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도착하고 1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내 번호가 불리어졌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주치의가 밝게 웃으며 하신 첫마디였다.
그러고 보니 올 해 들어 처음 인사를 드린다.
먼저 체중부터 묻고, 머리카락 상태를 체크하고,
지난달 혈액검사 결과를 말씀하시고 다음달 예약시간을 입력하셨다.
그렇게 진찰이 끝나고 일어서려는데 [잘 드시죠?]라고 물으셨다.
[ 네,,, 잘 먹고 있어요]
[그래요, 잘 드셔야 됩니다. 그럼, 다음달에 또 봐요]
병원문을 나서며 깨달음에게 검사결과를 보고하고
난 서점에서 책을 하나 사 집으로 돌아왔다.
퇴근 전인 깨달음에게 저녁메뉴는 뭘 먹을 건지 물었더니
삼겹살 먹고 싶다고 고기는 자기가 살테니 야채만 준비해 달라기에
몇가지 사서 준비를 해두었다.
퇴근한 깨달음 손에 들린 건 흑돼지라는 삼겹살과 새우, 굴이였다.
삼겹살 먹고 싶었냐고 물었더니
오늘 내가 병원가는 날이기에 저녁엔 삼겹살로
몸보신을 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아침부터 했었단다.
난 솔직히 삼겹살이 그렇게 먹고 싶지 않았다.
요며칠 또 식욕이 감퇴 되어서 잘 먹질 못했고 쥬스와 과일들만 먹었다.
그걸 알고 있어서인지 고기를 사 온 것 같다.
그렇게 고기를 굽고 몇 점 먹더니 깨달음이 내 눈을 천천히 쳐다보며
자기 의자 뒤에서 막걸리를 꺼내 앞뒤로 막 흔들기 시작했다.
[ ........................... ]
오늘 슈퍼에 갔더니 돼지고기 시식코너에서 와인도 함께 팔더라고
그런데 그 옆에 한국 막걸리도 올려져 있길래 같이 사왔다고 막걸리 잔 좀 주란다.
막걸리도 전용 막걸리잔에 먹어야 하는 깨달음.
잔을 가져다 줬더니 나보고도 한 잔 하란다.
아니라고 난 사양하겠다고 그랬더니
막걸리 한 잔 하면서 삼겹살을 된장에 발라 먹으면 입맛이 살 거라면서
된장을 듬뿍 찍은 삼겹살을 한 점 권해준다.
고마워서 당신은 원래 이렇게 사람이 착했냐고 물었더니
망설임도 없이 당신이 또 아프면 자기가 간병해야 할 것 같아서
미리 아프지 않게 예방차원에서 하는 거란다.
[ ........................... ]
당신의 그 한마디에 애정이 싹트다가도 도망가게 생겼다고 쏘아부쳤더니
혹시 당신이 재발하면 간병 잘할테니까 걱정말고 어서 삼겹살 먹으라고 또 한 점을 싸준다.
참,,,알다가도 모를 깨달음이다.
약간의 배신감을 느끼며 친절함 속에 감춰진 계획이 있음을 알았고
사랑인 듯 하면서 계산된 애정표현이 아니였는가 의구심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남자,,, 은근 모든 게 계산적인데가 있다.
여자들만 잔머리 쓰는 줄 알았는데 남자들도 잔머리 쓴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이 남자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남자들도 다 똑같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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