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와 카톡을 하고 있는데 누구냐고 묻는다.
언니라고,,,오늘 생일파티 했냐고 묻는거라고 얘기해줬더니
냉장고 쪽으로 가면서 케익 사왔다고 먹을 수 있겠냐고 묻는다.
이번 생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오전에 얘기를 마쳤는데,,,
언제 사왔냐고 전혀 몰랐다고 그랬더니 스포츠지무에 갔다오는 길에
사왔다고 아까 내가 방에 들어가 있는 사이에 냉장고에 넣어 두었단다.
[ .......................... ]
( 초는 그냥 장식임- 50살 아닙니다)
[ 생일, 추카합니다~~~생일, 추카합니다~~]
케이노 생이루(케이의 생일) ~~~많이 추카합니다~~~]
[ 빨리 빨리~ 후~~] 촛불을 끄라고 다그친다.
매해마다 집에서 파티를 했었다.
주위에 있는 국적 다른 친구들 불러 한국음식 먹으며 웃고 떠들었는데
올해는 너무 조용하다고 그랬더니
10월에 한국가서 가족들이랑 같이 성대하게 하자면서 우울해 하지 말란다.
맛있게 케익을 먹는 깨달음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더니
못 먹겠으면 딸기라도 먹어보라고 포크에 찍어서 내게 건넨다.
딸기를 받아 들고 그냥 또 멍하게 깨달음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아까 생일 축하송을 부르는 깨달음에 천진스러운 입 모양,
아이처럼 박수치는 모습,, 이렇게 포크에 찍어 건네는 행동들,,,
돌아가신 우리 아빠와 영낙없이 똑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 사람은 어쩌면 이렇게 순진할까,,,,
치료기간 6개월간, 솔직히 깨달음을 많이 힘들게했다.
내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이 사람에게 모든 걸 퍼부었고 짜증내고 화 내고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늘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너무 너무 힘들다고, 모든 게 싫어서 다 놔 버리고 싶다고,,,, 격한 표현도 했었다.
그래도 그는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미친X처럼 가방을 챙기며 한국으로 가겠다고 악을 쓰며 몸부림을 쳤던 날도 있었다.
그래도 그는 그 자리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위로해 주었다.
그 역시 많이 아프고, 많이 불쾌하고, 상처가 되었음이 분명한데...
지난 6개월간, 나만큼 그도 힘들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어리석은 나,,,
내 아픈 게 먼저였고, 내 힘듦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6개월간,,,
깨달음이 해맑게 웃으면서 또 딸기 하나를 찍어서 준다.
[ ..................... ]
아마 내 평생을 다해도 이 사람에게 진 빚은 갚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깨달음에게 미안하고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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