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어서인지 환자들이 많았다.
예약 번호표를 들고 잠시 눈을 감았다.
협회 설립도 다시 정리해야하고, 수업도 보강해야하고, 세미나도 참석해야하고
전시회 준비도 해야하고, 자격증 시험도 다음달이고,,,
한국에도, 시댁에도 가야하고, 새 집 구하기도 계속해야 하고,,,,,
10월부터 다시 시작해야할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 32번, 케이님~ ] 낯익은 간호사가 날 보고 웃는다.
[ 수고하셨습니다. 케이씨, 잘 참으셨어요 ]
[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이에요]
[ 힘드셨죠?]
[ ....................]
[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지 중단해야할지 솔직히 갈등했었는데
끝까지 잘 버텨주셔서 무사히 끝나 다행입니다 ]
[ 네,,,감사드려요]
[ 그래도 한달에 한번, 지속적으로 혈액 체크하셔야하는 건 아시죠?]
[네,,,,알고 있어요 ]
[ 그리고,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약 2개월 정도는 약기운이 몸에 남아있을 거니까
지금처럼 몸이 힘들 거에요, 그러니 잘 드시고 체력보강에 힘을 쓰셔야 할 겁니다 ]
[ 네, 감사합니다 ]
[ 정말 고생하셨고요, 그럼, 다음달에 살찐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네,, 정말 감사드려요]
진찰실을 빠져나와 주사실로 향했다.
아까 내 이름을 불렀던 간호사가 주사기를 들고 오더니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잘 견디셨다고 장하단다.
간호사분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정산 카운터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다 또 생각에 잠겼다.
혈액 채취실에서 주사바늘을 본 깨달음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던 그 날.
구토가 심한 날 주치의가 안쓰럽게 쳐다보던 그 날.
매주마다 간호사가 주사를 놓으며 치료 끝나기까지
며칠 남았다고 좀 만 더 참으라고 알려주던 그 시간들,
탈모를 감추기 위해 섰던 모자가 잘 어울린다고 어디서 샀냐고 농담이 오갔던 그 날.
저 소파에 앉아 한없이 울었던 그 어느 날도 있었다.
그 아픈 시간들이 있었기에 오늘 이 시간이 찾아 온 것이다.
그저 매시간 모든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살자고 되새기며 병원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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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님들, 여러분들의 응원 덕분에 모든 치료가 무사히 끝났습니다.
하루에도 열두번 마음을 다져먹어도 좀처럼 내 자신을 콘트롤하기 힘든 시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격려의 메시지를 적어주시는 이웃님들이 계셨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혹, 지금도 투병중이신 모든 분들께
터널같이 어두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밝은 세상빛이 기다리고 있음을 잊지 마시고
꼭 이겨내시라고 응원 보내드릴게요.
전 비록 6개월이였지만, 1년, 2년, 아니 끝이 보이지 않는 시간들과 사투중이신 분들에 고통을
만분에 1정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들이기도 했습니다.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 응원 보내드리며
이웃님들, 다시한번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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