있어..]
[ 맛도 그대로야,,3대가 이어올 때까지
음식맛을 관리하고 전승하는 게 쉽지
않을텐데 참 대단해..]
음식의 맛도 좋았지만 정성이 느껴져서
먹는내내 마음이 아주 편했다.
1시에 시작한 코스 요리가 40분이 지났을 무렵
노릇하게 잘 구워진 도미구이를 가져와서는
결혼기념일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셨다.
이곳 일본은 축하날이면 도미요리를 먹는다.
[ 잘 구워졌어..진짜 맛있다..
근데 우리가 산 지,,벌써, 8년을 맞이하다니
난,,한 20년 산 것 같은데...]
[ 나도 그래 20년 산 것 같애..]
그렇게 말이 끊어지고 다시 음식을 음미했다.
[ 당신은 결혼생활에 있어서 사랑이 먼저라고
생각해 경제력이 먼저라고 생각해?]
[ 왜 그런 걸 물어 봐? ]
[ 요즘 내가 여러명에게 받은 상담이거든,,]
[ 사랑이지,,결혼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건...]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랑을 택했다.
[ 당신은 사랑만 있으면 결혼생활이
원만할 것 같아?
한국에서는 사랑도 돈이 없으면
문틈으로 샌다는 말이 있어..그리고 사랑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말도 한대....]
[ 무슨 뜻인지 아는데 경제력, 돈으로는
사랑을 못 사....,]
[ 왜 못 사?,,얼마든지 사랑도 사지,,]
[ 그건 사랑이 아니야,,,샀다고 생각되지만
그건 진짜 사랑이 아니야,,예를 들어 돈은 열심히
구걸을 하면 누군가가 주기도 하지만
사랑은 아무리 구걸을 해도 줄 수 있는게 아니야,
혹 구걸해서 받는다고해도 그건 사랑이 아니고
동정이지..그래서 원하는 만큰 돈을 지불하고
사랑을 사고 팔고 할 수 없는 거야,,
억만장자라해도 자기가 원하는 사랑을 살 수
있는 게 아니야,,사랑은 마음을 주는 거잖아,,
즉, 마음을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거지...]
[ 환심을 산다는 말이 있잖아..
그건 돈이 있으면 환심을 사기도 하고,,
그게 발전되면 사랑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해 ]
[ 환심은 사도 사랑은 못 사! ]
[ ............................ ]
둘이서 팽팽히 자신의 의견을 나누는 사이
스테이크와 여러 음식들이 계속해서 나왔고
배 불러 못 먹을 것 같은 요리는
전부 포장을 해주셨다.
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 난,,경제력이 최우선이라 말하기 그렇지만
먼저 바탕이 되어야지 사랑이 계속해서
싹을 뜨고 성장하는 거라 생각해..]
이 말에 깨달음이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 그건,,현실적으로 맞는 말이야,,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도 알아,,
그러기 때문에 열심히 돈을 버는거지..,
사랑을 유지하고 싶다는 본능이 있어서..
그래도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사랑이 기본 베이스에 깔려 있으면
경제적으로 좀 어려운 일이 닥쳐도 헤쳐나가고
이겨나가는려는 인내력이 생긴다는 거지.
그러기 때문에 사랑이 꼭 필요하고
사랑이 경제력보다는 먼저가 되야 한다는 거야 ]
우리가 열심히 얘기하는 사이
포장을 마친 음식들이 쇼핑팩에 담겨져
테이블에 놓여졌다.
[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사람과 사람사이,
특히 부부는 사랑이 제일 중요해..
사람은 한번 받은 사랑을 잊지 못해,,
자신이 사랑 받았다는 그 사실은 영원히 기억하고,
죽을 때까지 그 기억만으로도 살 수 있어..
그게 사랑의 힘이야, 사랑은 그래서 위대한 거야,
사랑이 있으면 모든걸 이겨낼 수 있어..하지만,
돈으로는 한계가 있고,,사랑을 이기지 못해 ]
깨달음의 마무리가 좀 애절하고 감성적이여서
난 그냥 이쯤해서 대화를 마쳤다.
사랑 받은 기억만으로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깨달음에게 냉혹한 현실을
알려주는 건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아서였다.
내 주위에는 지금 이혼을 고려중인 커플이
세 커플이나 있다.
결혼생활에 뭐가 먼저인지 살아온 삶의 방식,
가치관이 각자 다르기에 돈으로 만족하고 사람,
사랑으로 만족하는 사람으로 나눠지겠지만
진정 부부에게 필요한 건 깨달음 말처럼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돈이 없다면 사랑이 버티기 힘들 것 같고,,
가게를 나오며 우린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사랑도 돈도 메마르지 않게
서로 노력하며 잘 살아가자고,,
그게 정답인 것 같다.
'일본인 신랑(깨달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노래를 불러주며 깨달음이 울던 날 (10) | 2018.04.20 |
---|---|
한국에 가면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 (0) | 2018.04.13 |
남편이 한국에 가면 참기 힘들어하는 그것 (7) | 2018.03.04 |
한국에 가기 전날, 남편이 가장 먼저 한 일 (5) | 2018.02.27 |
일본에서 차리는 구정 상차림 (7) | 2018.02.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