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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국제커플인 우리가 문화생활을 즐기는 이유

by 일본의 케이 2018.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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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국립 발레단 공연에 다녀왔다.

공연 프로그램이 2개로 나뉘어져서 우리는 

2주에 걸쳐 그들을 만나러 갔었다.

 창립 40주년기념으로 3년만에 다시 찾아온 

공연이였던만큼 공연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설레임이 더해갔다.

프로그램 A는 전통적인 스페인 춤이 위주이며 

무대 감독 안토니오 나바로의 안무가 돋보이는 

프로그램은 B였다.

유럽의 다른 무용보다 몇 세기나 앞서 시작한 

스페인 무용은 독특한 발달 과정을 거치면서 

고전적인 내용을 시작해 민속적인 무용, 그리고

 예술화, 현대화로 승화시켜왔다.

정열적인 스페인의 춤과 시원하고 경쾌한 음악,

다채로운 군무와 엄청난 테크닉의 탭댄스,,,

팜플렛을 읽어내려가는내내 작은 떨림을 느꼈다.


안무를 보면 클래식 발레의 기본과 스페인 전통에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독창적인 스타일이다. 

전통과 첨단의 파노라마가 빚어내는 열기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느끼기 힘들만큼

사람을 흥분시킨다.

우리 부부가 스페인 무용이나 발레에 관해

특별히 지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결혼초에 

우연히 접한 스페인 무용에 둘 다 반해버렸다. 

생기타와 생칸테는 들을수록 압권이며 열정적인 춤과

 플라멩코의 의상은 환상적이며 힘찬 스텝의 섬세한 

토슈즈 발놀림에 마음이 요동을 친다. 홀린것처럼.


(홈피에서 퍼 온 이미지)


 전통에서 변화의 현대로 이어져온 스페인 춤,

플라멩코의 어머니라 불리오는 소레아는

대형 숄(망톤)을 사용해서 추는 춤으로 완벽한 

테크닉이 아주 매력적이다. 

무용수는 매 순간 격한 움직임을 하다가 그대로

멈춰 포즈를 취하기도 하며, 당당한 모습으로

순간적인 찰라의 미를 표현하는 게 특징이다.

우아하면서도 관능적이고 뜨거우면서도

절도 있는 앙상블과 다채로운 의상, 

원초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라이브 음악이

 볼수록 황홀경에 빠지게 만든다.

민속의상을 입은 남녀 단원들이 두 손에 

캐스터넷츠를 들고 경쾌한 3박자로 소리를 내면

 그 리듬에 맞춰 단원들이 비장한 표정을 하고

 움직인다. 발을 벌려 높이 뛰어 오르기도 하고

발을 좌우로 재빨리 교차를 하고 두 팔을

 모아 경쾌하게 춤을 추는데 이 움직임들이 

발레에서 인용된 것이라고 한다.

20분의 휴식시간 동안 우리는 그들의 연습량이

하루에 어느정도 되는지 아주 기본적인 

의문을 가졌었다. 


마지막 날인 프로그램 B의 볼레로는 

관현악적 무용곡으로 작곡된 스페인 무곡의 

하나로 남녀가 독특한 춤동작으로 걷다가,

갑자기 멈추고, 발 구르기를 반복하는 특징이 있다.

스페인 뿐만 아니라 스페인어를 하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고향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곡으로 사랑, 그리움, 아픔, 열정을 동시에 느끼는

사랑의 메시지라고도 불리어진다.

레이스가 달리고 주름이 진 화려한 치마를 입은

여자와 남자는 스카프를 하고 리듬에 맞춰서 

느리게 또는 정지된 움직임으로 선율의 단순함을 

살려 춤과 음악이 하나 됨을 보여준다.

공연중에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우린 팜플렛으로 서운함을 달랬지만

약 2시간씩, 2주에 걸친 공연은 전혀

후회 없이 좋은 시간이였고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으며 끝임없이 

박수가 터져나오는 공연이였다.

마지막 무대인사를 할 때는 사진촬영이 되서

급하게 한 장 찍을 수 있었다.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저녁을 먹으러 간

우리는 다음 여행지로 무조건 스페인이라고

같은 얘길했다. 재작년에 갔을 때는 깨달음이 

좋아하는 건축물만 보느라 공연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다.


깨달음은 라이브 연주가 너무 좋았다고 했고 

나는 한번 배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고 하자

나하고 잘 어울릴 것 같다며 교습소가 있으면

한 번 배워 보란다.

그런 얘기들을 나누다 문뜩 이번 한국에서

시간이 되면 콘서트에 가고 싶다길래 바로 

검색을 했는데 애석하게도 우리가 머무는 

주말에는 깨달음이 듣고 싶어할만한

 콘서트가 없었다.

[ 아무 것도 없어? ]

[ 아니 있는데 이미자, 효린,나훈아,이적, 등등

당신이 잘 모르는 가수들이 많아,,]

[ 그 혼자 사는 남자있잖아, 검고 키 작은..]

[ 아, 김건모? ]

[ 김건모 콘서트 한 번 가보고 싶은데..]

바로 검색을 했봤지만 역시나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일정이 잡혀있었다.

 이문세, 휘성, 김범수, 케이윌, 이선희 씨 등,,

깨달음이 좋아하는 가수들은 모두 연말이였다.



[ 정말 없어? ]

[ 아니..있어. 근데 당신이 많이 몰라..

효린이라는 여자가수 노래 잘 하는데

그럼 그 콘서트라도 가 볼거야? ]

[ 남자 콘서트에 가보고 싶은데,.. ]

서운한 기색이 영역한 깨달음에게 한국에서

살게 되면 매주마다 콘서트를 보러 다니자고 

달래고 이번달에 있는 도쿄의 각종 문화이벤트

스케쥴을 알려줬더니 조용히 귀기울려 듣다. 

우리는 이렇게 되도록이면 주말에 시간을 내서

문화생활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저 보고 듣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닌, 그 공연

 관해 서로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공부를 하

 지식을 공유하면서 매번 최상으로 즐기고 있다.

그렇게 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서로 다른 국적의

 남녀가 만나 살기에 폭넓게 여러 세상 속 문화들을

 다양하게 접함으로 인해 이해관계를 높이는

도움이 되고자 하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이곳저곳 해외 여행을 다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시작했던 것이고 그래야만이 서로의 나라와 

문화를 고집하는 일이 적어질 것 같아서였다.

같은 한국사람들이 만나 결혼을 해도 지역이 

다른 것만으로도 이질감을 느낄 때가 있다는데 

우리 커플은 나라가 다르니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할 것이 참 많았다.

같은 취미를 만들며, 같은 문화를 즐기는 것은

특히 국제커플들에게 중요시해야할 

사항이 아닐까 싶었다. 

 꾸준히 해 왔던 우리 부부의 문화생활은 

 결혼생활에 있어서 적게나마 윤활유 역할을 

해주었음을 믿고 있고, 그 필요성을

 매번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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