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 마지막으로 갔다왔냐? 인자 약 안 먹어도 쓰냐?]
[ 응, 엄마, 인자 괜찮아 ]
[ 아~ 근디, 일본은 뭔 화산이 터졌다고 난리드만, 거긴 괜찮냐? ]
[ 응, 여긴 괜찮아요]
[ 아, 글고, 깨서방한테 이번엔 전복하고 또 뭐 좀 준비하끄나? ]
[ 그냥, 전복만 준비하시면 돼~ 다른 건 필요 없어, 엄마~]
[ 어저께 도라지 까서 배즙이랑 같이 짰다, 깨서방이 잔기침을 많이 하드만 그래서 도라지도 넣고 짰다 ]
글고, 또 뭐를 준비하믄 좋을까 모르것다,,, 지금이 꽃게철인디 꽃게찜도 좀 하끄나?]
잠깐만 기다리시라고 하고 옆에서 티브이보고 있는 깨달음에게
엄마가 뭐 먹고 싶은 것 준비하신다는데 꽃게 먹을 거냐고 물으신다고 빨리 말하라고 그랬더니
내 전화기 쪽을 향해 [ 먹어요~~ ]란다.
그 소릴 들은 엄마가 막 웃으시면서 꽃게는 찜을 하고 전복은 날로 먹을 건지도 물으신다.
옆에서 또 [ 사시미~ 먹어요~]란다.
내가 통역해주기도 전에 전복이란 단어를 듣고 사시미라고 외친다.
핸드폰을 스피커폰으로 해두고 엄마랑 통화를 하게 했다.
그 외에 다른 반찬들은 뭘 준비하는 게 좋냐고 물으시자
바로 [ 나무루(나물)~~] 란다.
[ 오메~, 알았네, 내가 나물도 맛나게 무쳐놓라네, 또 먹고 싶은거 있으믄 뭐든지 말해보소~]
이번엔 [ 스프 먹어요~~~]란다.
[ 알았네, 내가 따근한 국물이랑 준비할랑께 조심히 오소~]
전화를 끊고 깨달음에게 한마디 했다.
당신, 장모님을 너무 편하게 생각하지 않냐고 그랬더니
어머님이 물어보시길래 대답한 것이였고 이번엔 자기가 못 먹었던 것들을 다 먹고 올 생각이란다.
당신이 이제까지 못 먹은 음식이 어딨냐고 다~~먹었다고 그러자
추석상에 명태코다리 같은 게 있었다고 그것도 어머님께 얘길 했어야하는데 깜빡했다고 애석하단다.
( 남편의 질투심을 유발시킨 한국음식- keijapan.tistory.com/527 )
( 한국에만 가면 통제가 안되는 깨서방- keijapan.tistory.com/161 )
아무튼, 이번에 가면 엄마한테 예의를 지키라고 다리 펴고 앉거나
엄마방에 누워서 티브이 보거나 그러지 말라고 그랬더니
자긴 그렇게 해도 어머님이 봐주실 거니까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할 거라면서
점점 자기집보다 우리집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고 자기도 이상하단다.
[ ......................... ]
지난 2월 한국 갔을 때부터 [오머니]에서 [옴마]로 호칭을 바꿔 불렀던 깨달음.
처갓집을 편하게 생각해주는 마음은 고마운데
장모님께 저렇게 뭐 해달라고 부탁하는 사위는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일본인 사위가,,,
이번에 가면 또 분명 내 말은 안 듣고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할 것이다.
알아 듣게 가르쳐야 할텐데.....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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